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최고위원 선출제 폐지 가닥… ‘뿔난’ 청년들 ‘집단 탈당’ 움직임 포착

<뉴시스>
개정안 발표 전 의견수렴 과정조차 없어 비난 여론 ‘확산’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퇴보 정치’라는 입방아에 올랐다. 차기 지도부 구성에서 청년‧노동 등 몫의 최고위원제를 폐지키로 결정한 것. 이는 사회적 약자 우선 정치를 펼치겠다던 민주당이 6.13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들의 정치적 발판을 송두리째 앗아간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부문별 최고위원제 한계 극복을 위해 전국단위 선출로 바꾸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민주당 측은 ‘협상 테이블’ 없이 재고 가능성도 일축, 당원들의 반발감을 더욱 키웠다. 청년 당원들은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집단 탈당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25전당대회에서 기존 여성‧청년‧노인‧노동 등 부문별 최고위원 5인을 선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전국단위 최고위원 5명을 선출, 2명을 지명하는 지도부 개편안을 의결했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지난 3일 “부문별 최고위원제가 여러 한계를 지녔다는 판단에 따라 전국단위 선출로 바뀐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그렇다고 해서 청년에 대한 정책이 후퇴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특히 선출직 최고위원에 여성 최고위원 1명을 무조건 포함시키는 안에 대해서는 ‘폐지’와 ‘부활’을 번복했다. 3일 지도부 개편안 발표 당시에는 “여성 최고위원회는 유지”라는 방침을 세웠지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튿날 부문별 최고위원 5인을 일괄 폐지키로 했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6일 입장을 재차 번복한 것.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6일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중앙위원회가 지역위원장, 기초단체장, 시·도의회 의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성 비율이 30%도 안 된다”며 “(여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권’ 보장한다더니… 초심 상실?
 
앞서 민주당의 부문별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5년 9월 ‘김상곤 혁신안’에 따라 도입됐다. 당시 민주당은 지도부 구성을 당 대표 1인, 권역별 대표 5인과 부문별 대표 5인, 당연직 원내대표 1인으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청년 등의 정치 입문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6.13지방선거 후 돌연 이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민주당이 사회적 약자의 정치권 진출을 막는 ‘퇴보 정치’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년 정치 참여를 적극 보장한다던 기존 당 공식 입장과 위반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초심을 잃은 것 아니겠냐”며 “당은 ‘청년‧여성 당원들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지만 사실상 부문별 위원회의 힘이 약해질 것으로 본다. 이들의 정치 참여 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여성 최고위원 신설은 문재인 대표 시절 혁신안의 핵심이고, 정발위 혁신안에도 이어졌던 내용”이라며 “우리 사회와 정당 안에서도 청년과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다. 최소한의 제도를 통해 배려하는 것은 사회통합, 당내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당 전국청년위 “무시하는 처사” 반발
 
이 같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준위가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제세 전준위원장은 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일각에서 제기된 비판에 대해 “청년 실업 등 청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청년 문제를 당에서 심도 있게 가중치를 둬서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경청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재고는 어렵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여성 당원들의 반발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단 탈당의 움직임까지 포착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전준위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우기 전 부문별 최고위원회와 어떤 논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최고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작심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김 의원은 “부문별 최고위원을 둔 것은 전통적 약자인 여성과 노인에 더해 새로운 사회적 약자로 대두된 청년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 이후 우리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년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한 혁신안이기도 했다”며 “전준위 결정을 재고해주시길 청년 대표로서 정중히 요청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당 전국청년위원회 홈페이지에서는 당의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 중이다. 대부분의 청년당원들은 “갑자기 웬 폐지냐. 당이 폐지한다고 하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냐” “의견청취는 했냐” “참담한 심정이다” “가뜩이나 청년당원들의 입지가 좁은 상황에서 무시하겠다는 처사로 보인다” 등 당에 대한 비난을 강력히 표출했다.

다만 이번 지도부 개편안에서 ‘지명직 2명’에 청년‧여성 등이 할당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선출직’과 ‘지명직’에는 위상과 대표성에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표의 권한만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어 절충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예정된 최고위원회·당무위원회를 거쳐 오는 1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전준위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해 아직까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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