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 유명한 장영실. 그는 자격루와 같은 혁신적인 발명품을 만들며 노비 신분에서 종3품의 벼슬까지 올랐다. 엄청난 신분상승은 연이은 성공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단 한번의 실패로 역사에서 사라진다. 자신이 만든 임금의 가마가 부서지자 곤장 80대를 맞고 궁궐에서 쫓겨난 것이다. 만일 그가 계속해서 혁신적인 발명을 이어갔다면, 조선은 다른 역사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실패의 쓴맛은 그를 더 채찍질했을 것이고 더 많은 성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속담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사회에서 실패는 용인되지 않는다. 조선 시대가 아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지난해 국내 한 포럼에 연사로 참여했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고위 임원은 강연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1개의 약을 출시하기 위해 1만개의 실패를 거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데이터는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실패를 단지 실패로만 보지 않고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성공의 단초를 만드는 것이다. 잘못된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점검해 보완하고 혁신을 만들어 낸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삼성증권의 행보는 눈여겨볼만하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6일 배당사고 이후 피해자 보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을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숨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관점에서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구축 하기 위해 혁신사무국을 설치했고,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다양한 투자자보호 장치들을 신설하고 있다.
 
상품 가입 후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게 최대 6개월까지의 수수료를 돌려드리는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ISA와 연금저축 등 기본적인 재산증식 상품의 경우 과감히 수수료를 없앴다. 또, '모든 국민 자산관리 캠페인'을 전개하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 노하우를 모든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실패의 경험을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금기시하고 덮어버리면 실패는 반복된다. 실패의 경험을 변화와 혁신을 위한 자산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패를 엄하게 탓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탓만 하면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 기회를 잃게 된다.
 
앞서 살펴본 노바티스의 사례처럼 1만번의 실패경험을 혁신적인 신약개발로 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