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정 정통한 내부 관계자 추정

김정태 행장을 비방하는 이메일이 등장했다가 사라져 관심을 사고 있다.이메일은 A4 용지 3장 분량으로 ▲스톡옵션 행사 ▲컨설팅 용역비 ▲자회사 부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상 공격 포인트는 김정태 행장에 맞춰져 있다.국민은행 내부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비방문은 4월23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사내 노동조합 통신망에 올랐다가 경영진의 요구로 노조가 삭제했다. 이메일 작성자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이메일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는 한 관계자는 “은행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든 것이 분명하다”며 김정태 행장에 대해 꼼꼼히 파악한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메일 작성자는 내부관계자가 틀림없다는 결론이 도출되고 있다. 이는 김정태 행장 ‘흔들기’가 지금까지 관치금융과 직결됐다는 인식을 벗어난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흥미로운 것은 김정태 행장에 대한 비방 이메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합병하기 전인 지난 2001년 4월 총 4부로 구성된 김정태 행장 비방 메일이 금융부 출입기자들의 이메일을 타고 전파됐다. 물론 작성자는 밝혀지지 않았다.당시 이메일 작성자가 합병 전 국민은행 내부인이라는 얘기가 있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다.

문서 작성자는 스스로를 모 컨설팅 회사 직원이라고 밝혔으나 글의 표적은 김정태 행장이었기 때문에 은행 합병에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당시 이메일은 상당한 관심을 샀다. 은행 합병 과정과 정부, 은행장들의 동향을 매우 주도면밀하게 기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메일 작성자가 합병을 원치 않았고 합병을 한다 하더라도 김정태 행장이 통합은행장이 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는 점이다.이메일이 은행 통합이라는 대세를 꺾지 못했듯이 이번 ‘이메일 테러’가 김정태 행장을 낙마시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김정태 행장에게만 연거푸 터지는 이메일 사태에 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계 전반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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