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체제 공식 출범 1분기동안 1,800억 당기순손실 기록정부에 긴급지원요청후 직원 명퇴 유도등 고강도 자구책 마련그룹 계열분리 작업 일정기간 늦춰질 가능성 점쳐지기도지난 2월 공식 출범한 한진그룹의 조양호 체제가 잇따른 대외악재로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소폭의 흑자에서 올해 초 이라크전쟁에 따른 유가 및 환율 상승에 이어 최근에는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등으로 탑승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1,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지난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1,1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모처럼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불과 1년만에 다시 대규모 적자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이달 초 정부에 지원요청서를 제출하는 한편 회사 내부적으로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정부도 항공업계에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고려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그만큼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지난달 희망퇴직 형태로 2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시키는 한편 무급휴직제를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 실행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1조4,965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45억원, 당기순손실 1,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액은 4.7%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무려 767억원과 291억원씩 감소한 수치다. 전 분기(2002년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8%와 281억원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100억원 가량 증가,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을 1분기만에 벌써 700억원 가까이 초과했다.

또한 아직 실적 발표가 나진 않았지만 5월에도 여객탑승률이 4월의 58.7% 보다 2% 가량 떨어져 57%대에 머무는 등 예년보다도 20% 낮은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사스가 전세계, 특히 노선이 몰려있는 중국과 동남아에 집중적으로 퍼지면서 현재 항공업계가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아직 사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의 예상도 섣불리 하기 힘든 시점이며 성수기인 7월 이전에 사스가 가라앉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본격 여름 성수기인 7월 이전에 사스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공교롭게도 고 조중훈 회장의 타계 후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조양호 회장의 취임 초에 이처럼 경영실적이 악화된 데 대해 대외적 이미지 등을 고려,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역시 지난 99년 대한항공 사장으로 재직 당시 예상치 못한, 잇따른 대형 항공사고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대한항공 회장으로 좌천 아닌 좌천을 맛본 터에 취임 첫해 경영부진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대외악재로 조 회장이 취임 초부터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며 “항공업계 불황이 전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취임 첫해를 맞는 조 회장에게 이같은 결과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에서는 순풍에 돛단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한진의 계열분리 작업이 일정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지분분리가 거의 마무리된 금융부문을 제외하더라도 중공업과 해운 등은 어느 정도의 차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당초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항공·물류 등을 맡고 차남 조남호 부회장이 중공업을, 삼남 조수호 부회장이 해운을, 사남 조정호 부회장이 금융을 각각 맡는 4개의 소그룹으로 재편하기 위해 최근 계열사간 지분이동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보유중인 한진중공업 주식 200만주를 차남 조남호 부회장(한진중공업)에게 50만주, 한진중공업 우리사주조합에 150만주를 각각 매각하는 한편 조만간 한진중공업 주식 300만주를 추가로 시장에 매각할 계획을 세우는 등 지분을 7.92%까지 낮출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조남호 부회장은 한진중공업 지분 12.95%를 확보, 대한항공을 제치고 한진중공업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한진중공업도 계열사 지분 정리를 위해 동양화재 지분 3.32%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전량 처분했고, 이에 앞서 조남호 부회장도 지난 1월 말 보유중인 대한항공 주식 120만주를 (주)한진에 파는 대신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500만주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사들인 바 있다. 이렇듯 한진그룹은 최근까지도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 작업을 자연스레 진행해오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 중심에 서 있던 대한항공이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딘 움직임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가 됐다.

또한 완전한 계열분리를 이루기까지 공정거래법 등 필요조건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래저래 계열분리 작업은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다른 계열사 지분을 3% 이내로 줄여야 하고 상호지급보증 역시 완전 해소해야 한다. 특히 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대한항공은 다른 회사들에 대규모 지급보증을 서 왔기 때문에 이를 해소시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계열분리를 거의 마무리한 동양화재 등 금융부문과 비교적 순조롭게 계열분리가 진행중인 한진중공업을 제외하고 일단 삼남 조수호 부회장이 맡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는 조수호 부회장이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을 사들일 만한 여력이 없는 데다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 소그룹 상호간의 지분정리 작업은 차근차근 진행해오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경영악화로 계열분리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일부의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4일,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한진그룹을 세계 최고의 수송물류 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비전과 함께 그룹 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진그룹을 2010년 항공여객운송 세계 10위, 항공화물수송 세계 1위, 해상운송 세계 3위, 국내 육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었다. 재계 8위 한진그룹의 후계자로 선택된 조양호 회장이 최근 대외악재라는 어려움을 뚫고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한진그룹 4형제 계열사 분포

항공/육운
(조양호)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토파스
여행정보, 글로벌로지스틱, 항공종합서비스, 싸이버스카이, 칼호텔네트워크, 3개 부두운영사(부산,인천,포항). 제동레저 등 15개사

중공업
(조남호)

한진중공업, 한일레저, 한국중기 등 3개사

해운
(조수호)

한진해운, 거양해운, 싸이버로지텍 등 3개사

금융
(조정호)

동양화재, 한불종금 등 2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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