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현 회장이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해외 BW발행” 주장동양·효성 “특혜 아니다” 전면 부인 … 금융감독원 조사 착수최근 참여연대가 효성과 동양그룹에 대해 특혜성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제2의 두산과 현대산업개발 사태’가 야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효성과 동양의 리픽싱(re-fixing, 행사가 조정) 조건부 BW 발행에 대해 해외발행을 가장한 국내 발행인지 여부 등을 조사중이라고 밝혀 결과에 따라서는 재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지난해 10월과 올 5월 참여연대는 (주)두산과 현대산업개발(주)이 발행한 리픽싱 옵션부 BW와 관련, 특혜성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두산은 지난 2월 대주주가 가지고 있던 BW 전량을 무상 소각했으며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리픽싱 옵션조항을 자진포기하고 리픽싱 옵션 없이 발행된 BW(50%)는 자진 소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효성과 동양측은 “두산과 현대산업개발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특혜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 공시자료를 통해 159개 상장기업의 BW와 CB(전환사채) 발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28.3%인 45개사가 옵션 BW와 CB를 56건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중 9개사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라고 밝혔다. 특히 (주)효성과 동양메이저의 경우 최대주주 2세 또는 최대주주가 이같은 BW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경영권 승계 또는 유지를 위해 ‘특혜성 BW’를 발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 금감원 등 관련 기관의 조사를 요청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주)효성은 최대주주인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현준, 현문, 현성씨가 1999년과 2000년 두차례에 걸쳐 발행된 리픽싱옵션부 해외 BW 879만3,313주 가운데 60.9%인 535만7,073주를 발행된 지 3∼6개월 이내에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2000년 11월 발행된 200회 BW의 경우 이들 세 사람은 2001년 1월에 122만342주의 신주인수권 표시증서만을 주당 618∼700원에 인수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측은 이는 회사의 자금조달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은 채 지분 증가효과만을 노린 것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의 주장대로라면 조 회장의 세 아들이 BW를 전량 행사할 경우 이들의 (주)효성 지분율은 13.64 %에서 24.57%로 높아지게 된다. 동양메이저의 최대주주인 현재현 회장 역시 1999년 5월 발행된 리픽싱옵션부 해외 BW의 70%에 해당하는 291만4,654주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회장이 보유중인 BW를 전량 행사하면 지분율은 현재 13.73%에서 22.35%로 높아진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측은 현 회장이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리픽싱옵션부 해외 BW를 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효성 경영권승계, 동양 경영권유지” 의혹 제기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주)효성과 동양메이저가 발행한 BW는 해외공모 발행이라고 공시했음에도 지배주주 등이 대량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을 살 만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리픽싱옵션이 보유자에게는 주가변동의 위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특혜성 조항이지만 주가하락에 따라 발행수가 계속 늘어나므로 기존 주주에게는 주가하락의 위험을 가져다준다”며 “감독당국은 리픽싱옵션부 증권이 적법한 발행절차를 거쳤는지 그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법규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효성과 동양은 “특혜가 아니다”며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특혜성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이를 통해 손실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 김계환 부장은 “99년 발행된 BW에 리픽싱 계약 조건 조항이 들어있는 것은 BW를 매입한 해외투자자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현 회장이 이를 인수한 것은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해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 결코 현 회장의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99년 11월 동양메이저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1차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때도 당시 주가 5,800원보다 높은 6,000원에 리픽싱이 이뤄졌고 2차로 지난 2000년 5월 리픽싱 때도 행사가가 5,000원으로 당시 주가 3,140원보다 높아 오히려 손해를 봤다”면서 “상법상 리픽싱은 액면가 미만에서는 행사할 수 없는 만큼 현재 주가 1,500원대인 상황에서 현 회장이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특혜를 얻는다는 참여연대측의 지적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팀 박근용 팀장은 “해외인수 BW를 발행해놓고도 이의 대부분인 60∼70%를 최대주주와 최대주주 2세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의도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며 “나머지 해외 투자자들의 실체를 밝히는 한편 사전에 의도된 것은 아닌지도 금감원의 조사내용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액면가 미만의 낮은 가격으로 신주인수권 행사시 오히려 현 회장의 손해라는 동양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동양측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주식이라는 것은 때에 따라 내릴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진 것으로 동양측이 BW 인수 당시 주가가 내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과연 이를 인수했겠느냐”며 “앞으로 주가 추이도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만큼 주가 상승시에도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동양·효성 “특혜성 절대 없다”


효성도 참여연대측의 3세들이 특혜성 BW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특혜성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아직까지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효성그룹 임지영 과장은 “아직 회사의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이에 대해 뭐라 얘기할 수 없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효성측은 이와 관련,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소각 등 여러 해법을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증권계에서는 효성의 대응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세우면서도 전면 소각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견을 전제로 “효성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이 23.5%로 높은 편인데다 나머지 주주들도 관계사들의 지분이 많은 만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영권 관련 지분율 강화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며 “최근 효성측이 IR팀을 신설하는 등 대 주주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소각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또 “효성이 아직까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은 자금조달 여력이 없다기 보다는 차입금을 우선 변제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을 것”이라며 “정확한 방향은 효성의 공식입장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따라 과징금을 받기보다는 참여연대측의 소각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행사가조정규정 옵션이란?

이번에 참여연대가 제기한 행사가조정규정, 즉 리픽싱(Re-fixing)이란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 경우 행사가격이나 전환가격 등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규정을 말한다. 특히 회사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 이같은 규정을 붙여서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참여연대가 제기했듯 리픽싱 옵션이 붙어있는 주식을 보유하는 사람에게는 주식 변동에 따른 위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특혜성 조항이다. 반면 기존 주주에게는 반대로 주가하락에 따라 주식 수가 늘어나 그만큼 위험을 떠 안을 수도 있어 불리한 측면이 있다.지난해 (주)두산과 (주)현대산업개발 등이 발행한 리픽싱 옵션 BW의 경우, 해외에서 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주인수권을 국내 오너 일가가 대량으로 보유하면서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이에 두산은 이같은 지적에 따라 지난 2월 대주주가 가지고 있던 BW 전량을 무상으로 소각했고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이 리픽싱 옵션조항을 자진포기하고 리픽싱 옵션 없이 발행된 BW(50%)는 자진 소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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