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생리불순>

최근 내원한 최모씨(30세)는 임신 준비를 앞두고 산부인과를 찾아가 부인과 검사를 받았다. 평소 28일 주기로 일정했던 생리주기가 직장 부서 이동 및 시댁과의 마찰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로 갑작스럽게 변화가 생겼다. 검사상 아무런 이상소견 없이 생리주기가 최근 6개월 동안에는 평균 50일 이상이었다고 한다. 계속되는 생리불순으로 불안해진 최 씨는 임신에도 악영향을 미칠 걱정에 내원해 상담을 요청했다.

근래들어 최 씨처럼 사회활동이 왕성한 20~30대 여성들이 생리불순을 진단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최 씨처럼 젊은 여성들이 외부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생리불순에 노출될 가능성을 더 높인 것으로 고려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리불순 환자는 총 24만 4800명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2013년 이후 매년 20~30대의 생리불순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생리는 가임 여성이라면 한달에 한 번씩 누구나 규칙적으로 겪어야 하는 불편한 주기이지만, 동시에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생리주기는 21일에서 35일, 생리기간은 3일에서 7일 사이가 정상이다. 정상 생리의 양은 약 30~80ml이고 색은 암갈색이 아닌 선홍색을 보인다. 이 범위를 벗어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거나 생리혈의 양이 매번 다르다면 ‘생리불순’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생리불순은 ‘월경부조(月經不調)’ 라고도 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난소 및 내분비계통의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비정상적 월경 현상을 의미한다.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 출혈량 및 지속 기간에 따라 과다월경 혹은 과소월경일 경우, 생리혈의 색이 선홍색이 아닌 암갈색 혹은 검은색일 경우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는 생리주기가 정상보다 짧거나 혹은 길거나 한 경우로서 21일 미만으로 짧아지거나 40일 이상까지 길어졌다면 생리불순에 해당한다.

지속적인 생리불순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오랜 시간 방치하면 최 씨가 우려하는 것처럼 난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난소와 내분비계통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 조기폐경 등의 질환에 이환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반드시 생리불순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 및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생리불순의 원인 중 증상이 무월경의 경우 선천적 난소이상, 질 폐쇄, 호르몬 분비이상, 자궁내막의 손상, 정신적 쇼크, 뇌하수체 이상 등의 문제가 많고, 월경이 너무 늦거나 자주 하는 경우라면 대부분 호르몬 이상에 의해 배란장애일 수 있다. 또한 월경량이 너무 적은 경우는 난소와 자궁의 이상 혹은 혈액 이상일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 보는 생리불순은 여성의 임신과 관련된 충임맥(衝任脈)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임맥은 여성의 하복부에 위치하며 간경락(肝經絡-정서적 영향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음)의 영향을 받는데, 어떠한 정신적인 원인(주로 정신적 충격, 스트레스)에 의해 간경락이 막히고 충임맥의 경락 또한 잘 통하지 않는다면 월경을 비롯한 여성기능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환자들을 진료하면 대부분 불안하고 심적으로 안정이 되지 못한 상태이다. 신경이 매우 예민하고 날카로우며 복진 시 하복부의 긴장이 심하거나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냉감(冷感)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심한 여성들은 우울증이 있고 불면증도 있으며 목에 무엇인가 있는데 답답하고 뱉으면 나오지 않는 증상과 소화에도 문제가 생겨 자주 체하거나 배가 잘 아프고 명치가 답답한 현상도 자주 올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생리불순의 문제는 신경성, 정신적 스트레스와 특별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몸의 컨디션도 매우 크게 작용한다. 딱히 신경 쓸 만한 일 없이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여성이라면 이 역시도 생리불순을 유발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를 심비기혈양허(心脾氣血兩虛)라 하여 몸의 기와 혈이 모두 허하기에 보약을 써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인 치료보약으로는 가미귀비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양방에서는 호르몬 요법으로 일시적인 증상의 개선에는 도움이 되나 한방의 치료만큼 근본적인 해결을 주지는 못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어혈을 제거하여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한약과 하복부의 왕뜸요법, 약침 요법 및 경락을 소통시키는 침 치료를 통해 막힌 것을 뚫어주고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면 생리불순은 반드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생리불순 환자가 있다면 지금부터 당장 스트레스 관리에 유념하면서 극심한 다이어트 혹은 꽉 끼는 속옷 등은 자제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자기 전의 따뜻한 물에 반신욕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생리불순이 있다는 것을 가족에게 알려야 하고 가족들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며 환자에게 정서적 위로와 지속적인 관심을 주어야만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