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고리 부엉이단’ ‘제2 월계수회’냐… 친문 세력화 비난 ‘봇물’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 왼쪽부터 전재수, 박범계, 전해철, 이해찬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계파 ‘친문(親文)’ 의원들의 조직 ‘부엉이 모임’이 해산했다. ‘밥만 먹는 모임’이라고 정체성을 일축하던 이들이 ‘계파 정치’ ‘국정농단 답습’이라는 비난에 결국 백기를 든 것.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해산 자체가 본인들의 세력화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기에 ‘형식상’ 해산일 뿐 이들의 ‘실질적’ 모임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문 세력 간 단일화가 이뤄지면 본인들 스스로 ‘친문 세력 줄 세우기’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전대를 위한 세력화가 아니더라도 비판 화살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청 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의원들이 ‘대통령 하명 정치’를 자처한 셈 아니냐는 지적이다.

“‘밥 먹는 모임일 뿐” 해체 선언에도 “눈 가리고 아웅” 빈축
 
‘부엉이 모임’이 결국 지난 4일 해산했다. 부엉이 모임 소속 전재수 의원은 5일 CBS 라디오에서 “‘부엉이 모임’이 당내 편가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그래서 어제 모임 해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진행자가 재차 “완전히 해산하기로 결정했느냐”고 묻자 “해산을 하기로 했다. 밥 먹는 모임이기 때문에 해산도 되게 쉽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이어 “안 모이면 되는 것이고 ‘이제 밥 그만 먹자’ 이러면 끝나는 모임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공식적으로 해산을 결정했다”며 “추후에 어떻게 될지 연구모임으로 갈지 이것조차도 전당대회가 끝나고 난 뒤에 검토를 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형식상 해산? ‘모종의 합의’ 있었을까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들의 해체가 ‘형식상’ 선언일 뿐 실제 세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을 해산한다 하더라도 온라인 모임이 지속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민주평화당은 지난 5일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며 “‘부엉이’ 모임은 계파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친문계파 모임인 ‘부엉이 모임’을 둘러싸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당내 계파 조성은 편 가르기이고 권력을 계파 구성원끼리 나눠먹자는 후진적인 정치행태다. 개혁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전대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리는 이미 챙겼으니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모임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부엉이 모임 일부 의원들이 점심 회동을 하고, 이 자리서 전대 후보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사실이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한 야당 관계자는 “본인들(부엉이 모임)끼리 이미 논의가 끝나지 않았겠냐”며 “만나지 않는다 해도 모임이 유지될 방법은 많을 거다. 전대 과정을 두고 보면 알 일”이라고 관망했다.
 
추세대로라면 부엉이 모임에서 전대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공산이 크다. 이들은 ‘친목 모임’일 뿐이라며 ‘해산’으로 의혹을 일축했지만, 만약 전대 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 간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계파 정치’라는 비판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단일화 후보로 전해철 의원이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실제로 이들은 “밥 먹는 모임”일 뿐이라면서도 단일화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5일 부엉이 모임 소속 전해철 의원은 친문 성향 의원들과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쟁 경선을 할 필요가 있느냐. 역할을 얼마든지 나눠서 할 수 있다. 까닭 없는 경쟁을 할 필요 없다”면서 “당대표 나올 분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 나누는 결정을 거쳤고 다음 주 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어 “생각보다 저랑 신뢰가 깊은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신뢰가 깊은 분들’은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로 해석된다.
 
처음엔 6~15명… 40명 소속 ‘거대 계파’로
 
부엉이 모임은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을 지킨다는 의미로 알려진다. 여기서 ‘달(Moon)’은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킨다. 1980년대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별명이 ‘부엉이’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변론을 위한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아무리 밤이 깊어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마무리했는데, 이 모습이 ‘부엉이’와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부엉이 모임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로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대선 승리 후 위로와 격려 차원에서 만나다 보니 모임으로 굳어졌다는 것. 초창기에는 박범계·강병원·고용진·권칠승·황희 의원 등 6~15명 안팎의 의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최근 약 40명이 소속된 거대 계파로 확장됐다. 지난달 28일에는 마포 모처에서 신입 회원 환영식을 연 사실이 알려지며 부엉이 모임의 ‘조직화’가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부엉이 대장’은 이해찬 의원, 간사는 전해철 의원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부엉이 모임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발전을 도모하며 건전한 정책 논의를 하는 모임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 외곽에서 만들어진 참여정부 평가포럼, 노무현 정부 임기 종료 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모임, 나아가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실패 이후 모임 등이 유래, 확장되며 현 부엉이 모임이 됐다는 것.
 
