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집단폭행’ 들여다보니…‘애들 장난’, 장난 아냐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최근 미성년자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법원이 서울 관악산에서 여고생 한 명을 놓고 집단폭행을 한 청소년 가해자 10명 중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여중생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다. 이에 그간 잠잠했던 ‘소년법 폐지’가 다시 논란을 불러오며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 ‘촉법소년’ 만13세 범죄 1년 새 15%↑…날뛰는 10대
- 일본·미국, 살인이나 강간 등 흉악 범죄 경우 ‘일반 형사재판’



서울북부지법 김재근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6일 “범죄의 중대성 및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는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며 가해 청소년 10명 중 구속영장이 청구된 7명 전원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 중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불구속 입건됐으며 나머지 1명은 중학생으로 소년법상 형사책임연령(14세 미만)이 아닌 ‘촉법소년’으로 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에서 14세까지의 청소년을 가리키며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 대상이다.

이 중학생은 경찰에서 바로 서울가정법원으로 송치돼 향후 보호관찰 처분만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은 지난달 26일 서울 노원구에서 시작됐다. 피해자 A양의 중고교 선후배 8명은 A양이 ‘쎈 척’을 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했다.

1차 폭행은 노원구 인근 노래방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5명은 A양을 구타하며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를 지인에게 자랑하듯 전송하며 폭행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피해자의 멍든 얼굴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씌우고 관악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다른 학생이 합류해 가해자는 남학생 3명, 여학생 5명으로 총 8명이 됐다.

관악산에 도착한 가해자들은 A양이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모두 벗겼고 약 5시간 동안 폭행하고 성추행했다. A양의 언니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각자 때리는 곳이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며 “누구는 팔, 누구는 가슴, 누구는 다리, 누구는 배랑 자궁 있는 쪽만 집중적으로 때렸다”라고 폭행 정황을 설명했다.

가해자들은 여기서도 폭행 인증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 사건의 주동자는 피투성이가 된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피를 닦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혔다. 피해자의 언니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A양을 그곳에 감금하고 “이제 너는 성매매해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말하는 성매매는 조건만남이다.

가해자가 잠든 사이 가족에게 연락해 가까스로 탈출했던 A양은 현재 폐에 공기가 많이 차 호스를 꼽고 있어 고개만 끄덕일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조건만남 강요·성추행·폭행
또 선처 받나

 

2005년 밀양지역 고교생의 집단 성폭행 사건, 2008년 4월 대구 달서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2017년 3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2017년 4월 숭의초등학교 수련회 집단 폭행사건, 2017년 9월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 등 그간 청소년 잔혹 범죄는 사회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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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해자들이 청소년이라 터무니없이 낮은 처벌을 받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 지난 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얼굴이 멍투성이인 사진을 올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인천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의 형이 지난 12일 선고됐다. B·C(19)군에겐 각각 징역 4년 6월~5년이, D(15)·E(14)양에겐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 처분이 내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은 가중됐다. 검찰이 지난 5월 말 열린 결심 공판에서 B·C군에겐 징역 11∼13년을, D·E양에겐 5년∼장기 7년 6월을 각각 구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판결도 일련의 사건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감형되거나 선처를 받은 사례는 많다. 경남 밀양 고등학생 44명이 지난 2004년 여중생을 1년간 성폭행한 사건에선 5명만 소년원 보호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 18일 내놓은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에 따르면 촉법소년(만 10~13세)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3167명→3416명)했다.

촉법소년 3416 명 중 65.7%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마지막 나이인 13세였다. 대부분 중학교 1학년인 13세의 범죄는 지난해보다 14.7% 늘어났다.
 

‘지능화’된 청소년 범죄
“수십 년 전 14세와 달라”
 


이웃 나라 일본도 소년 범죄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2007년 소년원 송치 대상을 11세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살인의 경우엔 소년부 재판이 아닌 일반 형사재판에 넘겨 똑같이 다루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14세 이상 18세 미만의 소년범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지만 살인이나 강간 등 흉악 범죄의 경우엔 수법 등에 따라 성인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년법 개정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21건 법안 발의를 비롯해 지난 2016년 1건, 올해 정부 발의 포함 2건 등 총 23건 모두 소관위에 계류 상태다. 아직까지 하나도 통과된 것이 없는 점은 이 문제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 범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능화’ 된 점을 꼽았다. 그는 “가해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본인은 미성년자니까 ‘나는 초급이니까 대충 조사해 주세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우울증이 있다’고 얘기한다고 한다. 그만큼 청소년 가해자들도 작량감경, 심신미약 등의 개념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순진해서, 낭만적으로 청소년들을 생각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다. 상당히 지능화됐다”라고 밝혔다.

현재의 14세 기준은 지난 1953년에 만들어졌다. 약 65년이 흐른 지금은 미성년자들의 신체적 발육 상태가 좋아지고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폭이 크게 넓어진 만큼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대중의 인식이다.

이 교수는 “2018년도의 청소년들은 상당히 성숙했다. 기준을 더 낮추어서 처벌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나이에 맞는 처벌을 하고 또 가정, 학교, 국가 등에 따라 처벌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정책도 요구된다. 시도 교육감과 함께 청소년 범죄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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