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얼굴 나체 사진 합성·성적 모욕감 주는 발언 교묘한 사이버 성폭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음란물에 타인의 얼굴을 합성·유포하는 방식의 사이버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딥페이크(deepfake)’라고 불리며 논란을 불러왔다. 자신의 나체 사진이 유포되는 수준의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이 범죄가 SNS 공간에서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

SNS 통해 무분별 유포…“해외 서버라 처벌 어렵다”는 말 뿐
‘지인 능욕’ 방식이 놀이 문화로 둔갑…법률 적용 한계


선정적인 사진에 유명인을 합성·유포하는 방식의 사이버(디지털) 성폭력의 대상이 이제는 ‘지인 능욕’이라 불리며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이던 여성들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뒤 본인의 스마트폰에 소장한 남성 A씨가 음화 제조·소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대학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같은 범행은 지난해 12월 지하철에서 분실한 이 남성의 휴대전화를 한 학생이 주워 살펴보다 피해 사진 속 여성을 알아보면서 덜미가 잡혔다. 당시 A씨의 스마트폰에는 알고 지내던 여성의 얼굴을 타인의 나체에 합성한 사진 5장이 저장돼 있었다.

A씨는 음란물과 지인의 얼굴을 합성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계정에 의뢰해 사진들을 입수했다. 이후 해당 계정은 이미 운영되지 않으며 계정 주인 역시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여성 10명은 단체로 A씨를 고소했다. 이에 수사당국이 그의 스마트폰과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를 압수 분석한 결과 소장 외 유포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복욕 채우기 위한
일종의 ‘놀이 문화’
 

지인 능욕이라 명명된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이미 인터넷망에서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시작이 언제부터라고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2015년 이후 주로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음란물) 합성과 모욕적인 게시물을 함께 올리는 ‘지인 능욕’이라는 방식 자체가 놀이 문화처럼 제시되면서 (범죄율이)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이 범죄는 현실에서 가해자와 피해 여성이 가벼운 친분이나 안면만 있는 사이여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에서 성적(性的)인 관계를 맺을 수 없을 때 피해 여성의 얼굴을 타인의 나체에 합성하고 이와 함께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함께 게재하는 방식으로 정복 욕구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NS 등 실생활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상대방에게 사진을 전송해 주지 않았다 할지라도 본인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올린 셀카(self-camera)를 타인이 몰래 저장해 지인 능욕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피해가 적발될 경우 계정을 삭제하거나 SNS 플랫폼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 또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소정의 금액을 받은 뒤 의뢰인의 요구에 맞게 음란물과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SNS계정들이 운영되기도 한다.

이처럼 지인 능욕은 피해자가 음란물과 본인의 얼굴이 합성·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어 암수율(暗數率·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율)이 높은 범죄 중 하나다.

서 대표 역시 본인이 지인 능욕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는 보통 다른 지인을 통해 알게 된다고 전했다.
 
보통 피해자의 얼굴과 타인의 나체를 합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은 상당히 크다.

서 대표는 “음란물에서 강간, 자위하고 있는 나체를 따와 합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피해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합성이) 잘 된다면 정말 피해자의 나체인지, 합성이 된 건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헤어진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전 남자친구가 나체사진에 피해자의 얼굴을 합성한 뒤 수치감을 주는 언사와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유포한 경우를 예로 들면서 “(이후 피해자는)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공포고, 타인이 자신을 쳐다볼 때 왜 쳐다보는지 의심부터 먼저 들 정도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발달된 기술로 합성이 더욱 정교하게 이뤄져 피해자는 실제 자신의 나체가 촬영·유포되는 수준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현재는 인공지능(AI)까지 이용돼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에도 얼굴 합성이 가능하게 됐다.
 
마땅한 대책 미비
조속한 마련 촉구돼

 
발생하고 있는 피해에 비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이나 피해 대처에는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서 대표는 “음란물을 합성·유포했을 때 (해당 범죄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 자체가 음화 제조밖에 안 된다. 경찰 수사 시 적용 법률에 한계가 있는 것도 어려움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성폭력처벌법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배포한 경우)에 합성 등으로 인한 피해나 (해당) 가해자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으라는 연구 사업을 진행했었다”면서 “보통 성폭력처벌법 13조(통신매체음란죄)에 의거한 방식의 사이버 성폭력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찍히지 않았어도 본인의 신체 이미지와 성적인 이미지가 온라인 공간에 유포된 피해에 대해서는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과 같은 선상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수사당국 역시 이러한 범죄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활용해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된다’고 일러줄 정도로 해당 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월 16일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현행법상 ‘지인 능욕’ 등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꼬집고 이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지인 능욕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해 11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일반인 모욕 사진의 유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텀블러나 트위터 같은 해외 사이트의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인 여성을 비롯해 미성년자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진이 ‘지인능욕’이라는 콘텐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고 토로하며 온라인상의 범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 청원은 한 달 동안 진행됐으며 총 12만3288명이 청원에 동의 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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