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시장 경쟁 ‘점입가경’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쏘카가 선점하고 있던 국내 카셰어링(차량 공유) 시장에 신규 업체들이 진입 의사를 밝히면서 후발 업체들과의 경쟁 속에 쏘카가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한 쏘카는 지난 4년간 발생한 영업 손실만 500억 원에 달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를 자체 확보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 등과 초기 투자금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쏘카는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9월 론칭한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와 아주그룹의 링커블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차단해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업계는 쏘카가 성장과 정체를 가를 고비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네이비’·‘딜카’·‘링커블’ 등 후발 업체 추격 거세
쏘카, 이재웅 대표 영입…‘공격적 경영’ 통할까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의 소비자들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250억 원에서 2020년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셰어링은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제도로, ‘공유 경제’라는 신유형 사업 영역이다.

2012년 설립 당시 차량 100대로 시작한 쏘카는 최근 보유 차량 1만 대를 넘기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공유 차량도 100대에서 6400대로 늘어났다. 2012년 3억 원에 불과했던 쏘카의 매출은 2015년 448억 원으로 150배가량 증가하며 사업 규모가 커졌다.

5년 연속 영업적자

하지만 몸집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지난해 2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손익분기점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쏘카는 창사 이래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쏘카는 지난해 매출 1211억 원, 영업손실 1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영업손실 213억 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계속해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흑자 전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차량 유지비와 보험료 등도 큰 몫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특히 사업 확장을 위한 각종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쓴 영업비용은 13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차량 유지비를 비롯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등이 늘었다.

롯데그룹이 인수한 그린카, 현대글로비스의 딜카, AJ렌터카가 인수를 결정한 링커블 등 후발주자의 추격도 차단해야 한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가 카셰어링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4월 27일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개하고 카셰어링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미래 사업의 나침반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9월 론칭한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는 고객이 딜카를 이용할 때마다 블루멤버스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추후 현대차 구매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완성차 메이커로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쏘카와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상하고 있는 그린카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린카는 2012년 6만5000명이었던 회원 수가 현재 220만 명으로 34배 늘었고 전국 2800여 개의 그린존 차고지에 6000여 대의 공유 차량을 배치하는 등 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AJ렌터카가 인수를 결정한 링커블은 차와 관련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을 운영·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아파트 주민, 오피스 구성원 등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차를 함께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카셰어링 서비스인 네이비를 운영하고 있다.

링커블은 서울 시내 고급 주거단지와 업무시설에 특화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서울 성수 트리마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종로 경희궁자이, 부산 해운대 에이치스위트 등 고가 아파트에서 입주민 전용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 벤츠, BMW 등 수입차를 대거 갖춘 점이 특징이다.

‘사회간접자본 확충’ 과제

후발 업체와의 경쟁뿐만 아니라 전기차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확충도 하나의 과제로 꼽힌다. 쏘카는 전기차로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30여 대를 최근 도입했지만, 인프라 문제로 제주도에서만 운영 중이다. 그린카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총 115대의 전기차를 운영하는 것에 비해 뒤처진 모양새다. 그린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104대, BMW i3 1대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 총 115대의 전기차를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비스도 도입했다.

 
‘쏘카-VCNC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쏘카는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쏘카는 초기 투자자였던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를 회사 대표로 영입하고 지난 4월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에서 6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여전히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쏘카 이사회 의장에 이어 지난 4월 대표를 겸임하면서 10년 만에 벤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이 대표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경영 전반을 챙긴다고 밝혔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17일 성수동 본사에서 열린 쏘카 VCNC 인수 기자 간담회에서 “차량공유 인프라를 확대하고 빅데이터, 자율주행 기술, 사고방지 기술 등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신규 업체들의 합류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향후 5년 내 1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쏘카카 공격적인 투자와 인프라 확대로 다른 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카셰어링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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