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빌딩 등 사고 팔면서 수백억 차익 … 최근엔 부실채권 매입외환은행 본계약 앞두고 “은행이 투기대상 되선 안돼” 반대 시달려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 확실시되는 ‘외국계 펀드’가 화제다. 어엿한 기업도 아닌 일개 펀드가, 그것도 외국계가 국내 외환에 정통한 은행을 인수한다니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론스타(LoneStar)’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나 펀드를 통틀어 가장 활동폭이 넓고 그만큼 수익도 많이 올리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 7월 정부와 외환은행 대주주인 코메르츠은행과 외환은행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국내 부실채권에 이어 알짜 부동산을 집어삼키더니 이번에는 제1금융인 은행까지 인수하려는 것이다.

론스타가 국내 은행을 노린 것은 외환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서울은행에 입질을 시도했으나 하나은행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또 올초에는 조흥은행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졌으나 신한금융지주에 석패했다.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보면 론스타가 국내 은행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에 진출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미 론스타는 국내 부실채권 요리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그러나 은행, 채권투자 등으로 론스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부동산 매입에서 론스타의 위력은 보다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배타성이 강한 한국 시장에 론스타가 이름 석자를 확실히 새긴 것은 2001년 6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I-타워(지금의 스타타워)를 인수한 사건이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2조원에 이르는 차입금에 자금이 묶여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유일한 타개책은 역삼동 I-타워 매각. 사실 현대산업개발은 I-타워에 대해 추가 공사비용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때 나타난 론스타는 ‘파란 눈의 구세주’였던 것.론스타는 이미 99년과 2001년에 각각 여의도 동양증권 빌딩(650억원)과 SKC 빌딩(650억원)을 사들였다. 두 빌딩은 모두 올해 1월에 매각됐으며 여기에서 론스타는 약 35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빌딩 매입에 이어 은행 인수까지, 론스타가 지나온 길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수였다. 외환위기 직후만 해도 부실채권 매입에 열을 올리던 론스타였다는 것만 봐도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론스타는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등이 실시한 부실채권 입찰에 참여했다. 채권 사이 사이에는 우량채권도 섞여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론스타는 98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5,646억원어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2001년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때까지 모두 2조3,000여억원을 부실채권 사들이기에 들였다. 이 규모는 모건스탠리(2조1,000여억원), 골드만삭스(1조6,000여억원)에 앞선다.2001년 이후 론스타의 투자 노선이 완전히 부동산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올해에는 카드채권 가치가 폭락하자 삼성 외환 우리카드로부터 모두 1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시기에 따라 주종목은 바꾸되 곳곳에 널린 ‘먹이감’은 놓치지 않는다는 게 론스타의 지론.투자 진의가 다소 불명확한 사례도 있다. 98년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오던 극동건설을 올해 5월 인수한 것이 적절한 예다. 론스타는 2,000여억원을 들여 극동건설을 법정관리에서 빼냈다. 투자 펀드가 사업상 완전히 성격을 달리하는 건설사를 매입했다는 데서 말이 많았다. 헐값에 매물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이 투기 펀드의 본래 목적이라 하더라도 건설업 진출은 다소 황당한 설정이었던 것.이에 대해 가장 유력한 해석은 론스타가 1,000억원대에 달하는 극동건설 사옥을 탐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사와 사옥을 한 데 묶은 패키지 상품에서 옥석을 가리고 옥은 옥대로, 석은 잘 키워 팔면 그게 제대로 된 장사이기 때문이다.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의 성격대로 큰 줄기를 설정, ‘테마식’ 투자를 해오던 론스타가 약 7년간의 한국 투자의 결정판으로 금융을 선택했다는 게 자산관리회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이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선명히 나타나고 있다.론스타는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빛여신을 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 금융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었다. 최근의 외환은행 외자 유치를 위한 단독협상자로 선정된 것도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스타타워를 약 8,000억원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론스타가 한국 내 투자 역량을 금융에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징후들이다.론스타는 91년 미국에서 처음 펀드를 구성한 뒤 현재 7번째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수억달러로 출발한 펀드는 2001년 11월 네 번째 펀드를 출범시키며 규모 42억5,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로 덩치가 커졌다.

현재 세계에 뿌려진 론스타 자금은 대략 200억달러(약 24조원)아시아는 론스타의 주무대로서 전체 펀드 운용자금의 75%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특히 한국에는 약 7조원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가 한국에 어느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와 금융계에는 외국계 펀드가 경제 흐름의 혈관을 담당하는 은행을 소유하게 되는 것에 찬성론보다는 반대론이 확산되고 있다. 론스타가 명백히 사고 파는 과정에서 수익을 올리는 펀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에게는 적어도 은행은 투기성 매매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론스타가 외국 투자자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