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위장소유 논란

쌍방울의 옛 오너 일가가 전북에 소재한 한 골프장을 위장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산컨트리클럽(이하 익산CC)’의 노동조합(위원장 민효준)은 “쌍방울의 창업주 이봉녕 전회장의 둘째 아들 이의종씨가 익산CC의 실제소유주라는 정황이 있다”며 현경영진에 사실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의종씨는 (주)쌍방울 전대표이며 석탑건설, 이리CC(익산CC의 전신)를 경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쌍방울을 비롯해 석탑건설, 익산CC 등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상실한 상태다. 그런데 익산CC에 대해서만큼은 그가 아직 실소유주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쌍방울 전대표 이의종씨, 계열사였던 익산CC 실소유주”골프장 관리업체 전사장이 해임조치에 앙심품고 폭로 나서


이의종씨가 오너로 있던 석탑건설과 익산CC는 외관상으로 이씨의 소유가 아니다. 두 회사 모두 과거 쌍방울그룹의 계열사. 석탑건설은 지난 97년 10월 부도처리됐고 익산CC는 석탑건설과 함께 동반 부도처리됐다.이씨가 ‘덕원관광개발’이라는 부동산 관리 회사를 통해 지배하던 익산CC는 부도와 함께 채권단 결정에 따라 법원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익산CC는 99년 1월18일 ‘대원개발’이라는 관광업체에 350억원에 낙찰됐는데 대원개발은 지금까지 익산CC를 관리·운영하고 있다.대원개발의 설립일은 99년 1월12일. 시기상으로 익산CC 인수를 위해 개개인들이 급히 출자해 만든 회사라는 인상이 짙다. 이때 대원개발의 임원 현황을 보면 손모 사장을 비롯해 이사로 또 다른 송모씨, 박모씨, 최모씨와 함께 김모 감사 등으로 구성됐다.그러나 올해 3월말 사장 손모씨가 해임되고 박효수씨가 현대표로 취임한다. 박효수 사장은 프로야구 구단의 하나였던 쌍방울 레이더스에 7년간 사장을 지냈었다.이의종 전사장이 익산CC의 실소유주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은 손모 전사장이 해임조치 되며 관련 정황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익산CC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논란을 부추겼다.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석탑건설과 동반부도 왜

노조에 따르면 석탑건설은 지난 97년 9월, 하나파이낸스에서 400억원을 대출한데 이어 쌍용종금에서도 100억원을 대출했다. 이때 익산CC가 담보물로 제공됐다. 이의종씨가 석탑건설과 익산CC에 대해 개인 오너로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석탑건설은 이로부터 한달 뒤 부도가 났다. 하나파이낸스 등 채권단은 담보물인 익산CC를 경매에 부쳤고 99년 대원개발로부터 350억원을 받아냈다.노조가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은 석탑건설은 심각한 부실에 시달렸으나 익산CC는 당시만 해도 무차입경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고의적으로 동반부도를 유도했다는 것.노조는 이와 함께 익산CC를 인수한 대원개발의 경영진이 이의종 전사장에 의해 구성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즉, 대원개발의 자금이 이 전사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결정적 배경은 손모 전사장의 폭로였다.

▲충성 다했는데 버림받았다?

손 전사장은 자신이 이의종 전사장에 의해 해임됐으며 익산CC의 실소유주는 이 전사장이라고 폭로했다. 또 손 전사장이 익산CC를 운영하는 동안 이 전사장의 불합리한 지시도 충실히 따랐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져버렸다며 이 전사장을 맹비난했다.손모 전사장의 폭로 내용을 종합해보면 그는 99년 대원개발을 설립해 익산CC를 낙찰 받을 때부터 ‘바지사장’에 불과했으며 이의종 전사장이 자신의 뒤에서 익산CC를 주물러왔다는 것이다.손 전사장은 자신의 ‘양심선언’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수사당국의 수사에도 적극 응하겠다는 등 이의종 전사장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


