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증언에 재판 분위기 ‘반전’ 벌써부터 정계 복귀설 ‘솔솔’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치 생명줄은 아직 끊기지 않은 걸까. 김지은 씨가 제기한 ‘미투 사건’이 반전의 기미가 보이자마자 정계 복귀설부터 흘러나온다.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재판 추이에 따라 정계 복귀 가능성이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5차 공판까지 진행된 현재로서는 안 전 지사가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 여론이 사그라지고,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기울고 있는 것. 김 씨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안 전 지사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 점차 확산 중이다. 여기에 안 전 지사와 함께 ‘미투 논란’으로 사퇴를 선언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잇따라 ‘깜짝’ 복귀한 점도 안 전 지사 정계 복귀설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만약 안 전 지사가 8월 초 예정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金 옹호 ‘주춤’ 安 방어권 보장 목소리 ‘확산’… 여론전 승기 잡아
8월 1심 선고 무죄 판결 시 내년 4월 총선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김지은 전 정무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6차 재판을 지난 16일 열었다. 6차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5차 공판까지는 안 전 지사에게 유리한 분위기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앞서 1·2차 재판까지만 해도 안 전 지사가 불리한 형세였다.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 측 주장대로 ‘권력형 성범죄’로 보는 여론의 분노를 쉽사리 잠재우지 못했다.
 
김 씨 측도 안희정 편? 유리한 증언 ‘속속’
 
그런데 지난 9일 3차 공판부터 반전의 조짐이 보였다. 김 씨의 후임 수행비서로, 김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구모씨가 ‘상화원 사건’을 언급한 것. ‘상화원 사건’은 지난해 8월 충남 보령군 상화원 리조트에서 김 씨가 새벽에 안 전 지사 부부의 방에 들어갔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구 씨는 안 전 지사의 부인인 민주원 씨로부터 김 씨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받은 사실과 함께 당시 김 씨를 수상하게 여긴 민 씨가 구 씨에게 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결정적으로 김 씨에 불리한 증언을 한 셈이다. 무엇보다 김 씨를 옹호하는 측으로부터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컸다.
 
이후 안 전 지사 측은 4차 공판부터 본격적으로 반격의 고삐를 좼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의 후임 수행비서 어모씨를 증인으로 신청, 전세 역전을 노렸다. 어 씨는 “김 씨는 저나 운행비서보다 안 전 지사를 더 격의 없이 대했다”면서 “한 회식자리에서 김 씨가 ‘아, 지사님 그런 거 아니에요. 지사님이 뭘 알아요’라는 식으로 말해 주위 사람들이 놀랐다”고 주장했다. 전 충남도 비서실장 신모씨도 “(안 전 지사는) 참모들을 편하게 대했다”며 “김 씨의 주장과 달리 업무량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안 전 지사를 두둔했다.
 
이후에도 안 전 지사에 대한 유리한 증언이 잇따라 쏟아졌다. 반전의 방점은 5차 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부인이 찍었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는 지난 13일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상화원 사건’과 관련 “2층으로 올라오는 삐걱 소리에 실눈을 떠서 보니 문을 열고 김 씨가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시 새벽 4시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내려다봤다”며 “현관은 잠겨 있었고 올라올 사람은 1층에 있던 김 씨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가 남편을 좋아한다는 걸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마누라 비서’로 불리기도 했지만 불쾌함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 씨는 “남편이 화를 내야 하는데 ‘지은아 왜그래’라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해서 상당히 불쾌했다”고 구체적으로 부연했다.
 
김 씨 측은 재판 직후 입장문을 내고 “상화원에 묵던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낸 문자를 확인,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을 수행비서로서 막기 위해 한밤중 대기했다”며 민 씨 주장에 반박했다. 김 씨는 “복도에 있다 방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봐서 내려왔다”고 덧붙이며 침실에 들어왔다는 주장 자체를 부인했다.
 
빠르면 ‘4월 총선’도… 무죄 판결 ‘무게’
 
김 씨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안 전 지사에 기우는 모양새다. 김 씨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초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공판이 진행되며 김 씨에 불리한 증언이 잇따라 쏟아지자, 그의 평판과 행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씨의 2차 피해만 우려하던 목소리가 안 전 지사의 ‘방어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피고인에 유리한 증언이 더 많이 공개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치적 재기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안 전 지사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적 생명이 연장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8월 예정된 1심 선고에 따라 안 전 지사가 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안 전 지사 측 주장대로 ‘위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여론이 안 전 지사 쪽으로 급격히 돌아서 충분히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빠르면 내년 4월 총선도 노려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무죄 판결이 나오면 충분히 정계 복귀의 명분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여론의 추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시기를 잘 찾아야 할 것”이라고 관망했다. 특히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안 전 지사에 대해 신청했던 구속영장이 “혐의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사유로 기각된 점은 ‘무죄 판결’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실제로 안 전 지사 측은 벌써부터 기대를 내비치는 분위기다. 안 전 지사 캠프 관계자는 “5차 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부인이 나선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우리 쪽에서는)이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투’ 정치인들 속속 복귀 안 전 지사도 영향 받나
 
여기에 안 전 지사와 비슷한 시기에 ‘미투 사건’으로 사퇴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속속 복귀한 점도 안 전 지사 정계 복귀설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들의 정계 복귀에는 여권이 크게 힘을 실어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선임됐다. 6.13지방선거에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불륜 의혹으로 사퇴한 후 4개월 만이다. 문 의장의 당선으로 박 전 대변인은 정계에 다시 복귀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성 추문에 휩싸여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던 민병두 의원도 지난 5월 의사를 철회했다.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국회로) 돌아올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그가 “당과 유권자의 뜻에 따라 의정 활동에 헌신하겠다”며 정계에 돌아온 것. 지난 16일에는 국회 정무위원장에 선출되며 본격 정계 활동을 예고했다. 정무위원장은 금융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관장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 같은 추세에 안 전 지사도 무죄 판결이 날 경우 결국 이들과 마찬가지로 정계 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 도덕상 치명타… “여당도 부담스러울 것”
 
반면 일각에서는 안 전 지사가 법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정치 생명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 혐의를 벗더라도 혼외(불륜)관계라는 점이 도덕적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변인과 민 의원과는 차원이 다른 미투 사건”이라며 “두 사람은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였다. 검찰 수사로도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행’으로 검찰 수사가 착수됐다는 점에서 사생활 문제로 대두된 이들의 정계 복귀와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견해다.
 
특히 안 전 지사는 ‘비문계’ 인사로 분류될 뿐 아니라, 측근 그룹이 대부분 초선 의원들로 구성돼 재기 발판을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민주당이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21대 총선 공천권을 내줄지도 미지수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그동안 ‘청렴’ ‘도덕’의 이미지를 강조했기 때문에 정치적 회생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안 전 지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정계 복귀 활로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의 한 관계자도 “불구속 수사라고 하더라도 법적 공방까지 갔다는 점에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라며 “아무리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정계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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