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방패막이 역할, 사외이사 활동 여전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주요금융지주와 은행 사외이사 가운데 친 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2018)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거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인사들이 대거 등용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한 주요 금융회사들의 사외이사 운영 현황과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등 자격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 출신과 이해관계 또는 이해충돌 있는 사외이사 비중 높아져
분석대상 93개 社 373명 중 ‘검증 필요한 사외이사’ 162명(43.4%)


 
 통상 사외이사들은 신규 선임되고 2년 후 매년 연임으로 5~6년의 임기를 채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간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상당수가 연임을 포기해 올해는 새 얼굴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이들 중 친정부 인사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논란중인 사외이사 누구?

연구소는 ‘정치 낙하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친정권 정치활동 경력의 사외이사들은 모두 14명이라고 했다. 14명 중 11명이 국유회사와 금융그룹 소속이다.

기업은행 계열 회사들은 올해 김정훈(중소기업은행,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 고영인(IBK저축은행,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임재훈(IBK저축은행, 정재호 의원 특보) 등 3명을 선임했다.

분석 대상 회사는 아니지만 IBK연금보험도 2010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희갑 전 총리실 비서관을 올해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광주은행에서 올해 선임한 지병문 사외이사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2017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이 밖에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출신들이 눈에 띄는데, 오정희(KDB생명보험, 전 공직기강비서관), 윤승용(KB저축은행, 전 홍보수석비서관), 정영두(경남은행, 전 경제정책행정관), 김대유(DB생명보험, 전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등이다.  

또한 연구소는 최초선임일을 기준으로 최근 5년 이내에 고위공직자였거나 금융연구원 재직경력이 있는 사외이사 55명의 명단도 공개했다.  고위공직자/금융연구원 출신은 일반적으로 주인 없는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를 위한 낙하산 가능성, 반대로 금융회사 입장에서 정부나 사법부, 감독 당국에 대한 로비스트 또는 방패막이 목적으로 선임했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현재 고위공직자 출신 사외이사들은 모두 과거 정권 인사이고 퇴임 시점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이봉창(서울보증보검, 검사), 임승태(국민은행, 재정경제부), 박병대(신한금융지주, 대법관), 박원식(신한은행, 한국은행), 김성렬(신한카드, 행정자치부), 이기연(농협금융지주, 금융감독원), 강윤구(삼성생명보험, 보건복지부), 서석희(롯데카드, 공정거래위원회) 등 8명이다.  금융연구원 출신은 11명 중 9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선임되었고, 박해식(농협금융지주), 김동환(교보증권) 등 2명이 올해 새로 선임되었는데, 김동환 사외이사는 선임 직후인 3월 29일 금융원구원 부원장에 선출됐다.

다만 연구소는 전문성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도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일본계 주주를 비롯한 우호주주와 고위공직자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이사는 24명이며 이 중 우호주주는 12명, 고위공직자 출신은 6명이라는 얘기다.

신한금융지주의 김화남, 박안순, 최경록, 히라카와유키 이사가 일본계 주주였고, 신한은행의 후쿠다히로시 이사와 제주은행의 이상훈1 이사도 일본계 주주 출신이다. 이와 함께 신한생명의 마사이코지, 정천용 사외이사와 박평조 신한카드 이사도 일본계 주주였다.

신한금융에는 고위공직자 출신 사외이사도 많았다.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로, 박원식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신한은행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신한생명 이사로,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한금융투자 이사,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은 신한카드의 사외이사로 있다.

기업은행 계열의 경우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이사는 4명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에서는 1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가 6명, 그 중 고위공직자 출신은 3명이었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권태균 전 주 아랍에미리트 대사가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사외이사 다수…검증 필요

경제개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를 로비스트 또는 방패막이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우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해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거나 법적 자격요건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이는 ‘분석 대상 93개사 사외이사 373명 중 162명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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