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우울증 반복되는 ‘양극성 장애’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요즘 언론을 통해 양극성 장애라고도 불리는 조울증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국민 관심 질병으로 선정해 통계자료를 제공할 만큼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질환이지만,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여타의 질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연예인이 이 질병을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으며 이에 관한 세간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조울증 환자 매년 8.4% 증가…“사회적 스트레스 영향”
자가진단 어려워…일정 기간 동안 이야기 들어줘야


여러 유명인이 조울증, 이른바 ‘양극성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 질병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배우 장근석이 해당 질병을 이유로 4급 병역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부터다.

개그맨 겸 DJ 정찬우와 미국 유명 가수 머라이어 캐리 역시 이 병을 앓고 있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조울증이란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기분 장애다. 조증의 강도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분류된다. 조증 시기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우울 증세가 반복될 경우를 1형 양극성 장애, 경조증(조증이 약화된 상태)과 우울 증상을 반복적으로 띨 경우 2형 양극성 장애라 한다.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조증 삽화기에 접어들었을 때 비정상적일 정도로 들뜨고 고양된 상태를 유지한다. 또한 지나친 자신감, 의욕 과다, 말 수 증가, 과소비, 불면 등의 증세가 동반된다.

이와 달리 사소한 일에 분노를 표출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등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우울 삽화기가 되면 우울감, 불안·초조, 무기력감, 절망감 등을 토로하며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된다.

또한 주변인들이 자신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것 같다는 피해 사고가 발동되는데 이것이 발전할 경우 피해망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반된 특성으로 인해 조울증은 ‘양극성 장애’라고 불린다.

조울증에 관해 국립정신건강센터 기분 장애과 박동연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기분이 들떠 자신감이 넘치고 활동적인 조증 상태와 마음이 가라앉는 우울 상태가 일생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조울증 환자의 경우) 조증보다는 우울증 시기를 3.7배에서 많게는 37배 정도 더 많이 보낸다”고 설명했다.
 
충동적인 성향으로
폭력·방화·무단침입
 

조울증 환자의 경우 충동적인 증세로 인해 종종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재판부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A씨에게 징역 8개월 및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A씨는 지난 5월 5일 국회 본관을 향하던 김 권한대행의 턱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여의도지구대에서 신발을 던져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성일종 위원장 비서의 정강이를 폭행한 장본인이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매체와 인터넷 등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앞서 지난달 4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A씨가 조울증을 앓고 있음을 고려해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지난 5월 8일 충청남도 천안에서 조울증 증세를 앓고 있던 한 20대 남성이 119 구급차량을 도난해 시내를 질주하다 잡힌 사건, 올해 조울 병력을 지닌 40대 남성이 1월 10일 “중국 첩자를 제거하기 위해 진입했다”며 경기도 평택시 소재의 미군기지에 무단 침입한 사건 등이 있다. 이처럼 조울증 병력을 지닌 이는 대다수 폭행, 방화, 무단침입 등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다.

이에 관해 어느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조울증 환자 중에서도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들이 가질 법한 망상 등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럴 경우 (조현병 환자) 못지않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조울증 환자는 치료 대상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그중) 극소수”라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강력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0.04%다. (이마저도) 이 안에 조울증 환자가 몇 명 포함돼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수면·식사
햇볕 노출 중요해
 

조현병을 지닌 이가 일으킨 ‘묻지마 범죄’나 조울증 병력이 택한 극단적인 선택이 언론에서 다루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날로 견고해지고 있다.

이에 관해 박 과장은 “조울병에 걸리면 사회적 인지 기능이 저하되거나, 장기적으로 (증세가) 악화돼 조현병으로 전환되지 않느냐는 선입견이 있다”면서 “조울병은 기분 장애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인지적·사회적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이어 증세와 관련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았다. 그는 “(조울증의 경우)상대적으로 잠시간 조증 시기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울증이라 했을 때) 조증만 더 생각한다. 오히려 조울증이라는 건 우울한 기간이 훨씬 더 긴 병”이라 설명하며 “(환자 중에서도) ‘나는 들뜨거나 하는 조증 상태가 아니고 대부분 우울하니 우울증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현 사회에서 조울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해당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이 2011년 약 6만7000명에서 2015년에는 약 9만2000명으로 대략 2만6000명이 증가했다. 2016년 당시 보건복지부는 해당 질환의 연평균 증가율을 8.4%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현 사회에서 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한몫한다. 치료를 위해 정신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 이전보다 내원 환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박 과장은 “우리나라의 최근 1~20년 사이의 사회적 영향도 크다”면서 “경제적으로 양극화가 되고 과거에 비해 근무 시간과 강도가 증가했다”고 원인을 짚었다,

조울증의 경우 스트레스에 취약한 질병인데 직장·학업 스트레스 등이 이전보다 과중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묻자 박 과장은 “조울증은 자가 진단이 쉽지 않고, 의학적으로도 조울증 자가 진단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조증 삽화일 경우 본인의 기분이 과도하게 들뜨거나 불안정해 스스로의 증세를 잘 인정하지 않거나, 자가 진단을 할 경우에도 증상을 약화시켜 표기하거나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울 삽화기에 접어들었을 경우 스스로 우울하다고 여겨 우울증이라 판단하기가 쉽다.

주변인 중 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조증 기간일 경우 환자가 과민하고 과대감에 빠져 있을 수 있으니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일정 시간 이야기를 들어줄 것 ▲우울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대화를 나누거나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악화될 경우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을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한다.

또한 박 과장은 자신이 조울증이 의심 가는 경우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원활한 스트레스 관리 ▲일정 시간 동안 햇볕 노출 ▲술, 카페인 자제 등을 지키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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