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잘 나가던 정의당이 발칵 뒤집혔다. 당의 ‘간판스타’ 노회찬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의 칼날 앞에 서면서다. 10%를 넘어 치솟던 정의당의 지지율은 7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원 게시판에는 “이것이 운동권 엘리트의 현실”, “노 의원 사건으로 정의당에 실망했다” 등의 성토 글이 빗발친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정의당까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특검의 행보에 몇 가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드루킹 특검’은 ‘김경수 특검’으로 불렸다. 그만큼 특검의 최우선 과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의혹 규명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드루킹 특검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특검과 언론, 여론은 노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노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 물망에 오르면서부터다.
 

- 특검 수사기한 3분의 1 지났는데... 여유만만 김경수 “신경 끊고 지낸다”
- 노동자·약자 대변하던 정의당 이미지 훼손 불가피... “운동권 엘리트의 현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매크로를 이용한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수사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검은 드루킹 김동원 씨 측이 노 원내대표 측에 총 5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과 물증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2016년 3월 초 노 원내대표가 경공모 ‘아지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2천만 원이, 같은 달 중순 노 원내대표 부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경공모 회원 ‘베이직’ 장모(57)씨를 통해 3천만 원이 연달아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회찬 거듭 ‘부인’
지도부도 “믿는다”지만...
 

검찰에 따르면 드루킹 측이 노 원내대표를 지목해 접근한 건 지난 2014년 무렵이다. 이들은 경공모 인맥을 국회에 입성시키겠다는 계획 하에 드루킹이 노 원내대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경공모 핵심 관계자는 당시 노 원내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였고 인지도는 있지만 지지단체가 없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경공모를 상대로 한 강연 행사에 초청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파악한 당시 강연료는 회당 2000만 원 수준이다. 지난 4월 경공모 회계책임자 ‘파로스’ 김 모(49)씨도 경찰 조사에서 경공모 일일 회계표 등 지출 증거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당시 강연료가 “5만 원권으로 종이봉투나 쇼핑백에 넣어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당원은 “만약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진실로 밝혀지면 원래 우리의 방식으로는 바로 출당 조치가 맞다”면서도 “우리는 SNS에서 말을 잘못한 평당원을 쫓아낸 전력은 있는데 노 원내대표를 쫓아낼 수 있을지는 걱정”이라고 썼다.

이 외에도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이면 엄정 대응해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사실이라면 노 원내대표의 특수활동비 반납은 쇼에 불과하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
 
일단 당 지도부는 노 원내대표를 ‘믿는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당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러 차례 노 원내대표와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노 원내대표는 그런 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면서 “당대표 입장에서 그렇게 말한 부분에 대해 믿고 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 역시 김 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부의 ‘믿음’과 노 원내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의 이탈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의당은 지난달 28일 지지율 10.1%를 기록하며 창당 6년 만에 처음으로 지지율 10%를 돌파했다. 이어 12일에는 지지율 12.4%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정의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4%포인트 하락한 10.2%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일간으로 집계한 정의당 지지율이 16일 11.5%에서 17일 10.7%, 18일 9.5%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리얼미터 7월 19일 주중집계 결과는 tbs 의뢰, 지난 16~18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응답률은 4.1%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노 원내대표에 대한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당의 간판인 그가 뇌물수수 의혹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노동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정의당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갑자기 진술 번복?
“시기 묘하다” 의구심

 
다만 일각에서는 ‘김경수 특검’이라 불리던 ‘드루킹 특검’에 언제부턴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보이지 않는다며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들이 갖는 의구심의 핵심은 시점이다. 허익범 특검팀이 노 원내대표를 정조준한 시기가 김경수 도지사가 지선에서 승리하고, 노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 물망에 오를 즈음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인사는 “시기가 묘하다. 하반기 국회 상임위 배정에서 노회찬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 거론되자 갑자기 ‘김경수 특검’이 ‘노회찬 특검’이 됐다”며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노 의원이 법사위원장이 되길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의혹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김경수 지사가 지선에서 승리한 이후 특검을 해본들...”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김경수 신임 경남도지사는 도정(道政)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 변호사가 긴급 체포된 17일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특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어쨌든 조사해야 할 것 같으면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압수수색도 안 나오고, 부르지도 않아 신경 끊고 지낸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수사기한인 60일의 3분의 1(24일)이 이미 지난 시점이다. 특검이 신청한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의 최측근으로 작년 12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大阪)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로 지목받았다. 특검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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