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의 천정배 의원이 개혁입법연대라는 이슈를 들고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개혁입법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가면 20대 국회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 있지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고, 이것은 촛불국민혁명에 대한 엄청난 배신이니 국회에서 개혁세력이 연대하여 개혁입법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6선의원의 관록이 느껴지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은 보통 아쉬운 쪽에서 하는 주장인데, 개혁입법에 가장 적극적이고, 촛불 민심에 가장 부응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난 지방선거의 압승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비록 자신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무능한 야당, 보수 야당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을 지지해 줄 것으로 믿고 싶은 것이다.
 
즉, 개혁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것은 보수 야당들 때문이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만 부각시키면 개혁입법이 지체되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시작되면 보수 야당들에 대한 책임론을 들고 나와 단독으로 과반수는 물론 그 이상의 국회의석을 차지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개혁입법을 완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듯한 선거전략이고 정치적 계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촛불 민심이 만든 대통령이라고 자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촛불 민심을 오롯이 받들어야 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써야 할 전략은 아니다. 아무리 얼떨결에 잡은 권력이지만 그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지난 대선은 ‘이래문저래문’이었다. 당내 경선과정에서도 그랬고, 본 선거에서도 이래도 문재인이 되고, 저래도 문재인이 되는 선거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래안저래안’이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는 그런 정치 상황이다. 여소야대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치상황을 타파해야 할 책임은 당연히 정부 여당에게 있다.
 
지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후보를 낸 11곳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국회의 석수는 전체 300석 가운데 130석에 불과하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21대 국회의원선거는 아직도 1년 9개월이나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 여당이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 체제를 만들고, 개혁입법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연정이 됐든 협치가 됐던 정치적 액션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 홀로 지지받는 정치는 지지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정치권 모두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싹트고 정치적 효능감도 높아진다.
 
군소 정당이기는 하지만 개혁입법에 대한 연대라면 정부 여당에 협조할 수 있다고 민주평화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주장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수도선부(水到船浮)라고 했다. 물이 찼는데 배를 띄우지 않는다면, 이는 정부여당의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개혁입법연대 주장이 군소 정당의 생존전략일 수는 있지만, 정부여당은 정치평론가가 아니다. 실기하면 돌아오는 부메랑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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