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BW로 파문을 일으킨 정몽규 회장과 현산이 지난 2000년 3월 현산의 하청업체 ‘GNT WORKS(옛 그루정보통신)’로부터 상납성 주식과 BW를 헐값에 인수한 후 시세차익을 올린 정황이 포착됐다. GNT는 교통감시시스템을 전문으로 개발·제작하는 코스닥 등록업체다. 정 회장과 현산은 기존 주식과 보통주로 전환된 BW에서 9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GNT에 따르면 2000년 1월 정몽규 회장은 이 회사의 대주주 이연재씨로부터 23만주를 주당 액면가 500원씩에 인수했다. 이와 동시에 현산은 GNT가 발행한 BW 50만주를 액면가에 인수했다. 이들 주식과 사채가 특혜성 의혹을 사는 이유는 주당 거래가가 액면가 500원이었다는 점 때문.정 회장과 현산이 주식과 사채를 인수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GNT는 몇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산업은행, UI투자자문, 큐더스 등 금융기관들은 주당 2,300원에 GNT의 주식을 사들였다. 2,300원은 당시 비상장사였던 GNT의 주식 평가액이었던 셈. 그러나 2개월 뒤 GNT의 주가는 GNT와 정몽규 회장, 현산에 의해 500원으로 주저앉은 것. 어떻게 이런 주식 거래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이것은 현산과 GNT가 업무상 하청관계를 맺게 된 대가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산은 2000년 당시 김해경전철 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GNT는 현산이 컨소시엄의 대주주였다는 점에 주목, 현산으로부터 경전철 구간의 감시장비 공사의 하청을 따내려 했다. GNT와 GNT의 대주주가 현산과 정 회장에게 주식과 BW를 헐값에 매각한 것이 상납성 성격이 짙은 것은 바로 이 때문. 그 결과 GNT는 현산을 상대로 헐값에 주식을 매각한지 8개월만인 2000년 11월 현산의 협력업체로 지정됐다.

현산측은 이에 대해 GNT로부터 주식과 BW를 인수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혜성은 아니라며 “GNT가 비상장사 시절에 했던 거래가 이제 와서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나 GNT의 설명은 다르다. GNT의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과 현산에 주식과 BW를 매각한 결과 현산으로부터 김해 경전철 공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정몽규 회장과 현산은 각자의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으로부터 뇌물성 주식과 BW를 인수한 것이다.정몽규 회장은 GNT의 대주주로부터 헐값에 인수한 23만주를 지난해 2월과 3월 모두 처분해 6억6,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현산도 올해 1월 BW 50만주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고 2월에는 주식을 모두 처분해 2억3,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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