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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가인권위원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사상 첫 ‘비법률인 출신’이자 공개 모집을 통한 인권위원장 인선이라는 점까지 더해 ‘최초 타이틀 3관왕’을 거머쥐었다. 바로 최영애 서울시인권위원장 내정자다. 최 내정자는 인권계에서 ‘여성 인권의 대모’로 평가된다. ‘성희롱’ ‘성폭력’ 등 주요 의제를 공론화한 주역으로도 꼽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이번 지명이 여성 인권 신장 및 성 평등 사회 구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권위 설립준비기획 준비단장 등 역임… ‘검증된’ 실무 능력 평가
反성폭력운동 앞장선 추동력으로 ‘양성 평등 운동’ 이끌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장관급) 자리에 최영애(67) 서울시 인권위원장을 내정했다. 최 내정자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2001년 국가인권위 출범 후 사상 최초 ‘여성’ 위원장이자 ‘비법률인’ 출신 위원장이 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 내정자는 30여 년 동안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 등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에 앞장서 온 인권전문가다. 국가인권위 사무처 준비단장과 사무총장, 상임위원을 지내며 인권위의 기틀을 다졌다”면서 “새로운 인권수요 변화와 국제인권 기준에 맞춰 한국이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여성 인권위원장이라고 해서 여성만을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과 민주적인 절차에 대해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공모에 지원한 9명을 심사했다. 지난 9일 최 내정자와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장(58),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9)를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인권위 출범 이후 후보추천위가 구성돼 공개 모집을 통해 위원장 후보를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이 밀실에서 지명하는 방식의 위원장 인선 방법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결정이다. 그동안 시민사회 및 국제기구는 국가인권위 지명 방식을 두고 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인권위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해 왔다.

김 대변인은 “그간 밀실에서 이뤄진 위원장 임명에서 탈피해 최초로 공모 절차를 거쳤다”면서 “국내외 인권단체가 요구해 온 인권위원 선출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성학’ 전공 ‘첫발’ 국가인권위 설립도 주도

최 내정자는 1951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여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및 동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이 밖에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경찰청 경찰개혁위원 ▲성폭력특별법 제정특별추진위원회 위원장 ▲김보은-김진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사 ▲경기도교육청 성인권보호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사단법인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국가인권위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인권위 상임위원 재직 당시에는 교도소 방문조사를 비롯해 영화 ‘도가니’를 통해 알려진 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의 현장조사 등 실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는다. 2006년 조영황 인권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에는 인권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도 했다.

특히 최 내정자는 국가인권위 설립 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1998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및 인권위 설립 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설립준비기획단 및 사무처 준비단장으로서 정부부처와의 지난한 협상을 거쳐 예산 및 조직, 인력을 확보했다. 이후 인권위 초대 사무총장, 2기 상임위원 등을 맡으며 시민사회와 공공 영역에서 다양한 인권 의제를 발굴했다.

최 내정자는 한 언론을 통해 “인권위법을 만들 때 인권위의 독립성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반대로 담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며 “법적 문제를 떠나서도 인권문제가 도전받을 때 인권위가 중심이 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이슈를 이끌어야 하는데 한동안 너무 조심스러웠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권위가 사회에 대한 의견 개진이나 권고를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독립성 확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세대 여성인권 운동가’ 제2물결 이끌 듯

최 내정자는 우리나라 ‘1세대 여성인권 운동가’로 꼽힌다. 최 내정자가 여성 인권 운동에 뛰어든 것은 이화여대 여성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알려진다.

최근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비롯해 양성 평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최 내정자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성폭력’ ‘성희롱’ 등 관련 반(反)성폭력 운동을 이끌어 왔던 최 내정자의 발자취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긴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는 1991년 한국 최초로 성폭력 전담기관인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설립, ‘성폭력’ ‘성희롱’이라는 당시만 해도 낯선 단어를 주요 인권 의제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2010년 사단법인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설립해 이사장 자리에 있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특히 그는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이끈 공을 크게 인정받는다. 최 내정자는 1992년 김보은-김진관 사건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역임 당시 친족 간 성폭력 문제를 제기,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이끌었다. 어릴 적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돼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이다.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의 공동대책위원장(1993~1997년)을 맡을 당시에는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를 이뤄 내기도 했다. 서울대 실험실 조교가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이 사건은 성희롱이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된 계기로 평가된다.

최 내정자는 내정 직후 한 언론과 전화 인터뷰서 “미투가 여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국사회가 민주사회로 가는 근본적인 제2의 물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 더 나아가 차등화 되는 것은 인권문제의 제일 밑바닥에 있는 의제”라고 강조했다.

최 내정자는 인권위 내부 조직에서부터 양성평등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그는 “꼭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위치가 주는 인식의 관점과 확장이 있을 수 있는데 인권위 역시 다른 조직과 같이 여성 간부들의 비율이 너무 적다”며 “인권위가 성 평등한 조직, 젠더적 관점이 관통하는 조직이 되도록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도 환영…“차별금지법 제정 앞장서길”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국가인권위 위상 및 역할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인권위 위상 제고와 관련한 특별지시를 내렸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여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인권위 특별보고를 받기도 했다. 인권위 특별보고는 박근혜 정부 때는 한 차례도 없었으며, 이명박 정부 때는 2012년 3월 한 차례 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으로부터 특별 보고를 받고 “인권위가 존재감을 높여 국가 인권의 상징이라는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동안 침체되고 존재감이 없었던 만큼 뼈아픈 반성과 함께 대한민국을 인권국가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다짐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인권위가 국제인권 규범의 국내 실행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국제기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권고를 많이 해달라”며 “사형제 폐지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같은 사안의 경우 국제 인권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최 내정자에 대한 지명은 ‘여성 인권’에 대한 청와대의 관심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이번 지명을 통해 ‘여성 인권 증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문 대통령의 ‘여성 장관 30%’ 공약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도 비친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국제인권규범에 따른 인권위원장 인선과 시민사회 참여를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역대 인권위원장은 남성 법조인이었다. 특히 인권위의 구성이 법조인이 많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내외 인권시민사회의 우려가 많았는데 이를 변화시킬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연석회의는 또 “그동안 인권위법에 인권위원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가 없이 지명·선출권자만 명시돼 지명권자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인권위원 인선이 이루어졌다”면서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인권위원 임명과정에서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성 높은 후보추천기구를 구성해 인권위원을 인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는 최영애 후보자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는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당부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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