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행정’ 지역 갈등 부추겨… ‘제 식구’ TK 분열도 서슴지 않는 이유는?

<뉴시스>
구미와 협의는 ‘소극’, 정부에 건의는 ‘적극’?… 탈당설까지 ‘솔솔’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의 묻지마식 ‘나홀로 행보’가 입방아에 올랐다. 권 시장이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며 보인 지나친 ‘대구 챙기기’가 빈축을 산 것. 권 시장이 이전 장소로 밝힌 경북 구미 등 인근 지역에서는 ‘지역 이기주의 행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갈등으로 보긴 어렵다.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수성한 TK 간 갈등은 곧 자유한국당 내분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 여기에 최근 권 시장이 보인 ‘親정부‧反한국당’ 행보에 당내에는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권 시장이 침몰하는 배에서 혼자 살아남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구 수돗물 사태로 지역 민심이 요동치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수원 구미공단 상류 이전에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시장직을 걸겠다고까지 했다.

권 시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취수원 이전 문제를 민선 7기 최우선 시정으로 삼고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물론 중앙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반드시 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취수원 구미공단 상류 이전 추진과 관련 “상대(구미시)가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대구와 구미시가 상호 이해 및 배려, 구미 해평취수장 취수원 이전에 따른 상수원보호구역 확장 및 수량·수질 과학적 검증, 이전에 따른 합당한 보상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표명했다.

권 시장은 중앙정부에도 구미로의 취수원 이전 문제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 대구시를 방문한 이낙연 총리에게 ‘취수원 이전 공동 협의체’ 구성을 건의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중앙 정부의 역할을 강력히 요구했다.

권 시장은 이날 한 수석과 자리에 앉자마자 “대구 취수원이 구미공단과 36km 떨어진 위치에 있다 보니 과불화화합물 유출 등 그동안 수차례 물 문제를 겪어 왔다”면서 “그간 구미시와는 감정적으로 틀어진 부분이 있어 지난 4년 동안 진척이 없었다. 이제는 해결을 전제로 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진작 해결됐어야” 권 시장 책임론 확산
 
지역 및 보수 정치권에서는 권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 광역단체장이 직접 나서 TK 내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꼴이라는 비난이다. 권 시장이 대구시민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행정을 고집, 구미시민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경북의 한 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구시민들이 맑은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냐. 구미시민도 마찬가지로 찬성할 것”이라면서 “그런데 (구미를 탓하는)권 시장의 일방적인 모습이 갈등과 불신을 만드는 것이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의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 당사자인 경북‧구미와의 협의보다는 정부에 의탁, 갈등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취수원 이전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보여주기식 행정’에 집중해 현 사태에 이르렀다며 권 시장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다.

지역의 한 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 시장이 정부에 협조를 구하는 노력은 이해된다”면서도 “하지만 진정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향이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권 시장이 일방적으로 행정 목적을 정해 놓고 이를 구미시민들에 ‘통보’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의원은 “지역 지자체장 및 관계자들과 행정의 방향성, 내용 등에 대해 합의를 하고 그 후 필요한 것을 중앙정부에 요청해야 순서가 맞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초창기 한수원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그런데 권 시장이 ‘대구‧구미 시민단체들끼리 협의해서 하라’고 한 것이 현재까지 (문제를)끌고 왔다. 시민단체끼리 협의하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며 “열린 행정을 하는 것처럼 쇼잉(보여주기)을 하려다가 문제를 크게 만든 거다. 취수원 이전 문제만 두면 해결책이 많았는데 이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당과 거리두기… 속내는?
 
비단 단순한 지역 갈등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크다. 6.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유일하게 선점한 TK 내 갈등은 곧 당내 분열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수원 이전 문제를 두고 대구-경북 간 갈등이 격화될수록 지역 보수 정치권의 분열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권 시장이 최근 한국당에 칼을 겨누는 모습이 포착되며 당내에 반발 조짐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권 시장은 최근 한국당에 대해 자성을 넘어 다소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권 시장은 지난 14일 YTN ‘시사 안드로메다’ 시즌3에 출연해 “(보수가)왜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원인부터 분석해야 하는데, 원인 분석이 없다. 매번 뭘 혁신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냥 큰절하면서 ‘잘못했습니다’ 한다”며 “국민들은 오만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남 탓하는 것도 용서하지 않는다. 내 삶은 지켜주지 않고 자기들 개인이나 계파 이익만 추구하고 싸우는 정치 싫어한다. 그런데 그걸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치인들이 계속 반복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때도 ‘친박’을 넘어서 ‘진박’ 마케팅까지 세상 희한한 마케팅을 다 하다가 폭삭 망했다”며 “과반도 못 얻고, 1당도 놓쳤으면 반성하고 책임져야 했는데 남 탓만 했다. 그리고 분열까지 했다”고 자체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권 시장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 탈당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침몰하는 배에서 혼자 뛰어내리려는 조짐이라는 관망까지 일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 시장은 원래부터 정치적 포지션이 애매했다. 한국당에서는 자신의 입지가 약하니까 바른미래당과 더 가까이 지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한국당이 재정비에 성공하면 잔류할 거고, 안 좋다 싶으면 탈당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특히 탈당 후에는 “바른미래당이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에 무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정부여당과 가까이 지내는 걸로 봐선 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