노조는 전경영진이 골프장 입장 수입을 조작해 비자금을 조성,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 전사장의 측근으로 거론되는 A이사가 98년부터 99년까지 익산CC 회원들의 입장 인원을 누락시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알려졌다. 노조는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 구체적 정황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나 노조는 비자금 규모가 약 10억원에 이르며 회사관계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환사채 이동 경로


대원개발이 익산CC를 인수한 직후 발행한 전환사채의 이동경로도 흥미롭다. 대원개발은 99년 1월15일부터 2001년 12월31일까지 모두 여섯차례에 걸쳐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1,2회 발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전 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원개발은 1,2회에 각각 35억원, 25억원씩 모두 6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인수자는 동원창투.동원창투가 사들인 사채는 오래지 않아 Y사가 일괄 인수했다. Y사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99년 10월15일에 설립됐으며 자본금은 1억원이다. 사업목적으로 건물 관리, 부동산 매매, 채권관리 컨설팅 등을 한다고 명시했다.대원개발은 Y사의 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3,4회에 걸쳐 6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Y사는 이때에도 사채를 매입했다.

자기 돈을 들여 자기 빚을 갚은 셈이다. Y사의 이상한 사채 인수와 상환은 5차 사채 발행에서도 반복됐다.그런데 2001년 12월31일 6차 전환사채 발행에서는 3억원어치에 그친 반면 같은날 7∼9회까지 37억원대 무보증사모사채를 발행했다. 대원개발은 감사보고서에서 6∼9회까지 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에 현금을 보태 Y사 사채를 상환했다고 밝히고 있다.6∼9차까지 전환사채 및 사채 인수자는 최모 이사를 비롯해 신모씨, 조모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에 따르면 신모씨, 조모씨 등은 과거 석탑건설의 임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모 이사도 이 전사장과 친분이 있던 인물로 알려졌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서 자기 돈으로 대원개발의 자금 운용을 지원한 Y사나 임원이면서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최모씨, 석탑건설 전임직원들의 관계와 이들의 관계의 축이 누구인지 의문이다.

▲손모 전사장의 비리 의혹


대원개발은 일련의 의혹 제기에 반발하고 있다. 대원개발의 박효수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전사장이 이의종 전사장의 사촌인 이모씨와 함께 ‘건영산업’을 설립해 골프장의 전동카트 운영권을 장악, 월 평균 1억2,000여만원의 이익을 올렸다”며 손씨와 이씨가 전동카트 운행 도로의 골프장 부지 사용과 관련, 지난해 3월 임대인과 임차인 자격으로 10년간 무상 사용키로 하는 부당한 계약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덧붙여 “이의종 전사장의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나 손 전사장이 이모씨와 갈등으로 회사를 나가며 이의종 전사장을 걸고 넘어져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본지는 이의종 전사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이 전사장의 동생인 이의석 부회장이 오너로 있는 S사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S사의 한 고위임원은 “익산CC에 관한 얘기는 들은 적이 있으나 이의종씨와 S사가 아무 관련이 없고 이곳을 찾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의석 부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없기도 마찬가지였다.

이씨 일가, 왜 쌍방울 잃었나


한때 15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매출 1조원에 달하던 쌍방울그룹이 쓰러진 것은 지난 98년. 97년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쌍방울 몰락의 단초가 됐다. 쌍방울은 90년 12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무주리조트를 개장했다. 그런데 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한국 개최가 확정된 93년부터 대규모 시설투자를 벌이면서 자금난이 시작됐다. 쌍방울이 무주리조트에 투자한 돈은 6,500억원, 이중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관련 투자비가 3,800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은 제2금융권으로부터 2,870억원을 차입해 부실의 나락으로 빨려 들어갔다. 쌍방울은 지금도 국가행사 비용을 민간기업이 모두 떠안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부도 후 쌍방울은 마이클잭슨 등으로부터 무주리조트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IMF외환위기로 이 마저도 무산됐다. 쌍방울은 현재 에드에셋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창업주 이봉녕 전회장 일가는 쌍방울상사의 한 사업부였던 S사에 새로 둥지를 틀고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