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 산업 기반 무너질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해당 제도가 건설 현장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비중을 늘려 우리나라 건설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난다. 또 건설 현장에서는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건설현장의 경우 ‘3개월 근무-2주 휴가’ 등의 탄력 근무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방법이든 연봉 감축이 불가피해 직원들의 해외 근무를 기피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숙련 안 된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 악화 예상
낮은 실효성·현장감각 부재·연봉 감축 등 지적도 많아


지난 1일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단축근무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탄력근무제와 대체근무제 등을 적극 활용해 법정 근로시간 지키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해당 정책에 따라 불법 외국인 노동자 채용 증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례로 제주도의 경우 현재 도내 불법체류자 수가 1만1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인 6000여 명이 건설 현장에서 근무한다고 추정하는 주장도 있다.

실제 제주도 내 관급 공사 현장에 투입됐던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시 돌문화공원 내 설문대할망 전시관 건립 공사 현장에서 중국인 불법체류자 A씨(37) 등 16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건설업 경쟁력 약화 우려

이들은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와 체류기간이 1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장 내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단속을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관공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가 일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제주지부는 지난 5월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당국에 외국인노동자 불법 고용을 막을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불법 외국인노동자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자본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 체류 상태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법정근로시간 미준수에 대한 강한 목소리를 내기 곤란하며 대다수 사례에서 수입 증가 등의 이유로 오히려 장기간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노동시간 단축에 곤란해 하는 일부 전문건설업체들은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 채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일자리위원회 건설분과 제11차 회의에서 전문건설협회가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외국인노동자 채용 확대를 건의한 바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의 정착을 위해 고용노동부 및 법무부는 불법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 현장 및 사업주에 대한 단속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 증가했을 때 현장 안전과 향후 건설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건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통의 문제가 있다”면서 “별 것 아닌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장 안전, 건물 안전 등과도 밀접한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 볼 부분은 우리나라의 ‘숙련공’들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현장의 숙련공들은 건설 산업의 기반이 되는 사람들인데, 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점점 우리나라 건설업은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향후 국내 및 해외 현장의 돌발상황, 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공사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해외 현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마 등 날씨로 인해 공사를 쉬어야 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은 현장은 탄력 근로제의 유연한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증가, 발주처와의 관계 악화 등으로 해외 건설 현장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현장은 공사기간 단축이 곧장 이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과노동에 시달리는 작업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 시행 이후 다양한 문제점들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전국건설노동조합원 3만여 명이 건설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과 임금 삭감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을 목표로 투쟁에 나선 모습이다. 

거센 반발 일으키는 정책

장옥기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근로자법을 올해는 반드시 통과 시키고 임금인상 투쟁도 이겨내야 한다”며 “건설노동자들의 삶이 바뀔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6개월간 이어지는 계도기간 동안 처벌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장에선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도 다양한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육길수 사무처장은 “노동자와 기업의 복수 근로계약 체결,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 감수, 명목 상 휴게시간의 설정 등이 문제”라고 말한다.

노동자와 기업의 복수 근로계약 체결의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 최대 노동시간의 기준은 일하는 노동자가 아닌 사업장인 탓에 특정 노동자가 타 사업장에서 별도로 노동을 하는 것을 제약할 수는 없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별도의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문건설업체가 노동자들을 중복 채용해 노동투입을 지속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을 어겨도 대부분 가벼운 벌금에만 그쳐 억제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명목상 휴게시간의 설정 문제도 “휴게시간은 법정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명목상의 휴게시간을 설정하고 실제로는 노동을 하게 하는 방식도 예상된다”며 “제도적으로 일과 내 휴게시간 설정을 방지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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