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금융사 이미지 회복도 관건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지주체제 전환을 위한 주식이전계획서 승인을 결의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취임 6개월 만이다. 손 행장은 지난해 11월 채용비리 혐의로 사퇴한 이광구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우리은행을 이끌게 된 만큼 이미지 쇄신과 수익성 강화를 모두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받으며 행장 자리에 올랐다. 우리은행의 연내 지주사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손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시중은행 중 유일한 비금융 지주 체제…전환 절실
실질적 지주 체제 갖추기 위한 ‘사업 다각화’ 필요


우리은행은 지난 5월 20일 내부 검토를 통해 지주 체제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19일에는 이사회를 통해 지주 체제 전환을 위한 ‘주식 이전 계획서’ 승인을 결의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체제 전환에 나선 건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지주사를 해체한 지 4년 만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월 주총을 거쳐 내년 초 포괄적 주식 이전 방식으로 우리금융그룹 지주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자회사로 편입되는 주식 이전 대상 회사는 우리은행과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사로 알려졌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지주 자회사 추가 편입 여부는 지주 설립 후 검토된다.

‘우리금융지주’ 설립

손 행장의 과제는 지주 체제 전환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한 비금융 지주 체제로서, 비은행 및 글로벌 확대 제약 등 시장 경쟁에 불리한 측면이 있어 지주 체제 전환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예금보험공사가 아직도 보유한 우리은행의 잔여 지분을 털게 하고 완전한 민영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지주사 전환은 필수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의 주가가 그동안 투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오르면 잔여 지분을 팔고자 했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1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신한금융, 하나금융, KB금융지주는 4만~6만 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지주사가 아닌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아무리 고점이 높아져도 같은 기간 1만 원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손 행장은 주가 부양을 위해 취임 후 벌써 3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적극 사들였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우리은행 수장들이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면 결국 우리은행 최대 과제인 지주사 전환으로 이어진다. 공격적인 영업력을 보여주는 우리은행이지만 금융지주체제를 갖춘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그 성장 확대와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 당국의 지분이 지나치게 많고 그 입김에 휘둘릴 형편이다 보니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이런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돌아설 계기가 필요한데, 바로 지주사 체제 전환에 의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이다.

향후 우리은행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금융 당국의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인가는 한두 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우리은행은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해 내년 1∼2월 상장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하더라도 다른 금융지주처럼 실질적인 지주체제를 갖추기 위해 M&A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다른 금융지주들과 견주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증권과 보험사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되면 출자 여력은 기존 7000억 원에서 7조 원으로 10배 급증한다. 출자 여력이 증가하는 만큼 손 행장은 증권사,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사들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낡은 시스템 탈피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 비리에 연루되며 신뢰가 곧 생명인 금융사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기존 조직을 혁신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정감사에서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10월은 기존 임원 10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기였다.

비리의 결정적 단서가 됐던 인사 청탁 관련 문건이 애초 이 전 행장과 일부 상업은행 출신 임원들을 겨냥하고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만큼 계파와 관련된 잡음이 심했다. 이 전 행장 체제에서 지주사 전환 및 완전 민영화 등 주요 경영 사안이 제대로 진전되지 못한 것도 계파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손 행장은 취임사에서 ‘중심성성(衆心成成)’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며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면 불가능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일심전진 석권지세(一心前進 席卷之勢)’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해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말로 화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는 내부 갈등부터 제거해야 했다. 갈등의 주체인 ‘계파’라는 줄기는 그간 인사 과정에서 양분을 얻어 왔다. 특히 임원 인사는 매번 양쪽의 불만이 가장 크게 불거지는 지점이었다. 이곳을 손보기 위해 손 행장은 신임 행장 선임 뒤 가장 먼저 인사 혁신을 추진했다. 손 행장은 취임 이후 부행장급 이상 임원 11명 중 9명을 교체하는 대대적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임원 인사의 기준은 쇄신과 화합이었다. 이때 새로 승진한 임원 9명은 상업은행 출신 6명, 한일은행 출신 3명으로, 그동안 불문율로 여겨졌던 임원 인사의 동수 구성 관행이 깨졌다. 출신이나 연차가 아닌 능력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인사 시스템을 통해 20년 가까이 이어진 계파 갈등 문제를 잠재웠다.

또한, 우리은행에 따르면 손 행장은 취임 후 수시로 현장을 찾아 행원들 및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월 1일엔 전 임원과 영업 현장 직원 등 150여 명이 함께 산책을 한 후 레크레이션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공감 동행’ 행사를 진행했고, 지난 3월 16일부터 5월 말까지는 전국 54개 영업본부를 방문하며 일선 영업점 직원들을 격려하고, 행원·지점장 등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소통하는 ‘1일 지점장’ 행사를 이어 갔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20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18년 1분기 당기순이익 5897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며 분기별 경상이익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지주사 전환을 이뤄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온 손 행장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은행이 덩치를 키운다면, 그동안 다져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손 행장의 우리은행이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탈피하고, 이를 계기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