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상승에 이은 국민 생활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연히 자영업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기 퇴근에 따라 도심 상권은 다소 주춤한 반면 각 지역의 골목상권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의 증가로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각 지역 상권에서 소확행 소비자를 겨냥한 대박 점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저임금 상승이 불러온 대형 점포의 수익성 하락은 주 52시간 근무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창업자들은 창업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골목상권 창업 성공사례를 통해 변화하는 창업환경에서 골목상권 소확행 소비자를 공략하는 성공전략을 살펴본다. 

“싸고, 맛있고, 믿고 먹을 수 있는 메뉴로 고객 유인”

골목상권의 특징은 수요가 대중적인 업종,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점포가 많다는 점이다. 상권이 작은 지역에서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충분히 감안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도심에서 늦게까지 노는 문화 대신 동네에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과 작은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소확행 소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이들을 겨냥한 점포의 장사가 잘되고 있다.

닭발전문점 ‘본초불닭발’은 소확행 고객을 겨냥한 업종으로 올해 들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100호점을 돌파하고 올해도 점포가 많이 늘었다. 이 회사는 11년 전 창업할 당시부터 골목상권을 타깃으로 하는 메뉴와 점포 운영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특히 근자에 이르러 동네 소확행 소비자를 겨냥한 영업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닭발은 동네마다 마니아 고객이 많은 음식이다. 게다가 가격 또한 저렴해 소주 한 잔에 작은 행복을 즐기고자 하는 중산층과 서민 음식으로 각광받아 왔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본초불닭발은 메뉴와 가격 포지션을 정해 소확행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일인당 객단가가 1만5000원을 넘지 않도록 하면서 특히 위생적인 면에서 가심비 높은 메뉴를 완벽하게 개발하고 골목 소확행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복고풍 업종도 인기    

본초불닭발 서울 수락산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덕 씨(45)는 주택 및 아파트를 배후로 두고 있는 골목상권에서 소확행 점포로 성공하고 창업 사례다. 33㎡ 규모의 작은 점포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임대료 80만 원의 소자본 창업으로 월평균 순이익은 500만 원 남짓 되는 알짜 점포다. 말 그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고객을 사로잡은 ‘작지만 강한 점포’인 셈이다. 김 씨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나 홀로 창업’으로 인건비가 적게 들고, 홀과 테이크아웃 및 배달 매출이 골고루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피크 타임에만 아르바이트 한두 명 쓰고, 배달은 배달대행업체에 맡기면 된다.

그는 “15 가지 모든 메뉴가 본사에서 100% 손질하고, 수제 직화로 구운 후 완제품 형태로 공급받기 때문에 점포에서는 진공 포장을 뜯은 후 데우기만 하면 돼 인건비를 절감하는 나 홀로 창업이 가능했다”며 “단골 고객의 입맛에  식상하지 않게 신 메뉴도 수시로 출시하고 있는 점도 동네 상권의 성공 포인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출시한 황토가마구운치킨, 뚝배기닭볶음탕은 매운 소스 맛의 닭발을 잘 못 먹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장기불황은 소비자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창업시장 역시 과거 한때 유행했던 업종이 다시 살아나는 복고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명 레트로 업종이다. 서울 논현동 지하철 강남구청역에서 다소 떨어진 뒷골목에 위치한 냉동삼겹살 전문점 ‘대삼식당’은 연일 만원이다. 간판도 잘 보이지 않고, 잘 찾기도 힘든 골목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곳은 99㎡ 정도 규모의 점포에서 평일 주말 휴일 가릴 것 없이 줄 서서 먹는 대박집으로 소문나 있다. 냉동삼겹살 일인분이 1만 2000원, 된장찌개는 7000원이다. 고기를 먹은 후 밥 한 공기를 2000원에 볶아준다. 고객들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된장찌개에 볶음밥까지 먹으면 완벽한 소확행을 느낀다.

이 곳뿐 아니라 최근 골목상권 곳곳에서 냉동삼겹살집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한국인들이 좋아했던 메뉴 중 하나인 냉동삼겹살과 된장찌개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최근 미세한 바람이 불고 있는 복고주의가 극심한 불황으로 인해 가격파괴 냉동삼겹살 전문점 창업 붐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도 소확행 

전통시장에서도 소확행 고객을 겨냥한 점포가 뜨고 있다. 서울 목4동 전통시장인 목사랑시장 내에 있는 수제칼국수&김밥 전문점 ‘홀로칼국수’는 싸고 맛있고 식재료 품질이 좋은 김밥과 칼국수를 즐기려는 소확행 고객들로 넘쳐난다. 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들, 그리고 인근 주민들과 중고등학생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이 점포의 이영희 사장은 “혼자서도 부담 없이 들르라는 의미에서 상호를 홀로칼국수로 지었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인 수제칼국수는 3500원, 김밥 한 줄은 2000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맛과 푸짐한 양, 식재료 품질은 경쟁력이 높다. 칼국수 육수는 멸치와 해물로 우려내고,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김밥 역시 품질 좋기로 소문난 오대쌀로 만든다.

가격과 맛, 식재료 품질까지 모두 소확행을 누리려는 고객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고 있다. 요즘 말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이영희 사장은 “하루 평균 80~1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일어나는데, 아르바이트 두 명만 채용해 운영하고 있어 순이익이 높은 편”이라며, “맛집으로 소문 나 방송에서도 촬영을 올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자본 창업자들이 많이 찾아 와 일정액의 기술 전수비를 받고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전수창업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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