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전체로 번지는 의혹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주요 음악사이트가 심야시간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9일 가온차트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오전 1~7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freezing)’을 적용한 것. 사재기 시도가 발생할 수 있는 새벽 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해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막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정책에 앞서 최근 집중되고 있는 논란이 있다. 밴드 ‘칵스’의 키보디스트 겸 DJ 숀(28)이 1위를 차지하자 음원차트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명이 떨어지는 숀이 지난달 발매한 곡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등에서 1위를 질주하자 일부에서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편법이다’ vs ‘전략적 결과’···한국매니지먼트연합, 문제 대처 시사

정책위는 심야시간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정책위는 “최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또다시 불거진 실시간 음악차트 개선책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실시간 차트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음원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위는 멜론‧지니‧네이버뮤직‧벅스‧소리바다‧엠넷닷컴 등 6개 온라인 음원 서비스 사업자와 음반 제작‧유통사로 구성됐다.

지난 4월 음원 사재기 논란이 가요계를 달궜다. 가수 닐로(28)의 ‘지나오다’가 그룹 ‘위너’, ‘트와이스’, ‘엑소 첸백시’ 등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멜론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하 한매연)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음원 사재기는 음악 산업계 안팎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수차례 의혹이 불거졌으나 브로커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고, 정황을 포착한다고 해도 수치 등을 명확히 드러내기 어렵다.
 
‘닐로’에 이은 ‘숀’
 
숀은 지난달 발매한 EP ‘테이크’ 수록곡에서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지난 17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등에서 1위를 질주하자 일부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가요계는 이번 숀 관련 이슈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다. 이 논란은 앞서 말한 닐로가 겪은 상황과도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SNS를 바탕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 회사다.

다수 회원이 있는 음악 페이지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역시 이 회사 소속인 보컬그룹 ‘장덕철’의 ‘그날처럼’이 올해 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숀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에 소개된 후 순위가 급상승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 이 페이지는 닐로의 음악을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SNS 바이럴 마케팅과 관련한 편법 논란이 일었다.

닐로 논란 이후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사이트 6곳은 차트 프리징을 도입했다.

숀의 ‘웨이 백 홈’은 차트 프리징 직전인 지난 16일 자정 1위로 올랐다. 숀의 앨범 제작사인 디씨톰은 자신들도 신기한 상황이라면서도 1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해 하는 상황.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 노래를 소개한 것이 전부고, 그 폭발적인 반응들이 차트로 유입돼 빠른 시간에 상위권까지 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디씨톰 관계자는 “페이스북으로 이용자 계정들을 사서 댓글을 조작하거나 가짜 계정들을 활용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저희는 그런 행위들을 절대 하지 않았다”면서 “숀의 음악이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던 페이지인 ‘너만 들려주는 음악’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듯, 심지어 그 페이지에 ‘이 음악을 홍보 중이다’라고 밝히고 게재해 줬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차트에 올라가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너희가 해명하라’는 일부 네티즌의 해명 요구에도 불쾌감을 표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가 음원차트를 역주행, 1위를 한 경우에는 수긍할 만한 배경이 있다. 그룹 ‘EXID’의 ‘위아래’는 멤버 하니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크게 주목 받은 뒤 정상을 차지했다.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 1위는 인기 BJ 덕분에 입소문이 퍼진 경우다. 이와 달리 숀은 음원차트의 일반 이용자들이 재생할 만한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디씨톰은 “의견의 전제에는 너희는 범죄자고, 만약 범죄자가 아니라면 왜 저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가정이 들어가 있다고 느껴져서 매우 폭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우리가 차트를 조작하지 않았는데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올라가고 왜 빠르게 올라갔는지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성과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거대 팬덤이나 전통 미디어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좋은 전략을 수립한다면 좋은 음악은 얼마든지 대중들에게 소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결국 디씨톰은 18일 “숀에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일부 네티즌이 상습적인 악성 게시물과 댓글에 대한 자료 수집을 마쳤다”며 모욕 및 명예훼손에 따른 형사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목표가 돼버린 차트”
 
숀의 1위 이후 음원 순위 조작 논란은 가요계 전체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46)은 최근 불거진 음원차트 순위 조작과 관련해 정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진영은 “업계의 여러 회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마치고 문체부,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에 우선 조사를 의뢰한다”면서 “추가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정한 경쟁과 평가는 어느 분야가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된다”면서 “최근 음원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제기돼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명백히 밝혀져 하루빨리 아티스트들과 회사들이 본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결국 한매연은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

닐로, 숀 등 음원 조작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문제를 연합 차원에서 논의하고 전문가 회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것.

한매연 신주학 회장은 “음원 차트에 누가 반짝 1위만 하면 우선 사재기 의혹부터 제기하는 상황”이라면서 “노래를 하는 가수에게도 상처가 되고, 음원 차트를 통해 음악을 구매하는 구매자에게도 불신만 발생한다. 대중음악산업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싱어송라이터 윤종신(49)은 이 논란의 진상 규명에 앞서 문제를 짚고 나섰다. 숀의 음원차트 조작 논란이 불거진 18일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재생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문제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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