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물론 전자화폐·교통카드·전자티켓팅 기능까지“다양한 기능 불구하고 관련 인프라 미비해 효용성엔 의문”외국 솔루션 탑재로 내년 예정 카드 교체 늦어질 가능성도KT가 이달 초 스마트카드 ‘1’ts(원츠)’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사업부문 곳곳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어 관련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KT는 지난 4일 다기능 카드 ‘1’ts(원츠)’의 일반인 대상 회원모집과 함께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의 카드사업 진출이 별반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KT의 원츠가 주목받는 것은 이번에 KT가 시작한 카드사업이 차세대 카드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카드인데다 스마트카드 사업이 떠오르는 신규 사업으로 재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카드는 메모리 용량이 일반 신용카드의 수천배에 달해 카드의 기본 업무인 금융뿐 아니라 온라인 상거래, 교통, 통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카드 안에 집적회로(IC)칩이 내장돼 있어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와 달리 폭넓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킹, 도난, 복제 등의 보안 침해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카드 재발급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다양한 기능의 추가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카드 하나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번에 KT가 선보인 ‘1’ts(원츠)’도 ‘원&토털시스템(one & total system)’의 약자로 ‘카드 하나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스마트카드 원츠 사업에는 KT를 비롯해 BC카드와 LG카드·국민카드 등 신용카드사, 금융결제원(K-cash), 몬덱스코리아 등 전자화폐 관련사, KSNET·KOCES 등 VAN사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KT는 올해 말까지 6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하는 한편 PC카드 리더기 300만대 보급과 온라인 가맹점 1,500개, 오프라인 가맹점 10만개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05년 2,000만명, 2006년 이후에는 3,000만명까지 사용자를 늘려 모든 국민이 원츠를 하나씩 갖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전사적 역량을 이 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원츠에는 신용카드 기능뿐만 아니라 전자화폐, 교통카드, 사용자 및 공인 인증, 전자티켓팅, 개인정보관리 등의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제공되고 차후 사원증, 주민증, 의료보험증, 면허증 등 신분증과 병력, 자동차 이력 등 거의 모든 카드서비스를 추가로 담을 예정이다. 스마트카드, 아직은 시기상조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이번 서비스 개시를 통해 교통카드 시장 마무리와 금융권의 현금 및 신용카드 시장 도입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마트카드 업계에 시장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KT가 몇 가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국내에서 스마트카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사례가 없고 관련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효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시기상조론이 그것이다. 실제로 4개월 가까이 휴대폰 결제서비스인 모네타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도 6월 중순 현재 회원수가 5,000여명에 불과할 만큼 사업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업체들의 사업초기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사업주도권 쟁탈전 등을 벌이는 등 컨소시엄 업체간 협력 관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교통카드 전면교체를 확정하고 이에 의료보험, 주민등록증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 선정과 기술적 문제 등으로 당장 추진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KT의 원츠도 관련 인프라 등이 갖춰지는 올 연말 이후까지는 교통카드 등 극히 제한적 기능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마트카드 시장이 앞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겠지만 아직까지 도용·복제 방지 등 보안문제와 통합서비스로 발생할 부가서비스 이외에는 기존 카드와 별다른 특징이 없는 만큼 아직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업계는 이번 스마트카드가 개방형(Open Platform) COS(Chip Operating System)를 탑재, 필요한 기능을 애플릿(Applet)으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카드를 도입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에 KT가 국내 업체의 솔루션이 아닌 몬덱스의 멀토스(Multos)를 탑재, 국내 업체들의 개방형 COS 개발이 늦어질 경우 내년으로 예정된 은행들의 현금카드 및 신용카드사의 신용카드 교체 발급이 늦어지거나 시장을 외산 업체에 잠식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폐쇄형에서 개방형 COS로 전환, 이를 상용화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기술수준의 고려도 없이 이를 조기에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개방형 COS 개발 수준은 현재 시험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개발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산 제품에 잠식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KT, 직원=영업사원 이와 함께 KT의 자사 직원을 이용한 회원 모집 활동 등 무리한 사업추진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KT는 이달 초 원츠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영업부서 직원에게도 올 연말까지 1인당 150건 이상의 회원을 모집토록 각 지사 및 국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할당된 목표를 채우기 위해 가족은 물론 친지, 친구 등 연이 닿는 곳은 어디라도 원츠 회원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KT의 한 직원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회사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직원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하는 데는 반대한다”며 “회사측의 잇따른 강매 요구로 주위 사람의 눈총을 받는 것은 물론, 슬픈 얘기지만 집사람은 벌써 영업사원이 다 됐다”고 말했다.

KT노조는 상황이 이에 이르자 회사측에 이의 시정을 요구, 지난 16일 비영업부서 직원에 대한 원츠 회원가입 목표를 당초 150건 이상에서 40건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이의 수습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노사합의에 따르면 KT노사는 KT가 신규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원츠, 메가패스, 네스팟 등 3가지 상품을 ‘전략 상품’으로 지정, 연말까지 직원 1인당 원츠 40건 이상, 메가패스·네스팟 각각 5건 이상을 모집토록 했다. 이와 함께 ‘상품판매관련 노사합동협의회’를 구성, 운영위원회 조항에 사측의 강매발견시 1차 경고, 2차 지사(국) 매출액 감액 등의 인사불이익을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자사 상품을 판매토록 강매하거나 지시한 적은 없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회사 이익을 위해 회사 상품을 판매토록 독려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일부 직원들에 의해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극히 일부 직원에 국한된 문제로 결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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