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막판까지 출마 여부를 고민했던 이해찬 의원이 공식 출마 선언하면서 당권 레이스는 본격화됐다. 범 친문을 아우르는 이 의원이 출마하면서 당권 구도는 ‘이해찬이냐 아니냐’ 구도로 흐를 공산이 높아졌다. 이에 친문 주자를 내세우고 있는 최재성, 박범계, 김진표 3인의 향후 행보에 중대 변수가 발생했다. 또한 비주류 후보인 송영길, 이인영, 이종걸 의원 3인 역시 컷오프전 교통정리가 될 공산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친문도 비문도 아닌 원조 친노인 김두관 의원의 선택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권 전쟁의 서막은 올랐지만 본격적인 게임은 7월26일 예정된 컷오프 이후가 될 전망이다.
 

- 이해찬·김두관 원조친노+비문 전향 친노 결집… 친문패권 ‘도전’
- 정세균+추미애 구민주계 비주류 김진표 ‘선호’ …친문은 박범계 ‘물밑지원’
 

7선의 이해찬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 막판에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 의원의 출마로 전당대회 판 자체가 요동치게 됐다. 친문 주자들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어 왔던 만큼 ‘이해찬 몰아주기’가 성사될지 ‘반이해찬 연대’가 구성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7월20일 현재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인사는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김두관, 김진표, 박범계, 송영길, 최재성 의원이다. 이종걸, 이인영 의원도 있다. 출신별로 보면 원조 친노격인 이해찬·김두관, 신구친문 인사로 김진표, 박범계, 최재성, 비주류 인사로 이종걸, 송영길, 이인영 의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조 친노+주류 속 비주류, ‘이해찬 앞으로’ 쏠림 현상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이지만 막판에 출마를 선언한 배경에는 출신과 정파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장 7선이라는 의원 경력이 말해주듯 당 어른인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책임총리를 지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게 친문 주류측의 시각이었다. 또한 민주통합당 시절 당대표도 한 만큼 중진의원으로서 다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당 어른으로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막판까지 이 의원의 출마 선언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내 친문 주류를 견제할 새로운 ‘원조 친노’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이미 ‘원조 친노’로 불리는 문희상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에 올랐다. 문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또한 유인태 전 의원은 국회 입법부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올랐다. 유 사무총장 역시 참여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이들 3인방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 공천 탈락해 2선 후퇴를 압박받았다. 당시 3인방은 공천에 반발하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삼고초려해 영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이해찬 의원은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민주당에 복당했다. 문희상 의원은 막판 전략공천으로 구제됐고 유 사무총장만 정계를 떠났다.
 
결국 공천탈락→무소속 출마→복당 과정을 거친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에 오를 경우 문 대통령과 당내 주류인 친문 직계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가족회의까지 하면서 대통령 불출마를 고민할 당시 최종적으로 출마 결심을 굳히게 한 사람이 이해찬 의원”이라며 “그럴 정도로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빚’도 있고 원조 친노 좌장으로서 예우를 갖춰야 해 당청 관계가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또한 앞서 언급해듯이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당내 비주류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친문 주류의 또 다른 고민이다. 원조 친노 세력들을 비롯해 범 친노 그룹을 아우를 수도 있어 당내 최대 세력으로 부상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고 김근태 고문의 정치적 유지를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를 비롯해 숫자가 얼마 되지 않지만 정세균·안희정·손학규계로부터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문 직계로선 ‘이해찬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로선 친문 주류 후보로 분류되는 당권 주자는 박범계, 최재성, 김진표 의원 등이 있다. 김 의원의 경우 친문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참여정부 경제 관료 출신으로 앞선 두 인사와는 정치적 결이 다르다. 박범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최재성 의원은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다. ‘대통령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외형상 당내 최대 주주로서 전당대회에서 친문 후보라는 점은 막강한 무기다. 이미 지방선거 경선과 본선에서 검증된 바 있다. 친문 국회의원도 상당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11석을 더 얻어 129석이 된 여당이다. 3분의 2가 친문 의원으로 분류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경선룰도 유리하다. 전체선거인단의 85%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권리당원의 90%가 친문 지지 당원이다. 또한 나머지 15%가 일반당원과 국민들이지만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친문 후보=당대표 당선’이라는 말은 공공연히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게다가 당권 도전이 유력했던 친문 직계인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해 교통정리에 물꼬를 텄다. 박범계·최재성 두 의원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 만큼 친문 후보간 단일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칫 표 분산으로 3인만 대표 경선에 참여할 수 있어 둘 중 한 명이 컷오프되는 수모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문을 넘어 ‘진문’, ‘뼈문’ 대결로 흐를 경우 ‘친문 패권주의’라는 역풍도 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7월26일 컷오프 전 친문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공산이 높다. 두 인사간 친문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에도 본선에서 ‘이해찬’이라는 산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컷오프 과정에서 이해찬 지지자들로부터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역으로 제안받을 수 있다.
 
