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부 심의냐” 회의장 박차고 나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전광삼(51‧자유한국당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상임위원이 “심의 원칙이 무너졌다”면서 지난 12일부터 방송소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TV조선 ‘북한,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요구’ 보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심의결과(TV조선 법정제재, 블랙하우스 행정지도)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 위원은 광고 통신 심의는 지속하고 전체회의에도 참석하지만, 보도 시사 방송 심의는 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전광삼 상임위원 “심의 원칙이 무너졌다”···시민단체 “역전현상”

전 위원은 지난 12일 “오늘 방송 소위부터는 들어갈 자신이 없다”며 “내 나름의 심의 원칙과 기준을 다시 세우지 않고서는, 기자를 해 본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소명을 알기 때문에 기사에 대해 함부로 규정을 들이대서 심의할 자신감을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4기 방심위 출범 당시 위원들끼리 합의한 공정성, 객관성, 조롱‧희화화 등의 심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밝힌 방심위 공정성의 기준으로는 ‘반론 보장’, ‘대담‧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의 중립적인 진행’, ‘조롱‧희화화 표현’ 등이다.

전 위원은 “4기 방심위가 출범하고 가장 크게 내걸었던 모토가 공정함과 따뜻함이었다”면서 “공정함은 방송심의위원회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방송소위 위원들도 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공정성에 대한 부분은 나름의 컨센서스(합의)를 가지고 심의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기준이 다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많이 우려해 왔다”며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기준이) 지나치게 적용되고, 약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매체‧내용에 따라서도 그렇게 되는 거 같아서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정성이 무너진 사례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꼽았다. TV조선 ‘장성민 시사탱크’를 예로 들며 “(블랙하우스, 시사탱크 두 프로그램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어느 진영을 욕했는가 그 점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봉주 씨와 관련된 내용 외에 블랙하우스에 대한 법정제재는 없었다. 블랙하우스가 심의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심의 위원들이) 초심을 잃었다”면서 “블랙하우스가 패널 구성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 진행자가 이야기를 다하고 양쪽 의견이 아니라 의견이 같은 사람들을 앉혀놓고 진행한다.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대다수 위원들은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 의견만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이면 지상파, 종편, 보도 채널 심의 규정을 다 나눠야 한다”면서 “규정이 하나라면 대상이 되는 걸 똑같이 봐야 한다. 어쩌면 지상파를 더 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는 국민의 재산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지방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난 서울신문 출신”
 
전 위원은 “TV조선 법정제재 결정이 이번 결심(보이콧)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파적 이해관계로 판단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몇몇 기자들이 TV조선의 법정제재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의 한 예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다. 내가 TV조선을 봐 줘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나는 서울신문 출신”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9일 방심위는 TV조선 ‘북한,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요구’ 보도에 대해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외신 기자들에게 1만 달러 취재비를 요구했다는 TV조선 보도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객관성을 결여한 보도라는 판단에서다. TV조선은 앞서 ‘김정숙 여사 경인선 발언’으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은 바 있다. 복수 언론은 전 위원의 ‘보이콧’ 선언이 TV조선의 법정제재 때문으로 해석했다. 지난 9일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TV조선 안건을 가지고 일부 야당 추천 위원들의 ‘회의장 퇴장’과 ‘청와대 청부 심의라고 강하게 반발’ 한 것을 두고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오보 판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 위원들이 무리하게 법정제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이들 위원들의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는 “(그동안 방심위에서) 심의 자체가 많이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기각’ 또는 방송소위원회에서 애초에 중징계로 넘어가지 않고 ‘권고’ 이하의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4기 방심위 이전에는 ‘힘의 논리’로 그랬던 것”이라며 “4기 방심위에서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전에는 종편이나 일부 언론‧방송사에 대해 지나치게 봐주기였다. 법정제재 정도의 중징계가 나와야 언론‧방송사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두고 심의의 형평성이 어긋났다고 얘기하는 것은 안 된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고 정치적인 뜻과 맞지 않으니 싫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주장에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TV조선의 풍계리 보도만 놓고 본다면 주의 이상의 조치가 나와야 하는 수준이었다. TV조선이 실제로 외신기자‧브로커를 통해서 얘기를 듣고 녹취록이 있어도 지속적으로 (방심위) 심의에서 나온 얘기처럼 북한이 통상 많은 외신기자들에게 돈을 준 것인지 확인했어야 한다. 또 외신 기자 ‘일부’가 무리한 요구를 받고 있다는 표현을 써야 하는데 일반화처럼 느끼게 보도했다는 점이다. 오보냐 아니냐를 떠나서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추천한 한국당 입장은?
 
전 위원은 전체회의에서 “오보라는 확신을 못하고, 사실도 확인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객관성 조항으로 말꼬리를 잡는 것”이라며 “TV조선이기 때문에 법정제재 결정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상로 위원도 “이번 사안으로 방심위의 정치적 편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청와대 청부 심의로, 방심위가 권력에 이용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추가 의견진술을 요청한 TV조선 관계자들도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면서 TV조선 측은 방심위의 결정에 이의 신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오보 여부가 확실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제재를 내리는 게 형평성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아쉬운 결정이 나온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TV조선 보도‧블랙하우스의 심의결과를 두고 방심위 심의 위원 간에서는 ‘진영논리’로 번지는 모양새다. 과연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유한국당 윤영석(수석대변인)‧정용기(제20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간사 수행 예상)‧박대출 의원(제20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후반기 위원) 측에 확인해 봤다. 윤영석 의원 측은 “세부적인 내용이다 보니 정용기 과방위 위원에게 묻는 게 좋을 것”이라 답했다. 정용기 의원 측은 “(과방위 위원으로) 선임된 지 얼마 안 돼서 현황 파악을 하고 있다. 입장을 내놓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 측은 “한국당 대표성 발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당사자(전광삼 상임위원)에게 직접 묻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 위원은 전체회의에는 출석하되 방송심의는 하지 않고, 광고‧통신소위원회는 계속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 보도와 관련된 심의 혹은 대담 토론 부분에 관련된 부분, 보도 시사 토론 부분에 대해서는 4기 방심위 기준이 (출범 당시대로) 살아나지 않는 한 들어가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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