업계 누적 적립액만도 5천억원대 … 고객에게 돌려줘야 여론 일어카드사, 활용할 수 있는 점수 높게 책정·홍보부족 등으로 사용 못해신용카드 마일리지 혜택을 고객들이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카드사들은 각종 할인혜택과 마일리지 적립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지만 실제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객의 사용실적에 따라 붙는 카드사들의 마일리지/포인트 제도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쓰는 만큼 번다’ 삼성카드가 내세우고 있는 빅 보너스 카드를 비롯해 카드사들은 한 두 개 정도의 마일리지/포인트 적립 전용 카드를 사용자에게 권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카드 사용자들이 카드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카드 홈페이지에서 한 마일리지/포인드 적립 전용 카드의 할인 혜택을 설명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30만원을 쓰고도 약 1만원 가량의 포인트 마일리지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삼성카드의 포인트 사용 가능 포인트는 3만부터. 1포인트 당 1원에 해당한다. 실제 1만원의 포인트 혜택을 본 것으로 보이지만, 카드사 포인트제의 맹점은 일정 정도의 포인트를 쌓아야만 유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미만 일 때는 쌓아놓은 포인트는 무용지물이다.카드사는 사용자의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쌓아두고 거기에 맞는 금액을 적립해야만 한다. 고객이 언제든지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아 놓은 적립금액이 얼마나 될까. 금융감독원이 국회 조재환 의원실에 제출한 비씨 국민 LG 삼성 등 9개 카드사들의 각종 마일리지/포인트 적립 규모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마일리지/포인트 적립으로 쌓아둔 금액은 약 5천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카드의 마일리지 누적액은 132억원, 포인트 누적액은 1,626억원으로 카드사 중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비씨카드는 144억원(마일리지) 1,557억원(포인트)을 각각 기록, 그 다음을 이었다. LG카드는 64억원(마일리지) 1,411 억원 (포인트)이며, 국민카드는 1,049억원의 포인트 누적규모를 기록했다. 국민카드를 포함한 4개 전업 카드사들의 포인트 누적규모만도 무려 4,5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카드 사용자의 포인트 사용이 미미한 수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카드(76억원, 282억원) 현대카드178억원(포인트), 우리카드(2억원, 378억원) 신한카드(111억원, 166억원) 등으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마일리지/포인트 적립으로 쌓아둔 금액은 크다. 하지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적립하고 있다. 규모가 매년 커지는 만큼 적절한 지급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마일리지/포인트 누적 규모는 포인트별 고객들의 사용 실적에 따라 올라간 포인트로 고객들이 그 혜택을 누릴 때 지급되어야 할 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누적액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사용실적이 드물다는 반증이다. 왜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마일리지/포인트 적립액은 매년 높아지는 걸까. 이는 카드사들의 사용실적에 따라 주어지는 포인트 제도의 허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사용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주면서 이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점수는 높게 책정해 사용하기가 불가능하거나 홍보 부족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사용 고객이 포인트 혜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쌓아둔 포인트 적립액을 돈으로 돌려주거나 사용 가능한 보너스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현대카드의 M카드. 현대카드는 M카드를 야심차게 출시하면서 업계 최고의 포인트 적립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1,000원 사용실적에 20포인트를 부과한다. 현대카드는 적립된 포인트로 신차 구입시 할인(최고 200만원까지), 마일리지, 상품권 등으로 자유롭게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M포인트 스와핑’제도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200만원의 혜택을 보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포인트 제도에 따라 최소 1억원을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카드는 M포인트 사용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이 혜택을 보려면 1년에 2,000만원 정도를 사용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1인당 현대카드의 월평균 사용금액을 적용하면, 최소 33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어 200만원 할인 혜택은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이 뿐만 아니다. 카드사용에 따른 항공권 무료 이용권을 얻으려면 높은 포인트를 얻어야 한다. 현대카드 M포인트로 모 항공사의 항공권을 이용하려면 1마일당 20포인트 적립하는 기준으로 최소 40만 포인트를 달성해야만 항공권으로 전환해 쓸 수 있다.

40만 포인트를 쌓으려면 2만마일(3만2,000km)가량의 비행 이용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 정도 거리는 지구의 둘레 4만 km에 근접한 거리다. 이 경우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이아니고서는 그 혜택을 보기란 쉽지 않다. 비단 현대카드 뿐만 아니라 일반 전업 카드사의 포인트 혜택이 이처럼 높은 포인트 책정으로 포인트 사용을 거의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대카드는 포인트 전환을 통해 그나마 포인트 혜택을 고객들이 볼수 있도록 배려하지만 이 또한 턱없는 수준이다. 타 카드사들의 실적 별 포인트는 전환이 드물어 사용실적에 따른 포인트 혜택을 보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포인트를 사용한다 해도 일부 카드사들이 지정한 업체의 제한된 물품만 구매할 수 있어 실효성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카드사 사용자는 “마일리지 혜택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카드사들의 포인트 누적액이 그만큼 크다면 해당 사용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자들도 카드사들이 홍보수단으로 제공하는 각종 포인트 혜택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으며,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포인트 혜택이 과장된 것이 아닌지 심의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