김부겸 불출마 최대 수혜자, 김진표 ‘이해찬’ 악재만나
 
이해찬 의원의 출마로 타격을 입은 또 다른 인사가 바로 김진표 의원이다. 김 의원의 경우 캠프를 꾸리기 전부터 ‘이해찬-김부겸 불출마’를 기정사실화해 뛰었다. 또한 친문 후보지만 당내 비주류인 추미애-정세균 등 구민주계 친분이 깊고 비주류 진영을 아우를 수 있은 온건 합리주의자로 표의 확장성도 높아 출마 선언할 당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비주류 진영을 대표할 수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불출마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로 김 의원이 지목됐다. 김 의원이 출마를 할 경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해 김 의원으로선 당권 도전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온건 합리적 성향으로 비주류표를 가져갈 수 있는 데다 대권 반열에 올라 있는 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장관이 불출마하고 이해찬 의원이 공식 출마선언을 하기 전까지 ‘김진표 어부지리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비주류 당권 주자들의 경우 컷오프될 가능성이 높아 친문 후보보다는 자신에게 ‘표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어부지리론’에 한몫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의원의 장밋빛 전망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일단 컷오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해찬, 박범계, 최재성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 경우가 그렇다. 남은 변수는 친문 후보간 단일화다. 최재성-박범계 두 인사가 단일화를 컷오프 전에 할 경우 본선에 들어갈 공산은 높다.
 
그러나 ‘이해찬 대세론’이 지속될 경우 재차 친문 후보 간 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김 의원으로선 ‘친문이냐 이해찬이냐’는 선택의 딜레마에 처할 공산이 높다.

친문 후보 간 단일화를 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경우 이해찬 진영과 친문 진영 양쪽에서 공격을 받을 공산이 높다. 당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구민주계의 지원은 받을 수 있겠지만 주류 후보를 견제할 비주류 표의 경우 친문 후보를 자청한 자신보다 이해찬 의원에게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찬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완주 자체를 고민하는 당권 주자들도 있다. 바로 송영길, 이인영, 이종걸 의원 등 비주류 당권 주자들이다. 송 의원은 이미 2년 전 당대표 선거에서 ‘컷오프’ 당한 바 있다. ‘86운동권’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력은 미미하다. 전대협 출신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우상호, 이인영 의원과는 결이 다르다.
 
이종걸 의원은 비문에서 친문으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당내 시각은 박영선 의원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비주류로 꼽고 있다. 박영선 의원이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선두 그룹에 있었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의원 역시 출마의 뜻을 밝혔지만 이해찬 의원이 출마하면서 컷오프될 공산이 더 높아졌다. 이인영 의원 또한 당내 민평련 의원들과 일부 ‘86운동권’의 지지 속에 출마를 결심했지만 당선권 한참 밖에 있어 출마를 해도 컷오프될 소지가 다분하다.
 
비주류 당권 주자들의 딜레마는 또 있다. 바로 후보 등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예비경선 기탁금(후보자 등록비용)은 500만 원, 본경선 당대표와 최고위원 기탁금은 각각 9000만 원과 4000만 원으로 결정됐다. 결국 컷오프를 통과한 당권 도전자들의 경우 9500만 원을 내고 경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대표적 원조 친노 김두관, ‘이해찬 러닝메이트’로
 

한편 김두관 의원의 경우 이해찬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원조 친노 인사다. ‘이장에서 장관’이라는 경력으로 인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같은 영남 출신인 김부겸 장관의 불출마에 따른 수혜자 중 한 명으로 출마 선언할 당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캠프 면면을 보면 연합군 캠프를 형성할 정도로 인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인적 구성을 보면 전현희 대변인부터 원혜영, 안민석, 천정배, 민병두, 유성엽, 조배숙, 김관영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다양하게 참석했다. 외부 인사로도 김병준 현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전윤철 전 감사원장, 윤덕홍 전 교육부장관,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 윤증용 전 청와대 수석 등도 캠프 안팎에서 도왔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와 경쟁을 한 덕분에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는 김 의원이다. 특히 친노 원조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의 출마는 김 의원 역시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김 장관이 이해찬 의원과 동지 의식이 강해 ‘이해찬 당대표 만들기’ 위한 러닝메이트로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대표 경선 과정에 ‘반이해찬 연대’가 이뤄질 경우 김 의원이 앞장서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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