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지연에서 비리 폭로까지…박삼구 회장의 욕심이 화 불렀나

박삼구(오른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일명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당초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이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준비하지 못해 항공편이 지연됐던 사태를 가리켰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납품업체 협력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해당 사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기내식 납품 업체 교체·대란 수습 과정서 갑질 의혹  
朴  “불미스러운 일 죄송…’갑질’은 아니다” 해명


현재는 아시아나 기내식 사태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또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발단의 원인 제공자 역시 박삼구 회장이라는 의심도 깊어지고 있다.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문제를 드러낸 것은 지난 1일, 자사 항공기에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항공기 이륙이 지연되면서 시작됐다. 기내식을 제공하는 계약 업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대체 회사를 찾지 못해 ‘기내식 대란’ 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업체인 게이트 고메 코리아 공장에서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해 생산라인이 일부 마비된 바 있다. 또 기내식 공급을 게이트 고메 코리아의 하청업체인 샤프도앤코가 맡으면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아시아나 기내식 업체 샤프도앤코의 처리물량은 1일 최대 3000명분이지만 아시아나항공 전체의 1일 기내식 수요량은 2만5000~3만 명분 안팎이나 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 항공사 기내식 공급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데다 평소 기내식 소화 물량을 9배나 초과하는 아시아나 기내식 전체 공급을 맡으면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납품업체 샤프도앤코의 협력사 대표가 숨지면서 기내식 공급 차질 파장이 확장됐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A사의 대표이사가 납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해당 사태의 단초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구상을 바탕으로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우호주주를 기내식 납품업체로 선정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심이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그룹의 자회사인 LSG스카이쉐프(LSG)로부터 15년 넘게 기내식을 공급받던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1일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로 공급처를 변경했다.

LSG는 지난해 9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계약 연장 조건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재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1500억~2000억 원어치를 매입하라고 강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LSG스카이쉐프는 해당 계약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을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신고했다. 현재 3차 현장조사가 진행 중이다. 1, 2차 조사에서는 모두 무혐의로 신고가 각하됐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LSG 대신 하이난그룹 자회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짜리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었다. 하이난그룹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을 한 것과도 해당 사태가 맞물린다는 진단이다.

금호홀딩스는 지난해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모회사인 하이난그룹을 대상으로 BW 1600억 원을 발행했다. 발행조건은 20년 만기, 표면 금리는 0% 무이자로 발행하는 등 파격적 조건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1600억 원을 투자받기 위해 기내식 납품 업체를 변경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조달은 박삼구 회장이 밀어붙인 금호홀딩스의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호홀딩스는 당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전방위로 자금 조달을 해 왔지만 9000억 원을 웃도는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이 힘에 부쳐 하이난그룹에 손을 벌렸다는 평가다.

대란의 원인이 최고경영자의 경영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박삼구 회장의 갑질 폭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경영진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고 나선 것과 관련해 이번 기내식 대란이 대한항공 ‘갑질 사태’와 비슷한 경로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박삼구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무엇보다 알짜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번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희생양으로 삼아온 박삼구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박삼구 회장을 향한 비판과 폭로전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으로 직원들이 무릎을 꿇어가며 사태를 수습하는 동안 박삼구 회장은 동문회와 같은 개인 일정에 나서며 직원은 물론 고객까지 기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주장도 더했다. 

한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공급 지연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의 원인 제공자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최고 경영진이라는 논란이 거세지자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삼구 회장은 “기내식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저희 협력회사 대표가 불행한 일을 당하신 데 대해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도의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LSG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해지한 이유가 1600억 투자 문제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지분이 적어 경영 참여에 제한이 있었고 원가를 공개해 달라고 했는데 LSG가 이를 거부하면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계약이)끝난 게 올해 6월이다. 새 파트너를 찾다가 2016년 중국 하이난그룹과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했다. GGK는 여러 조건에서 아시아나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지분율도 40대 60이고 경영 참여도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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