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현장 조사 나간 날, 뜻밖의 수확?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0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경기 파주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를 현장조사했다. 이날 특검팀은 현장에 있던 쓰레기봉투 더미에서 뜻밖의 수확물을 찾았다. 쓰레기봉투에는 핸드폰과 유심카드가 들어 있었다. 특검팀은 드루킹 김모씨가 이끌던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수받았다. 경찰의 두 차례 압수수색 이후에 새로운 증거가 나오자 부실 수사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드루킹 댓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사는 답보 상태다. 그런 가운데 뜻밖의 수확물을 찾은 특검팀은 수사를 반전시킬 수 있는 ‘스모킹건’이 아닌가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공모 쓰레기’ 건물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특검
드루킹 진술 신빙성 확인 위해 김경수 지사 소환 예정


느릅나무 출판사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의 사무실이다. 일명 ‘산채’라 불리며 사실상 아지트로 사용된 곳이다.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댓글 조작을 확인했다’는 드루킹 측 주장의 진위와 범행 현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경공모가 버린 쓰레기
핸드폰 21개 유심카드 53개


특검팀은 출판사가 입주한 건물의 주인으로부터 사전 양해를 받은 뒤 오후 2시부터 건물 내부를 조사했다. 앞선 수사 단계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경찰 관계자와 함께 범행 현장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수사팀 관계자 1명이 건물 1층 카페 앞에 쌓여 있던 쓰레기봉투 더미를 발견했다. 이 관계자는 쓰레기봉투에 담긴 내용물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서 발견된 것은 휴대전화 21대와 유심카드 53개가 담긴 종이 상자였다. 휴대전화는 구형 휴대전화를 비롯해 초창기 버전의 스마트폰 등이 섞여 있었다. 유심카드 53개는 고무줄로 묶여 종이상자에 담긴 채 쓰레기봉투 안에 담겨 있었다.

특히 유심카드의 경우 발견 당시 칩은 빠져 있는 형태였고, 경공모 회원들로 추정되는 닉네임이 일일이 펜으로 적혀 있었다. 다만 카드마다 개별적으로 부여된 일련번호 등은 그대로 남긴 상태였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뜻밖의 ‘수확물’에 놀라 건물주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쓰레기 처리를 부탁받았다”고 답했다.

앞서 건물주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건물에서 빼줄 것을 경공모 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6월 15일부터 17일 사이 건물주는 ‘사무실을 빼고 남은 쓰레기들을 1층 카페에 모아두고 퇴거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건물주에게 연락한 자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은 추가 확보한 휴대전화와 유심카드가 경공모 회원들 댓글 공작에 사용된 대포폰일 것으로 보고 분석 중이다. 

하지만 쓰레기봉투 더미가 외부에 쌓이게 된 과정은 풀리지 않은 의문점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건물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자체가 압수돼 당시 상황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휴대전화와 유심카드 등이 쓰레기봉투 더미 안에 버려진 상태로 방치된 점에 비췄을 때 소유권이 포기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건물주로부터 임의제출을 받는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적법한 절차이기 때문에 증거능력 부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유심카드 등에 적힌 닉네임과 일련번호 등을 확인해 가입자 인적사항 등을 먼저 확인할 계획이다. 쓰레기봉투 더미가 쌓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차후로 미루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휴대전화 21대·유심카드 53개 등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추가 증거가 무더기로 발견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수사에서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자료들을 누가, 언제, 왜, 이곳에 버렸는지 등을 밝히려는 취지다.

드루킹, 특검에 
‘폭탄 선물’ 안겼나?


특검팀은 유심 카드에 적혀진 일련번호를 확인하고, 해당 통신사 3곳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2일 자료를 확보했다. 가입자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SK·KT·LG 주요 통신사 중 1곳이 영장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현재 ‘드루킹’ 김 씨는 특검팀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 거론했던 ‘폭탄 선물’을 내놓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검팀은 드루킹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드루킹이 김 지사와의 관계, 만남 횟수 및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드루킹은 지난 5월 18일 한 언론사에 보낸 ‘옥중편지’를 통해 지난 2016년 9월 김 지사가 자신의 경기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로 찾아왔고, 다음 달 킹크랩 프로그램의 초기 버전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킹크랩은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IP 변동, 인터넷 정보 조작, 사용자 정보 등 기능이 담긴 통합 프로그램으로,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은 또 김 지사가 사실상 댓글 조작 범행을 승인했고, 이후 상황도 보고받아 왔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다음 해 초까지 김 지사와 수차례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게 드루킹의 주장이다.

드루킹은 이같이 옥중편지에서 밝혔던 입장과 유사한 취지로 특검팀에 진술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검찰 수사 단계에서 내놓지 않았던 진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드루킹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수사 검사에게 “폭탄 선물을 드리겠다”며 김 지사가 댓글 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를 거절했고, 드루킹은 옥중편지를 통해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드루킹은 검찰의 추가 소환 조사에는 응하지 않고, 특검팀에만 출석해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자신의 제의를 검찰이 거절하자, 특검팀 쪽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핵심 피의자이자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드루킹의 이 같은 주장과 진술을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 다만 김 지사에 대한 조사 없이 드루킹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검팀은 그간 경공모 회원 다수를 피의자·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계좌거래 내역 및 통신기록 분석 등을 통해 드루킹의 진술 진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상대편 당사자인 김 지사 소환조사를 가장 핵심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양쪽의 주장을 모두 들은 뒤 물적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진위를 확인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지사의 특검팀 소환이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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