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공분’을 일으켰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2급)이 최근 재차 화제가 되고 있다. 나 전 기획관은 2016년 7월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3개월 만에 ‘파면’ 결정이 났다. 이에 그는 중징계라고 불복 소송을 내 올해 초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파면에서 ‘강등’으로 한 단계 낮춰졌다. 하지만 나 전 기획관은 재차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에 강등 징계를 감경해 달라고 재차 심사서를 냈다. 당초 그는 ‘퇴직연금’을 받기위해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다시 징계 수위를 낮춰 달라는 요청을 한 이상 ‘복직’과 더불어 ‘명예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교육부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 ‘파면’에서 ‘강등’… 복귀 임박해 또 인사소청 투쟁 돌입
 

지난 3월17일 “민중은 개, 돼지”라는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였다가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관이 정부를 상대로 낸 파면불복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복직이 가능하게 됐다. 교육부는 당초 나 전 기획관의 승소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었지만 법무부 국가송무상소심의위원회가 1, 2심 판결을 뒤집기 힘들다고 판단, 상고 불허 방침을 통보해 2심 판결을 수용했다.
 
일단 교육부는 ‘파면이란 징계는 지나치게 무겁다’는 판단에 따라 나 전 기획관을 복직시킨 뒤 적절한 수준의 징계를 정할 방침이다. 나 전 기획관은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그는 지난 2016년 7월 경향신문사 기자 연세대 후배 와 저녁 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라는 발언을 했고 경향신문이 이를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 요지를 보면 “어차피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개, 돼지들을 먹여 살리지 않느냐, 사회가 합리적으로 굴러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신분 차는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미국과 같은 사회적 신분제가 필요하다. 세상은 처음부터 불공평하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민중은 그저 먹고살게 해 주면 그만이다”였다.
 
행시 36기로 승승장구...
공직 떠날 위기
 

그는 보도가 이뤄진 직후, “취중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을 했지만 파면 결정을 넘지는 못했다. 행시 36기로 교육부에서 승승장구하는 그는 설화에 휩싸여 공직을 떠날 운명에 처했다.
 
당시 발언을 하게 된 모임은 교육부 출입을 하는 연세대 출신 후배와 가진 저녁 모임의 자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연세대 후배인 경향신문 부장과 교육부 출입 기자 한 명, 그리고 교육부 대변인, 공보관 등 5명이 모였다.

학교 선후배 자리인 데다 재학 시절 같은 수업을 들었던 인연 때문에 식사 자리가 어떠했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 전 기획관·대변인·경향신문 부장 3명은 같은 대학 선후배 지간이다.
 
문제의 ‘개·돼지’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그 발언 이후 선후배 사적인 자리는 기자와 취재원 등 본연의 공식적인 자리로 돌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나 전 기획관의 후배이자 경향신문 부장은 보도 이후 7월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분이 하신 말씀이 사실 국민 정서와 상식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신분제를 공고히 한다 이 말도 사실 헌법에 위배되는 발언이다”며 “그런데 다른 자리도 아니고 우리나라 교육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이 교육부 간부가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보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격차나 불평등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엄격한 잣대를 가져야 할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는 거는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적인 보도 가치가 있다.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해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전 기획관은 당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보도이후 경향신문사가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경향신문 부장이 “개인적인 생각이어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이 고위 공직에 계시는 것이 저희는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이에 교육부 대변인은 “제가 너무 죄송스럽고 그래서 이거는 정말 순수하게 아까 그 뒤에 부분은…개인적으로 이야기로 하시고 정리하시는 것으로…”라고 답했다.
 
재차 경향신문 부장은 “개인적인 이야기가…만약에 공직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누군지 알고 계신 상태에서 지금 얘기를 하셨는데…저를 뭐 너무 가볍게 생각하셨든지”, “별로 그 문제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시죠 지금? 예?”라며 재차 해명을 요구한다.
 
그러자 나 전 기획관은 “아니, 그러니까 저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안했습니다…경향신문 부장으로 계시는 걸 제가 잠깐 망각하고 편하게 대했다고 그렇게 생각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답한다.
 
‘민중은 개돼지’ 등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도 나 전 기획관은 개인적 생각이었다면서 “거기(영화 ‘내부자들’ 지칭)에 그 어떤 언론인이 이야기한 내용이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그냥 제가 인용한 거예요”라고 해명했다.
 
파면·해임 면했는데 소청심사 신청 왜
 
‘개·돼지 발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2급이던 나 전 기획관의 징계는 소속 부처가 징계를 결정할 수 없어 인사혁신처에 송부됐다. 이후 인사혁신처는 중앙징계위원회를 개최해 그해 10월 3개월 만에 파면으로 결정했다. 공무원의 징계수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이상 중징계)과 감봉-견책(이상 경징계) 순이다.
 
파면은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최대 높은 수위의 징계다. 공직을 떠나야 하며 5년간 공직 재임용도 제한되고 무엇보다 공무원연금도 50% 깎이게 된다. 나 전 기획관은 이에 파면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1, 2심에서 “파면 해임은 과하다”며 나 전 기획관의 손을 들어줬다. 해임은 파면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공직을 떠나야 하지만 연금 삭감비율은 25%로 줄어든다.
 
결국 나 전 기획관은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의 재의결을 거쳐 지난 5월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강등 처분을 받았다. 강등은 직급을 한 단계 낮추고 3개월간 직무에서 배제하는 징계다. 교육부는 나 전 기획관의 직급을 고위공무원에서 부이사관(3급)으로 한 단계 낮추고 직무에서 배재해 왔다.
 
그런데 나 전 기획관은 3개월간의 직무배제가 끝나가자 이번에 다시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신청했다. 소청위는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기각·감경·취소 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엔 결정 기한은 한달 더 연장할 수 있다.
 
소청위는 “파면·해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나 전 기획관의 징계수위를 강등으로 낮춘 만큼 60일 전에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8일께 소청심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 중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소청위 측에서는 “만약 소청위에서 징계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각 결정을 내리고 해당 공무원은 이에 불복하면 2차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각 결정이 날 경우 나 전 기획관은 부이사관으로 복직해야 한다.
 
나 전 기획관의 소청 투쟁에 대해 교육부 내에서는 “공직 복귀보다는 명예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송 초기에는 파면을 당할 경우 퇴직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해 퇴직금 보전을 위해 소송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많았다.
 
하지만 강등으로 징계수위가 낮아져 퇴직금을 다 받을 수 있음에도 소청을 또 제기한 것은 공직 복귀보다는 명예 회복에 더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공직을 떠난 이후 전직 직급에 따른 업계 예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사후 보장 차원이라는 해석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나 전 기획관 복직에 “청소부로 복직해야” 청원
 
한편 나 전 기획관이 강등 결정에 따른 국민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3월 초 복직 결정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0여 개가 넘는 청원글이 올라와 복직 반대의 뜻을 밝혔다. 나 전 기획관에 대해 복직 반대 게시글이 도배를 하자 한 게시자는 “청원글이 너무 많으니 청원 그만 등록하시고 하나로 통일하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가장 최근 나 전 기획관 관련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은 “교육부 나향욱 전 행정관을 파면시킬 수 없다면 청소부 시켜 주세요”(2018.07.10.) 글이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해당 부처에서 겨우 2급에서 3급의 강등이라니 파면을 시켜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다면 말단 청소부를 시켜야 한다”며 “명예 회복은 3급인 고위공무원의 직책으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말단 청소부로 교육부의 귀감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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