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현재까지 미국에서 집계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만 해도 수백만 명에 달한다. 더불어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해 뉴욕 소재의 아파트나 주택에 거주해 본 경험이 있는 투숙객만 해도 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카셰어링으로 공유되는 차량 한 대는 개인 소유 차량 열다섯대가량의 상쇄 효과를 냈다는 보고가 있고 에어비앤비 투숙으로 뉴욕 호텔업계가 1박 기준 약 백만 개가 룸을 채우지 못한 손실을 빚고 있다. 값비싼 등록금을 치르는 대학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리게 만든 교육 분야도 역시 마찬가지다. 코세라, 유다시티, 에드엑스 같은 개방형 온라인 강좌에는 이미 수많은 학생이 등록해 있다.

서서히 진화해 온 강력한 기술 혁명은 2차 산업을 이끌었던 전기처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프로슈머(제품 개발 시 소비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를 양산해 냈다. 이른바 사물 인터넷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물류를 인터넷으로 결합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흐름을 짚어주고 응시하는 책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는 “사물인터넷 혁명은 2025년경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 영역에서 효율성 향상 및 생산성 증진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경제의 대략 절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미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한 ‘엔트로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저자는 ‘노동의 종말’을 통해 정보화 사회가 창조한 세상에서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아가 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저자는 “3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를 위한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1차 및 2차 산업혁명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공공 및 민간 자본의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역사 속 거대한 경제 혁명들은 결국 인프라 혁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또한 스마트 디지털 사물인터넷 인프라의 확대는 시장 경제와 협력적 공유사회 양면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생성하며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다시 안겨 주고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창조할 것이며,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언제나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되는 승수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책은 급변한 이 시대의 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전통적인 시장경제주의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더불어 정부와 기업, 비영리단체가 새로운 협동적 공유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재조정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알려준다.

또한 지난 300여 년 간 인류의 역사를 일구어 온 자본주의의 붕괴조짐을 시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테크 유토피아 비전을 제시한다. 기술과 경제,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저자는 사실 경제학, 국제관계학 외에 정식으로 과학 교육을 받은 바는 없다. 이런 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주장을 비판하거나,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과 현실 비판은 여전히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리프킨의 문명 비판에는 환경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문명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환경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육식에 대한 비판이나 생명 현상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생명공학이 21세기에 가장 크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학문이 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도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입각점 때문에 그는 반문명론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책을 접한 P2P 재단 창립자 미셸 보웬스는 “리프킨은 거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조직화에 수반되는 비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포착한다. 이로써 소규모 집단을 중심으로 한 전지구적 변화가 어떻게 휴머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선택하게 되는지를 그려 낸다. 우선 이 책을 읽고 환호한 후에, 시장과 국가가 공유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유사회 안에서 재배치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라”라는 서평을 남겼다.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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