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유사, 기업 이미지 훼손 우려 있다” 상표무효 소송냈다 패소 법원 “유명상표라는 이유만으로 유사상표 등록 무효는 지나쳐”“대기업의 횡포?”인가, “기업이미지의 훼손 방지?”인가.최근 기업 상표와 관련한 각종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백세(百歲)’라는 상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약주 제조업체인 국순당 ‘백세주’가 최근 지방의 한 영농조합법인의 상표‘백세차’를 상대로 상표권 등록 무효소송에서 패소, 파문이 일고 있다. 국순당 백세주와 지방 영농조합의 백세차간 벌어진 상표권등록 분쟁을 들여다봤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간‘상표권’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상표의 인지도가 제품 판매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식품업계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최근 전통약주업계의 선두주자인 국순당 ‘백세주’가 경남 진주의 소규모 영농조합인 ‘리더농산’을 상대로 낸 상표권등록 무효소송에서 패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이번 분쟁의 시발점은 지난해 5월 H사가 ‘H백세’라는 상표를 사용, 소주에 타서 마시는 음료를 제조 판매하면서부터. 국순당에서는 “‘백세’라는 상표를 인용함으로써 국순당의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며 강력한 시정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에 H사는 국순당의‘부정경쟁행위중지’요청에 대해 “상표를 사용한 음료를 회수하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해왔다.이런 일이 있고 난 후 국순당에서는 재발을 막기 위해 ‘백세’상표를 출원하려고 했다. 이 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경남 진주 소재의‘리더농산’에서 ‘백세차’라는 상표를 등록했던 것이다.‘리더농산’은 지난 96년 약재로 사용되던 헛개나무가 식품원료로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헛개나뭇잎을 말려 가공한 제품인 ‘백세차’의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뒤인 지난 98년 3월 이 제품을 ‘백세차’란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마친 뒤, 최근 본격적인 생산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리더농산의 대표 오경환씨는 “지난 94년부터 ‘헛개나무’씨앗을 구하려고 중국 등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며 “겨우 국내산 씨앗을 구입, 양묘를 해 농민들에게 재배 권장을 하고 이미 ‘백세차’란 브랜드로 상표출원과 등록을 마치고 생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분쟁에 휩싸이게 됐다”고 호소했다.국순당에서 주력상품인 ‘백세주’와 브랜드가 유사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상표권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국순당측은 “상표 홍보를 위해 지난 98년이후 매년 수십억원의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는데, 이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에게 ‘백세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이로 인해 매년 1,000억원대의 매출실적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백세차’가 자사의 등록상표인 ‘백세주’와 명칭이 유사,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상표권 등록 무효 소송’을 내게 된 동기를 밝혔다.이에 대해 올해 1월 특허심판원은 “‘백세차’가 ‘백세주’보다 먼저 상표 출원과 등록을 마친 상표”라며 “‘백세차’는 ‘차와 음료’이고, 백세주는 ‘주류’이므로 동종 상품의 제조 판매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가 없는 부적법한 청구”라는 판결을 내렸다.이와 함께 “국순당측이 ‘백세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동종상품에 사용했거나 사용중인 것도 아니어서 상표출원을 하려 한다는 상태만으로 ‘백세차’ 상표소멸을 인정할 수 없다”며 ‘리더농산’의 손을 들어줬다.

국순당측은 이같은 특허심판원의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국순당은 “상품류구분에서 ‘주류’라는 것만을 가지고 ‘이해관계가 없다’는 심판원의 판결은 이해할 수 없다”며 “동종 상품이 아니라는 것도 기계적으로 엄격히 해석한 것. 이에 따라 ‘백세주’와 ‘백세차’는 이종상품일지라도 일반 수요자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어, 동종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국순당은 게다가 “주류 제조 판매가 주력업종이지만,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이 사건 등록상표 리더농산의 ‘백세차’와 동종인 ‘음식료품 제조업’이 사업 목적으로 명시돼 있다”며 “이에 따라 ‘백세’라는 상표를 사용하는 차와 음료 등 업종에 대해서도 등록상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특허법원 역시도 지난 6월 27일, “국순당은 이 사건과 관련‘등록상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국순당이 법인등기부등본상 ‘음식료품 제조업’이 라 기재돼 있다고 해서 현재 차와 음료를 제조판매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또 유명한 상표라는 이유만으로 유사상표에 대한 등록무효가 이뤄진다는 것은 그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처럼 ‘백세’라는 상표를 둘러싼 분쟁에서 소규모 영농조합이 이겼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대법원의 법률적 하자 여부 검토를 남겨 놓은 상태인 것.리더농산측은 “국순당측이 제기한 상표무효소송 때문에 ‘백세차’의 막대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며 “특허심판원의 판결에 불복하면서까지 상표등록을 방해한 대기업 국순당의 부도덕성은 약자에 대한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국순당 관계자는 “영세 법인이라고 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며, 국내 굴지의 기업과의 ‘상표권 분쟁’이 일어났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상표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무형자산인 ‘백세주’브랜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이를 좌시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뒤 “법원의 판결을 존종하며, 현재로서는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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