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1조3천억 손실 … 수출물량 선적 못해 해외 신인도 실추사측서 제시한 업계 최고치 임금 인상안 노조서 거부하며 장기화현대자동차의 장기파업이 현대자동차그룹뿐 아니라 불황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타격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파업 장기화로 7월28일 현재 1조3,100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있다. 여기에 파업이 길어질 경우 해외법인의 생산 및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앞으로 손실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내수와 수출, 해외현지 법인의 손실 모두를 감안하면 국가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1조3,100억여원(9만9,200여대)의 천문학적 손실은 내수 판매 손실에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의 파업 동조로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차량 점검을 원하는 고객들의 불편 등 무형의 손실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커진다.여기에 미래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손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데 따르는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인해 경쟁사로 고객 이탈 현상이 빚어지게 된다.고객들은 한번 이용한 차량 브랜드를 어지간해서는 잘 바꾸지 않는 게 자동차업계가 파악하는 구매 패턴이고 보면 미래수익가치가 이미 떨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 수출 효자 품목이라는 점에서 해외 신인도 하락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 따르면 러시아,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의 조립공장 가동이 이미 중단됐다. 수출 물량 6만3,000여대도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재계 일부에서는 벌써 현대차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노동운동의 대명사격인 현대차 노조가 지금처럼 사측의 대안을 조금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할 경우 위기는 빨라질 수 있다는 것.현대차 노조가 강성한 이유는 현대차 노조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노동계를 대표해 현대차를 상대로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노사 양측이 노동계와 재계 대결의 축소판이다 보니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게 노동계와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파업의 쟁점부터가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파업에는 임금인상률 말고도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됐다. 회사측의 임금인상률과는 별개로 노조는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문제부터 타결짓자며 협상을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가 정치성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임금인상안을 놓고 회사측은 8.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11%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을 거절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8.4% 인상안은 동종업계에서는 최고치. 그러나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임금 수준을 비교하며 성에 차지 않아 하고 있다.재계는 업종이 다른 회사 노조를 놓고 비교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노조 평균 연봉이 4,5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임금 인상 요구가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어렵게 구축해온 해외 생산기지 네트워크 차질은 현대차가 가장 전전긍긍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올해 들어 내수 부진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도 현대차를 지탱해주는 것은 수출과 해외 법인의 판매였다. 장기 파업으로 수출 선적도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부품이 제대로 해외에 공급되지 않아 해외법인도 아우성이긴 마찬가지다. 심지어 현대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러시아의 돈인베스트사는 얼마전 현대차에 ‘(파업으로 인해) 러시아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대다수의 국민들은 현대차 조업의 차질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은 절대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모 기업의 생산직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까지 제시한 마당에 노조도 합리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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