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생명, 꺾기 대출했다 된서리 맞은 내막

20억 대출요구 회사에 20억 더 대출 종업원 퇴직보험 강요 문제의 회사 부도나자 대출금 못받고 보험금 주고 ‘이중고’‘‘


꺾기’대출도 상대 골라가며 해야 한다’현금을 빌려주며 채무자로 하여금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일명 ‘꺾기’대출 방법을 써먹었던 대신생명이 낭패를 당했다. 금융권에서 흔히 일어나는 꺾기는 금융사가 대출을 해주며 자사의 증자에 참여하라고 하거나 이번 경우처럼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채권자와 채무자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꺾기는 그러나 상대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한 다음에 해야 할 것 같다. 대신생명은 지난 99년 법정관리 중인 SKM에 꺾기대출을 했다가 최근 수십억원을 날릴 상황에 처해졌다.내막은 이렇다.지난 99년 12월 SKM은 대신생명으로부터 20억원을 대출 받기로 했다. 그러자 대신생명은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SKM에 따르면 대신생명은 당초 요구액보다 20억원이 많은 40억원을 대출해줄테니 20억원을 종업원퇴직적립보험에 들라고 요구했다.

‘꺾기’를 강요한 것. 대신생명 입장에서는 대출 이자를 확대하는 한편 보험영업까지 올리는 ‘꿩 먹고 알 먹기’였던 셈이다.SKM은 대신생명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해야만 했다.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SKM은 99년 처음으로 3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한편 전년에 이어 196억원의 적자를 냈다.그런데 2000년 11월 SKM의 돌연 부도로 대신생명은 낭패를 입게 됐다. SK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대신생명의 40억원대 대출금은 정리채권으로 전락한 것. 게다가 법원의 권고로 전체 채권 중 60%는 채권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으로, 40%는 5년 거치 후 5년 분할상환이라는 최악의 조건을 억지로 수용했다.대신생명의 비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2년 1월 SKM의 노동조합이 총회에서 퇴직적립보험 해지에 대해 의결을 거쳐 대신생명에 보험금 환급을 요구한 것.

고객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요구였으나 대신생명으로서는 채권 회수에 10년이 걸리는데다가 멀쩡한 현금까지 물어주게 생겼던 것이다.대신생명은 SKM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SKM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일 재판부는 SKM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대신생명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다.대신생명은 이 결과로 얼마전 새 주인으로 맞이한 녹십자에 본의 아니게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지난 4월 ‘녹십자생명’이라는 신설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대신생명은 녹십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녹십자가 이수화학을 제치고 대신생명을 인수할 수 있었던 데는 이수화학의 대주주가 인수자 자격 논란에 휩싸인 것도 일부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인수가 끝나자마자 닥친 이번 패소로 녹십자는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물론 녹십자는 소송 계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녹십자는 내부적으로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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