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의욕을 보였던 4대강 사업은 시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법적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추진 시한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면서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처럼 각 부처가 사업 시행 전 거쳐야 할 법적 절차를 적절히 이행하지 않은 배경에 ‘공사 기한 단축’이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초 4대강 사업은 2010년 1월 착공, 2012년 완공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2011년까지 준공하는 지시를 내리자 국토부는 착공 목표를 2009년 9~10월로 재설정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이 공사계획을 서두르며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자 각 부처는 실행 속도를 높였다. 특히 국토부의 4대강 사업의 총괄계획 격인 마스터플랜 중간발표가 이뤄진 2009년 4월을 전후로 각 부처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빨라졌다.

환경부는 통상 15개월이 걸리는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각각 2~3개월 안에 완료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사업 착공 일정에 맞춰 진행된 부실 평가로 녹조 형성 및 저감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환경부는 평가서 작성 수준을 낮추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쟁점이었던 ‘보 구간 조류농도 예측’이 누락되고 ‘수질개선을 위한 가동보 운영 방안’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았는데도 11월 초 평가는 종료됐다. 환경부는 그 과정에서 전문 검토기관의 의견을 사전에 입수, 조류 농도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삭제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4대강 사업이 ‘예타(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은 전체 22조2000억 원 중 11.8%인 2조6000억여 원의 사업에 대해서만 예타를 실시했다. 예타는 5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사업 예산편성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조사로, 이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연장되거나 정부가 편성한 예산이나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었다.

기재부는 예타 면제대상에 ‘재해예방 사업’을 추가한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 방안을 보고했고, 2009년 3월 개정 시행령대로 4대강 보 건설 및 준설 사업(약 10조8000억 원)은 재해예방사업으로 분류돼 예타를 면제받았다. 또 시행령 개정 전에도 5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생태하천조성사업은 지구별로 예산 규모를 쪼개는 방법으로 예타를 피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국의 지방국토청은 2009년 4월 국토부가 발표한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황급히 반영하느라 법적 지침으로 포함하게 돼 있는 하천수 이용현황을 그 해 하천기본계획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치수경제성을 분석하면서도 하천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도준설(강 바닥 파내기)은 빼고 제방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