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 ‘반발’ 누구 위한 정책인지 ‘의문’ 증폭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현 정부의 오락가락 증세 정책에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개혁특위)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자 증세 ‘3종 세트’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6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방안’을 내놓으며 초고가·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나섰다. 청와대와 기재부, 특위가 국민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민감한 세법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의견 조율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靑 “재정특위 자문기구일 뿐…입법 통해 해결할 것”
野 “갈피 못 잡는 경제 정책에 시장 혼란만 극심”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3일 종부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임대소득세 등 부자 증세 ‘3종 세트’ 개편안을 마련해 기재부에 전달했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받은 기재부는 하루 만에 반발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1000만 원으로 낮추라는 특위의 권고안에 난색을 표한 것. 기획재정부가 4일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주택 임대소득 과세 기준을 강화하라는 재정개혁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은 민감한 세법을 두고 정부와 특위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재정개혁특위가 민간 중심의 자문기구이긴 하지만 대통령 직속기구인 데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당수 국민은 특위의 권고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런 특위의 권고안에 대해 정부가 하루 만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민의 혼란이 커진 것.

정부는 조세재정특위의 권고안 중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만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확대와 임대소득세 개편은 추가 공론화를 거쳐 추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증세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지만 금융소득과 임대소득까지 손을 댈 경우 전선이 확대돼 ‘세금폭탄’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김성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면서 “갈피를 못 잡는 경제 정책으로 시장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공론화를 그처럼 중시하던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이번 증세안은 비밀작전 하듯 밀실 행정을 펼쳤는지 의아할 뿐”이라며 “그 결과 대통령 직속 기구의 정책안이 정부 부처와 여당에 의해 거부당하는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부세와 공시지가의 급격한 인상 예고, 금융소득 1000만 원 과세 등으로 고소득자뿐 아니라 평생을 묵묵히 일해 온 은퇴자 삶의 질이 급전직하하는 현상이 우려됐다”며 “조세 정의 실현에 역점을 두었다는데 서민·중산층까지 증세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경고음도 울렸다. 결국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도 난색을 표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며 비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일 이번 혼선에 대해 “관행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제까지는 자문기구에서 권고안을 내면 그게 그대로 정부의 안이 됐다. 그렇지만 문재인정부의 이번 특위 같은 경우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로,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안을 만들어서 권고를 한 것이다. 누구도 그 기구에 과세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세권은 어디까지나 정부가 책임을 지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자문기구가 낸 안을 두고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를 하면서 여러 면을 살펴서 결정하고, 최종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부세 개편안만 우선 추진

기재부는 재정개혁특위 권고안 중 종부세 개편안만 우선 추진을 검토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개편 전후 종부세 부담 계산사례를 공개했다. 정부는 재정특위 권고안과 달리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한도를 90%로 정했다.

정부와 재정특위 모두 현행 80%인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5%포인트 올리기로 했지만, 정부는 2020년 90%가 될 때까지만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반면 재정특위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간 5%포인트씩 올려 2022년 100%까지 올리는 방안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인상 방침을 정한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뉜다. 주택의 종부세를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다주택자 6억 원·1주택자 9억 원)을 제외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을 곱해 과표구간을 찾아 해당 세율을 곱하면 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종부세 인상 방안을 담았다. 2년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5%포인트씩 올리고 과표구간별 세율을 0.1%~0.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세율 인상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또 다른 특징은 3주택 이상자에 대해 추가 과세안을 적용한 점이다. 주택 종부세 과표구간이 6억 원을 넘으면 0.3%포인트를 세율에 더한다. 정부안이 내년 세법에 반영되면 9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1주택자나, 합계 6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3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높아진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계산사례에 따르면 1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율은 그리 크지 않다. 기재부에 따르면 세액공제를 전혀 받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가 17억1000만 원(공시가격 12억 원)의 주택 하나를 가진 사람의 종부세는 연간 75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5만 원 증가한다. 시가 23억6000만 원(공시가격 16억5000만 원)이면 28만 원, 시가 34억3000만 원(공시가격 24억 원)이면 159만 원이 늘어난다. 시가 50억 원짜리 집을 보유한 사람도 1주택자라면 1357만 원에서 1790만 원으로 433만 원 가량 늘어난다.

반면 3주택 이상자는 경우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시가 17억1000만 원짜리 집을 가진 경우 3주택 이상자라면 현재 150만 원보다 9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시가가 23억6000만 원이라면 334만 원에서 507만 원으로 부담이 늘고 시가가 34억3000만 원이라면 773만 원에서 1341만 원까지 늘어난다.

하루 만에 뒤집힌 금융 과세 확대 안에 국민들의 혼란은 크다. 남은 과제인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임대소득세 역시 재정개혁특위와 정부의 입장 차이가 클 경우 더 큰 국민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에 대한 세 부담을 확대하려면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종부세 개편방안을 확정한 뒤 세법개정안에 담아 다음 달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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