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인가 ‘개꿈’인가, 150조 금괴 돈스코이호

<신일그룹>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울릉도 바다 아래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가 침몰한 지 113년 만에 인양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무려 150조 원 상당의 금화와 금괴를 싣고 있다는 돈스코이호가 과연 이번에는 그 실체를 드러낼지 의문이다. 또한 인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신일그룹 최대주주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상장사 주가가 상한가를 치다가 급락했다.

2001년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밝혀 17주간 상승했다가 인양 실패로 상장 폐지된 동아건설과 데자뷔 된다.  여기에 금감원이 관심은 괜찮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돈스코이호 인앙과 관련한 신일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증명했다. 인양할 것”
“사기다. 2001년 동아건설 주가조작 데자뷔”


그동안 돈스코이호 탐사를 준비해 온 신일그룹 탐사팀은 지난 14일 침몰 추정 해역에서 캐나다 Nuytco의 유인잠수정(Deepworker) 2대를 투입해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해상도의 영상카메라로 장착된 포와 선체를 돈스코이호 설계도와 면밀히 비교해 100%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15일과 16일에 이어진 재탐사를 통해 15일 오전 9시 48분 함미에서 DONSKOII(돈스코이)라고 선명히 적혀 있는 함명을 발견하고 촬영해 돈스코이호로 확정했다.

진짜 금괴가 숨어 있을까

이 배가 주목받는 이유는 러시아 군자금을 싣고 다녔다는 소문 때문이다. 현재 가치로 최대 150조 원에 달하는 금괴와 금화상자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눈길을 끄는 것이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당시 일본이 금을 찾으려고 몇 차례 울릉도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1932년 11월 28일자)에 상세히 보도됐다.

당시 함대는 기술적 한계 탓에 연료와 식수·보급품 등을 중간중간 항구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원거리 항해를 했다. 장병들에게 임금도 지급해야 했기에 금화·금괴 등을 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배를 발견했단 주장만 있을 뿐 배의 실체나 금괴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물선 인양 소식이 알려진 직후 주식시장은 떠들썩했다. 신일그룹의 류상미 대표가 제일제강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인 사실이 거론되며, 제일제강이 관련 테마주로 꼽히며 급등세를 보였다.

이에 제일제강은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고 공시했다. 이후 제일제강의 주가가 사흘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오전 9시 24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제일제강은 전 거래일(3100원)보다 470원(15.16%) 내린 26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일제강은 “보물선 사업과 무관하다”고 밝힌 지난 18일 6.25% 19일에는 20.51% 낙폭을 보였다.

진짜면 대박, 가짜면 쪽박
 
   한 경제전문가는 이 배에 금괴가 실려있다고 해도 소유권 인정 문제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돈스코이호 소유권을 둘러싼 잡음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 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동아건설측과 러시아 측이 소유권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일그룹은 두 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 D건설이 발견했다고 한 침몰선은 침선의 위치(좌표)와 수심을 공개하지 않았고 선명도 없었으며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특징적인 함정의 장비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공개된 사진은 3~4장에 불과했고 그 또한, 돈스코이호라고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당시 조타기라고 발표한 사진의 부품은 불명확하다 ▲불타서 테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한 12축 형태의 조타는 돈스코이호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서 돈스코이호는 우리 영해에서 스스로 침몰한 배이고, 침몰한 지 100년이 지났기 때문에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돈스코이호 소식이 주식시장을 흔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동아건설로 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아건설 주가는 2000년 12월 15일 1주당 360원이었는데 보물선 발견이 알려지면서 상한가를 쳤고, 다음 해 1월 4일 3265원까지 올랐다.

무려 10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 그러나 2001년 6월 7일 마지막 종가 30원으로 거래소에서 초라하게 퇴출됐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돈스코이호에 금괴 적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고점에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봤다. 

앞선 1916년에도 돈스코이호 인양이 시도된 바 있다. 일본이 가장 먼저 시도했다. 이후 수년간 인양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실행되지 않았고 국내에선 1981년 도진실업이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과거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했던 회사가 자금난으로 파산한 사례가 있었던 점을 소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풍문을 유포하는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한편 신일그룹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홈페이지 내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했더니 “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이라는 녹음 목소리만 계속 들렸고 홈페이지엔 ‘본사 방문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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