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화장품‧창문필터까지···가짜 제품 판친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세먼지와 관련된 사업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방지‧정화‧차단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는 만큼 일부 제품들의 허위‧과장 광고가 판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공식 기준 없는 제품 ‘수두룩’···정부의 대책 마련 시급하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대표적 제품인 보건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성능을 검증해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 ‘KF(Korea Filter)’ 등급을 부여한다.또 일정 이상의 미세먼지 차단 성능을 갖춰야 KF 등급을 부여한다. KF80 등급 보건용 마스크는 0.6㎛ 크기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 등급은 0.4㎛ 크기 미세입자를 94% 차단한다. 가장 높은 KF99등급은 0.4㎛ 크기 미세입자를 99% 차단한다.
 
시중에 유통된
‘가짜’ 마스크

 
최근 일반마스크를 미세먼지 마스크로 둔갑시키는 등 가짜 의료용품을 판매한 업자들이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식약처와 공조해 엉터리 의료기기‧화장품 제조‧판매업체 65개소, 67명을 입건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입건된 65개소 중 무허가 의료기기를 제조‧수입해 판매한 경우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허위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된 표시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 사례가 22건, 의료기기 원재료‧소재지 등을 누락하고 허가 없이 인증‧제조‧판매한 사례가 13건, 무등록 화장품 제조‧판매가 5건이다.

이 중 A씨는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일반 마스크에 식약처 인증, 질병감염‧악취‧호흡기 보호 등 내용을 허위로 표시해 시내 주요 약국에 1만112개(800만 원 상당)를 판매했다.

부산에서도 가짜 미세먼지 마스크를 판매한 업체 10곳이 적발됐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지난 4월부터 마스크 수입업체 및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특별수사를 벌여 가짜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업체 10곳을 적발해 13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수사는 봄철 미세먼지‧황사 등 대기오염 물질이 자주 발생하면서 일부 업소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일반마스크를 미세먼지나 황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실시된 것이다.

적발된 위반업소는 ‘보건용 마스크 허위표시 유통업체’ 1곳, ‘보건용 마스크 허위 판매 업체’ 7곳, ‘표시사항 미기재 업체(제조일자 누락 등)’ 2곳 등이다.

이들 중 B업체(경기 안양시 소재)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한 일반마스크 20만 개를 ‘미세먼지 차단’으로 표기해 보건용 마스크로 오인될 수 있도록 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C업체에 판매하고, C업체는 허위 표시된 일반마스크 15만여 개를 전국의 편의점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또 마스크 제조업체인 D업체(경기 양주시 소재)는 보건용 마스크에 제조번호와 제조일자 등을 기재하지 않은 채 제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됐다.부산시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는 “보건용 마스크를 구입할 때에는 제품의 외부 포장에 ‘의약외품’이라는 표기와 정부(식약처)에서 정한 ‘마스크 성능규격’(KF80, KF94, KF99)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위‧과장 광고 많아
신뢰성 확보 관건

 
마스크뿐만이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22곳에 ‘먼지 차단’ 등 미세먼지 관련 표현에 대한 실증 자료를 요구해 검토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이 분석한 결과 22개 중 12개 업체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반면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나머지 10곳은 행정처분 및 광고 중지 명령을 받았다. 대부분 제조‧판매 업체가 소비자 수요에 편승해 허위‧과장 광고를 해온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화장품업체들은 클렌징,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제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에서 미세먼지 흡착 방지나 세정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대표적으로 ‘미세먼지 철벽 수비’, ‘미세먼지 철벽 방어’ 등이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계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각종 실험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식 기준이 없어 미세먼지 차단 등의 기능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지난 4월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을 위한 시험방법 가이드라인’에 ‘미세먼지 차단’ 관련 시험방법을 추가했다. 평가원은 화장품의 표시 및 광고를 실증할 수 있는 시험법을 제시해 화장품 업계 및 관련자에게 도움을 주려고 지난 2012년 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약처가 단속할 때 기준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은 광고에 ‘미세먼지 차단’ 등의 문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업체가 20명 이상을 대상으로 화장품 사용 후 피부의 미세먼지 흡착량을 분석해 차단 효과를 평가하도록 했다. 제품 사용 후에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미세먼지 흡착량이 감소했을 때 미세먼지 흡착 방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최근 미세먼지 유입을 막는다며 촘촘한 방충망 형태인 창문 필터 제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 제품들은 미세먼지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상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하고 해충만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내 외 온도 차 특성상 환기 시 공기가 아래에서는 실내로 들어오고 위에서는 나가는데 위쪽 창문에 필터 제품을 달아놓으면 오히려 실내 미세먼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지난 5월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99% 이상 제거하는 것처럼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과장한 업체(6곳)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체들은 TV나 신문, 잡지, 카탈로그, 자사 홈페이지 등에서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과대 광고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또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조건에서 한 실험 결과가 실생활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처럼 광고했다. 학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의 미세 먼지 등 이물질 제거 효과는 20~6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미세먼지 방지‧정화‧차단 제품들의 제조‧판매 업체가 홍보하는 문구만 맹목적으로 믿고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 제품, 검증된 인증마크가 있는 것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일부 제품군에서는 정부에서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공인 기준이 없는 경우도 많아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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