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에 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했고, 관철시켰고 결국 국민경선제에 의해 희생됐다. 남다른 회고가 있다면.▲개혁을 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그 개혁을 외쳤던 사람이 먼저 희생양이 되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국민경선제는 4년 내내 앞장서서 주장을 해 왔던 것이다. 내가 ‘십자가’를 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정치발전을 위해 향후에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제도이다.
- 다른 의원들처럼 얼마든지 경선을 피할 수 있지 않았나.▲우리당 내부에서 6곳을 국민경선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나만 유일하게 수용했다. 국민경선을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 아닌가.
- 선거인단 선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처음으로 시행하다보니 문제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1,000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자체가 어려웠다. 게다가 구성한 선거인단 300여명 중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고, 열린우리당 주요 지지층인 20~40대는 거의 없었다. 물론 그런 문제점이 있기는 했지만 향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승복 의사를 밝혔는데.▲그 동안 한국의 정치는 반칙과 불복의 역사였다. 정치의 새 출발은 선거에서 졌을 때 승복하는 데서 비롯된다.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국민경선 제도의 초석을 놓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경선 승복은 사실 당연한 것인데 우리 정치에 불복 사례가 너무 많다보니 색다르게 보일 뿐이다. 내가 희생양이 돼 경선 불복문화를 없앤다면 정치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민주정치의 확립, 당내민주화, 국민경선제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이 김 의원이 탈락한데 대해 “젊고 개혁적인 정치인이 이벤트 정치에 희생당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과거에 함께 민주당에서 생활하면서 개혁적 활동을 함께 해왔던 선배 의원으로서의 후배에 대한 ‘애정어린 논평’으로 보인다. 다만 ‘이벤트정치에 희생됐다’는 부분은 국민경선 시행초기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면 된다.
-16대 입성할 당시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으로서 현역의원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이 자리까지 왔다. 당시 선거상황을 회상한다면.▲아무도 나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상대 후보자와 지지도 차이가 10% 이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었을 때는 5,000표 이상 앞선 결과가 나왔다.시대 흐름이, 이름하여 ‘386세대’ 바람이 불고 있었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가 지금만큼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가 기자출신이었다는 부분이 ‘깨끗한 정치’를 원하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맞아 떨어져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한다.
- 언론사 출신 국회의원이다. 최근들어 언론사 출신들의 정계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언론인 출신의 정계진출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국회의원의 직무로 봤을 경우 가장 유사한 전문분야가 언론계가 아닌가 한다. 언론인은 사회정의와 공익의 잣대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의 직무도 그 연장선상 아니겠는가.다만 정계진출의 도구로 언론계를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언론계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서 국회의원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지난 4년간 정치개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과거 민주당 시절 개혁의원모임인 ‘새벽21’을 주도 하면서 당 총재직 폐지, 당정분리, 국민경선제 도입을 최초로 관철시켰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두 번째로는 50년 동안 금기시되었던 북파공작원 문제를 4년전 국회에서 처음으로 문제제기했고, 지난 1월 8일 북파공작원 보상과 예우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는 성과를 낳았다. 북파공작원들이 유공자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명예회복해 준 부분은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낄 부분이다.
- 정치인이기 때문에 겪는 아쉬운 점이 있는가.▲의정활동과 관련 크게 후회스러운 것은 없다.다만 언론과 지방의 균형적 발전, 지자체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제기됐던 지역신문발전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으나 마무리를 못했다. 또 통일국호 ‘COREA’되찾기 운동을 벌였으나 아직까지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 정치인으로서 소신과 철학이 있다면.▲ ‘조국통일을 준비하는 국민정치인’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나의 소신과 철학이 다 들어있다. 또 나 자신을 평가할 때 진보적 자유주의자, 인도적 평화주의자, 진보적 민족주의자라고 본다. 그 때문에 ‘햇볕정책 지킴이’라는 애칭을 소중히 여긴다. 그 결과 대북송금특검을 반대했고, 당론에 반하는 것이지만 파병문제에서는 여전히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명분없는 침략전쟁에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원직을 걸고라도 내 소신을 꺾지 않겠다.
-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불신의 벽을 깨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에 달했다. 물갈이 정도가 아니라 정치권 자체를 들어내는 판갈이 혁명이 필요하다고 본다.또 우선 필요한 것은 승복의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부를 흔들어대는 모습은 대통령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불복의 정신이 깔려 있다고 본다. 그래선 안된다.둘째,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완전히 끊어야 한다.부정한 정치인은 모두 사법처리해야 하고 부패정당은 해체해야 한다. 또한 부정한 정치자금은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 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무엇을 할 것인가.▲당에서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지 않겠느냐’, ‘비례대표를 할래’라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전혀 그런 생각 없다. 그것을 수용하는 자체가 또 다른 방식의 ‘경선 불복’이다. 당에서 총선과 관련 홍보나 기획으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다. 당의 승리를 위해 뒤에서 힘을 보탤 것이다. 또 정동영 의장이 ‘국민경선제 지킴이’를 맡아달라고 제안해 온 만큼 감독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임기 후 배낭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들었다. 이유는.▲시베리아에 다녀올 계획이다.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돌아가는 만큼 그동안 잃었던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한 껏 누리고 싶다.
- 여행을 다녀온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통일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크다.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펼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