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폐렴 앓았다 업무 복귀후 “전체 점포 10% 감축” 발표 노조측 “1년전 구조조정 않겠다더니 말 바꾼다” 크게 반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최근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급성폐렴’으로 1개월이상 입원했던 김 행장이 업무 복귀 후에도 특유의 승부수를 계속 던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장례를 치를 뻔했을 정도로 중병을 앓았었다. 이제 본인은 건재하다”며 국민은행의 내부갈등 및 조직개편 등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 행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따른 국민은행 조직개편 파장을 살펴봤다.

지난 5월 ‘급성 폐렴’으로 43일 동안 입원했다가 지난 6월17일 정상 출근, 업무에 복귀한 김정태 국민은행장. 김 행장이 입원해 있는 동안 세간에서는 각가지 루머들이 나돌았다. “김 행장이 업무에 복귀하기 힘든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 “입원한 것은 퇴진을 위한 단계적 수순…”, “청와대의 퇴진 압력에 대한 반감으로 입원했다”는 등의 온갖 관측이 나돌았다.하지만 김 행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런 관측들이 모두 ‘억측’에 불과한 것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선 그의 건강문제에 대한 언급이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7월 23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국민은행 상반기 실적발표회 및 기업설명회’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병원생활을 자세히 공개했다. ‘CEO(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인데 건강이 괜찮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장례를 치를 준비까지 했었다”고 충격 고백을 했다.그는 이 자리에서 “병원에 도착할 당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인공호흡까지 받아야 했을 정도”라며 “실제로 애들이 장례를 치를 준비까지 했었다”고 밝혔다.

아직도 완전히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듯 평소보다 몸무게가 10kg이나 준 김 행장은 “급성폐렴에 걸렸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소위 잠수부, 광부, 소방수가 걸리는 폐렴이었다. 그런 폐렴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데 17일을 소비했다”며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이어 “병원에 입원할 당시부터 호흡을 못해서 인공호흡을 하게 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2000년 이전에는 급성폐렴으로 인공호흡까지 하게되는 경우는 대체로 사망률이 100%라 하더라”고 전하며 “일반 폐렴으로 치료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조직검사를 해도 균체가 발견이 안됐다. 의사가 이런 경우는 한국에서 역사상 두번째 케이스라고 하더라. 대학병원 호흡기 내과 의사들이 전부 동원돼 난리가 났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이와 함께 “대학 병원 호흡기 내과 의사들이 총동원돼 사실은 내가 걸린 폐렴이 비정형 폐렴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후 일반 폐렴과 달리 호르몬 치료를 받고 일주일만에 회복됐다”며 “병원에서는 7월말까지 남아 있으라고 했는데 기자들이 병원을 찾아와서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는 100% 회복됐지만 소위 말하는 ‘기’가 회복되지 않았다. 소화장애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며 “휴가와 함께 적당한 휴식을 보내면 몸이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항간의 건강악화에 대한 소문을 일축했다.이처럼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맸던 김 행장이지만 그의 최근 행보는 파격적이다. 우선 그는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조직통합과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조치 등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초에 “경영진 내부에서조차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조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은행의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조직의 구조개편, 인사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문책 인사를 예고했다. 그리고 김 행장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지난 7월 16일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부행장 3명(전략·영업·전산)을 전격 경질했다.

이어 18일에는 본부조직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23일의 설명회에서도 최근 경질성 인사에 대해 “문책성 인사는 없었다”면서도 “은행의 비전이나 CEO의 사상에 맞지 않은 분들이 있었고 이들이 은행정책에 더 협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행장은 “전체적으로 지점수를 120여개 축소하겠다”며 “조만간 40여개가 폐쇄될 것. 또 중복점포도 많으면 100여개 가까이 축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점포폐쇄에 따른 인력감축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같은 김 행장의 강공 드라이브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번 김행장의 조직개편이 내부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국민은행 안팎에서는“국민·주택은행 출신들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무차별적 개편을 단행한다면 엉뚱한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김 행장의 이번 조직개편은 은행합병과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은 “김정태 행장이 그동안 은행의 본분이 주로 외국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인식해 무리하고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포폐쇄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영이 어려워진 근본 원인을 은폐하고 금융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이를 모면해 보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어“현재의 경영위기와 상반기 적자의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에 있으며, 결코 국민·주택은행 직원간 갈등과 직원의 능력과 자질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과 1년 전에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닌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 은행을 성장시키겠다’고 월례 조회에서 말했던 행장은 지금의 행장과 다른 사람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중병을 앓고 나면 사람이 변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올해는 은행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던 김정태 행장의 약속은 깨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조 등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금융권에서는 김 행장의 조직개편이 그간에 잇달았던 악재를 한꺼번에 정면돌파하려는 승부수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행장이 조직개편을 통해 국민·주택은행 출신 사이에 팽배한 파벌적 조직문화를 해소하고 동시에 은행 안팎에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흔들렸던 리더십과 권위를 되찾겠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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