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되는 조사가 있다. 바로 공론조사다. 지난 2017년 하반기에 실시된 신고리 원전5·6호기 관련 조사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2022년도 대학입시 관련 정책 조사, 제주특별자치도청이 실시하는 국내 외국인 영리병원 관련 조사 등 많은 조사가 공론조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공론조사는 찬반이 뚜렷한 사안에 대해,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한 후 공론을 형성하고 이에 대해 투표하는 형태의 조사로서, ‘숙의형 여론조사’라고도 한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는 달리 사전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하고, 그중 4~500명의 모집단을 선발해 관련 사안에 대해 숙의 토의 및 투표절차를 수회 반복하며 공론을 만들어가는 조사 방식이다.
 
마치 일반 여론조사를 과거 학력고사나 지금의 수능에 비유한다면, 공론조사는 본고사 유형으로서 결과와 과정, 모두 매우 중요한 조사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과정과 깊이가 있다는 점에서 조사기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점은 흠결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신고리 원전의 경우, 공론조사 기간이 30일이었으며, 다시 재기하라는 결과로 인해 중단된 기간의 경제적 피해는 1000억 원에 달했다.
 
국민의 여론을 듣는 과정이 다채롭고 다양해지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소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소통을 바탕으로 토의와 토론으로 나아 갈 수 있고, 협의와 협상으로 넘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론조사와 여론조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의 측면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공론조사로 의견수렴을 한다면 이 또한 高관심층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으로 포장되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공론조사든 일반 여론조사든 가장 중요한 점은 사안에 대해서 高관심층뿐만 아니라, 中관심층, 低관심층 등 일반 국민을 모두를 대변해야 정확한 여론수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2022년도 대입 공론조사’도 마찬가지다. 100년대계를 설계할 시스템의 문제를 공론조사로 여론을 수렴하고, 결과에 따라 결론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결국에는 공론조사도 여론조사다. 국민 다수의 여론을 듣는 과정일 뿐, 정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 공론조사는 숙의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해 주는 매개체이다. 그러나 아직 TEST 제품일 뿐 완제품이 아니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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