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있어도 시세차익은 각각이었다.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씨와 허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100여명을 훌쩍 뛰어넘는 대주주 일가가 모두 그룹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구씨와 허씨는 내부거래의 빈도에서도 재벌 가운데 단연 최고로 유명하다. 그러나 두 집안의 투자 능력은 별개. 결과만 놓고 보면 허씨의 판정승이다. 에퀴터블(www.equitable. co.kr)에 따르면 50대 재벌의 오너들 가운데 최근 2년간 허창수 LG건설 회장이 내부거래 차익을 가장 많이 남겼다. 허 회장은 그룹으로부터 분리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허 회장은 LG건설 경영권을 갖기 위해 2002년 4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이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마침 LG건설 주가가 상승하며 결과적으로 445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손해도 피하는 운까지 따라줬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LG카드 지분을 매각했는데 그 이후 LG카드 주가가 폭락해 332억원의 잠재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LG석유화학 매도와 LG투자증권 매입에서 다소 손실을 입기도 했으나 허창수 회장은 738억원의 실제 및 잠재적 이익을 올렸다.반면 구씨는 손해 일색. 구씨를 대표하는 구본무 회장은 내부 거래에서 133억원의 실제 및 잠재적 손실을 입었다.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도 208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구본준 사장은 2002년 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LG투자증권 주식 매입에서 손해를 봤다. 구 사장이 투입한 금액은 772억원인데 반해 5월말 현재 평가액은 515억원으로 약 257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구 사장은 그나마 LG석유화학 매도에서 123억원의 이익을 올려 전체 손실액을 210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에퀴터블에 따르면 구씨와 허씨의 내부 거래는 지주회사 도입에 따른 지분조정에 나타난 것. 때문에 시세차익의 궁극적인 목표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두 집안이 점차 결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에서만큼은 허씨가 실리를 챙기고 구씨는 간판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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