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부인인 A씨로부터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당하게 되자, 친구인 C씨와 짜고 B씨의 부동산에 C씨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해 놓았다. 가등기 자체는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해 놓았지만 나중에 담보가등기를 주장할 수 있도록 마치 B씨가 C씨에게 2억 원의 채무가 있는 것처럼 허위차용증도 작성해 놓았다. A씨가 B씨를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할 경우 B씨는 처벌되나? 

위 사건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B씨가 C씨 앞으로 이 사건 각 가등기를 마쳐준 행위만으로는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허위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항소심판결은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 1982. 5. 25. 선고 81도3136 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판례에 의하면 “채권자의 권리가 지분이전청구권이고 금전채권이 아닌 경우에 채무자가 허위의 금전채무를 부담한 사실만으로는 채권자의 지분이전청구권의 집행에 어떠한 침해가 된다고 볼 수 없고 또 가등기는 본등기를 위한 순위보전의 효력밖에 없으므로 채무자가 허위의 금전채무를 부담하고 가등기를 경료한 것만으로는 채권자에 대하여 강제집행 면탈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대법원판례의 경향은 강제집행면탈죄는 위태범으로 해석하여 가등기설정행위 자체로도 강제집행면탈죄를 인정하는 추세이다. 가등기는 순위보전가등기인지, 담보가등기인지 가등기설정한 당사자들만 그 내막을 안다. 더욱이 통상 가등기는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순위보전가등기로 설정한 뒤 언제든지 경매절차에서 담보가등기를 주장하여 배당에 참여할 수 있는 점에 비춰볼 때 허위채무부담과 가등기설정행위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대법원판례와 같이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법원의 견해는 달랐다. 즉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위태범으로서 현실적으로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 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 아래, 즉 채권자가 본안 또는 보전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주관적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 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고, 반드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되거나 행위자가 어떤 이득을 취하여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현실적으로 강제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184 판결). 

더욱이 위 사건에 있어, B씨는 C씨에게 돈을 차용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C씨가 B씨 명의의 농협예금계좌로 돈을 송금하고, B씨는 다시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C씨에게 반환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허위채무를 부담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B씨는 현실적으로 가압류 등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 각 가등기를 마쳤다고 할 것이므로 B씨의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강제집행면탈죄는 친족상도례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형법 328조 참조), A씨가 B씨와 C씨를 고소할 경우 둘 다 강제집행면탈죄의 공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경료와 
불가벌적 사후행위


허위의 금전채무를 부담하고 아울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설정하였다면 그 자체로도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럼 나아가 그 가등기를 타인에게 양도해 주고, 그로 하여금 본등기를 경료하게 한 경우에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최초 가등기설정행위 자체를 강제집행면탈 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 가등기를 양도하여 본등기를 경료하게 함으로써 소유권을 상실케 하는 행위는 면탈의 방법과 법익침해의 정도가 훨씬 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198 판결). 따라서 가등기에 기해 본등기를 경료한 행위 자체도 별도의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될 수 있고, 이 경우 가등기설정 행위와 경합범으로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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