전해철 의원은 지난 3일 팟캐스트에서 “몇 년간 해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여서 뭘 하고 있지 않으냐고 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까지 나름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 친목모임처럼 했다”고 밝혔다.
 
‘하필’ 전대 앞두고 몸집 불리기?
 
하지만 이들이 조직 확장에 나선 것이 8.25전당대회를 앞뒀을 때라 당 안팎의 뒷말을 샀다. 친문계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세력화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친문 후보 단일화론이 불거진 것도 부엉이 모임이 시초란 관측도 제기했다. 결국 이들이 스스로를 ‘단순 친목 모임’으로 규정, 해체했더라도 사실상 전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부엉이 모임이 계파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일부 비문계 의원들이 친문계의 이 같은 세력화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당대표 출마 의지를 보인 이종걸(5선)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 우물가에 온 우리에게 국민이 지시하고 지지해주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난 다음에 집에 가서 숭늉도 끓여 먹어야 한다"고 부엉이 모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표창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특정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들끼리 모이는 모든 사적 모임 해체를 촉구한다. 좋은 취지들이겠으나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 등과 연계 우려 있으며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고 부엉이 모임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靑 예속 정치’ 답습 “국정농단 세력과 같다”

과거 노태우 정권 당시 사조직 ‘월계수회’의 전철을 밟는 집권 여당의 ‘경솔’이라는 시각도 크다. 월계수회는 ‘노태우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라는 자만에 취해 세 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견제 세력의 ‘비위 폭로’가 이어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들도 초창기에는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를 비춰볼 때 부엉이 모임이 마찬가지로 여권 내의 ‘계파 갈등’을 표면화할 수 있어 당초의 본뜻과 무관하게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해석이다.
 
야권에서는 집권 여당이 스스로 당청 간 수평적 정치를 포기, 청와대에 ‘예속’되는 정치를 자처한다며 크게 비난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자에게 의존한 이들의 모습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세력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일 “집권당은 대통령 권력에 치중하고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 체제가 되기를 원하냐”며 “그렇게 되면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되지 못하고, 당내 갈등으로 연결되면서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힐난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3일 오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코앞이고 지방선거 압승과 함께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중에서 당내 외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며 “우리 국민들은 지난 시절 최고 권력자에 기댄 계파 모임이 정치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도 지난 3일 “대통령 탄핵의 비극을 초래했던 문고리 3인방이 이 정권에서 ‘Moon(문재인 대통령)고리 부엉이단’으로 환생한 듯하다”며 “차가운 광장에 뜨거운 함성으로 심판한 국정농단 세력을 똑같이 닮아가는 게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되며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비꼬았다.
 
'월계수회'란?
 
월계수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남인 박철언 씨가 87년 6·29 선언 직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월계관을 쓰자”며 만든 조직이다. 이후 월계수회는 200만 회원을 둔 거대 조직으로 확장, 87년 12월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다.
 
노태우 정권 창출 후 월계수회 몸집은 더욱 커졌다. 박철언 씨는 청와대 비서관과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장관 등을 거치면서 ‘6공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월계수회 소속 의원은 초창기 11명으로 시작했지만 종국에는 60명 이상의 여당 내 최대 계파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들의 광폭 행보는 결국 ‘권력 투쟁’을 촉발했다. 이들이 견제 세력이 그들의 비위를 잇달아 폭로하며 결국 박철언 씨가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전 조직된 점 ▲여당 내 최대 계파인 점 ▲소속 의원 약 10명으로 시작, 수십 명의 결사체로 확대된 점 등을 근거로 월계수회와 부엉이 모임의 ‘데칼코마니설’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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