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대주주인 대우종합기계가 지분 매각에 본격 나서면서 KAI 매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최근 대우종합기계의 지분 인수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최준집 대한항공 상무는 “KAI의 공동 대주주사 중 하나인 대우종합기계가 지분매각과 관련해 제의를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지분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99년 항공부문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KAI가 대한항공에 매각될 경우 국내 항공우주산업계는 1개사로 단일화될 전망이다.

KAI는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과거 항공 3사의 과당경쟁으로 항공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3사가 빅딜을 통해 동등지분으로 총 2,892억원을 출자해 99년 10월 출범(자산 1조500억원 규모) 한 항공부문 통합법인이다. 당시 통합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참여를 거부한 바 있다.빅딜 당시 지분 참여에 불참했던 대한항공이 KAI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한항공의 민수사업 부문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와 3사 공동지분 구조에 따른 방만한 운영 가능성 우려로 ‘하루빨리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지분 일부는 보잉 등 외국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지분 매각에 앞서 증자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도 올 초 대우종합기계와 현대차 등 대주주에게 지분 인수의사를 전해왔으나 헐값을 제시, 대주주들이 제안을 거부했었다. 최 상무는 “KAI 인수와 관련 KAI의 경영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KAI가 부실을 걷어내야 보다 구체적인 인수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KAI는 서산공장과 부실사업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그러나 여전히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서는 등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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