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IMF 체제 때보다 더욱 어렵다고 야단이다. 수출도 안 되고 내수도 침체하니 믿을 구석이 없어졌다고 한다. 시중의 경제민심이 극도로 악화되어 ‘참여정부가 뭘 하고 있느냐’고 꾸짖는다.소문을 듣고 보니 우리경제가 모델로 삼고 싶어 안달이던 일본경제와 독일경제도 형편없다고 한다.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다시 ‘잃어버린 20년’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독일경제는 아예 구제불능으로 ‘망해가고 있다’고 한다. 두 나라 선진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았던 경제도 방심하면 극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귀중한 교훈이다.독일경제가 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이다. ‘라인강의 기적’을 배워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 우리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70년대를 고비로 독일경제는 ‘유럽경제의 중환자’라거나 ‘반 자유경제의 말로’를 보여준 샘플이라고들 빈정거린다.경제학자들은 미국 자본주의와 유럽 자본주의를 비교 설명하면서 독일경제가 망하는 것은 필연이라 주장한다.

얼굴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이지 복지와 분배에만 치중한 ‘사회적 자본주의’로 더 이상 희망이 없어졌노라고 해석한다. 아울러 독일경제에 심취한 일부 학자출신들이 참여정부의 책임위치에 올라 앉아 우리경제를 ‘사회적 자본주의’로 이끌려 시도하면 어쩌나 싶다.대체로 독일경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다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노조의 천국에다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얻고자 노력할 필요가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독일경제가 이토록 절망적인 상태로 악화된 배경에는 크게 4가지의 암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교육시스템의 낙후성, 기업의 의사결정 지연, 과다한 복지지향 등이 주범이라는 뜻이다.이 가운데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로 꼽힌다. 노조와 노동법원이 막강하여 단체협약은 강제되고 노동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또 실업자들은 구태여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기 보다 실업수당과 생활보호 혜택에 의존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정부는 ‘실업자의 어버이’로 불린다.반면에 기업은 노동자의 경영참여로 중요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비효율적이라 글로벌 경쟁력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또 교육부문은 70년대 이후 시스템이 몰락하여 ‘경쟁없는 교육’을 세금으로 끌어간다. 교수와 교사의 신분은 철저히 보장되고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개인부담 없이 전액 세금으로 유지된다.과거 노벨상의 45%를 독일학자들이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적 경제학자나 철학자도 없고 명문대학도 없어졌다. 그러니 독일경제를 발전시킬 글로벌 경쟁력 있는 인재가 양성될 턱이 없다. 결국 독일경제는 과다한 분배와 복지정책으로 ‘경제 민주화의 꽃’을 피웠다고 자랑했지만 어느새 성장잠재력을 몽땅 소진시키고 중환자로 판명된 것이다.우리는 ‘라인강의 기적’이 이렇게 비참하게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독일경제가 망하고 있는 현실을 교훈 삼으면 우리경제는 다시 부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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