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최대부호는 누구일까. 인터넷과 벤처사업의 급성장으로 새로운 부호들이 대거 탄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삼성, 현대, LG, 롯데)일가의 재산이 아직도 단연 최고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재산은 모두 4조8,300억원대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 지분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100대 부호’의 면면을 살펴봤다.이건희·이재용 부자 1·3위…신동빈·신동주 형제 2·4위LG카드 주가 폭락으로 LG일가는 10위권에 한명도 없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축적’은 성공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기 마련. 이에 따라 세인들은 부를 축적한 성공한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부호들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지, 또 성공비결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최근 대주주 지분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에서‘올해 한국의 100대 부호’를 발표, 화제가 되고 있다. <에퀴터블>은 한국의 부호들이 보유한 상장·등록주식은 지난 5월말 기준 시가로, 비공개 기업 주식은 장외시장 거래가격이나 순자산가치로 각각 계산해 재산규모를 추정, 그 결과를 발표한 것. 이 수치는 부동산과 은행자산 등을 제외한 주식가치만을 계산한 재산규모이기 때문에 정확한 재산 규모는 아니다. 이번 조사결과의 두드러진 특징에 대해 <에퀴터블>은 “옛 부호들은 부동산 거래 등으로 수익을 본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인터넷과 벤처기업 등의 급성장으로 새로운 부호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아직도 최고의 부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현대, LG, 롯데 일가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재산은 4조8,300억원대로 부동의 1위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조4,280억원으로 작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9,230억원)는 지난해 6위에서 3위로 3단계 뛰어올랐다.이밖에 이 회장의 직계가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호암미술관장(3,710억)이 12위에 올라있으며,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부장, 2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 3녀인 이윤형씨가 각각 1,790억원의 재산으로 공동 27위에 올랐다. 이어 이명희 신세계 회장(5,970억원)이 8위, 이재현 CJ그룹 회장(4,740억원)이 9위,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1,840억원)이 26위에 각각 오르며, 삼성일가의 위력을 보여줬다.이처럼 삼성 일가는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의 1,500억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 출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폭이 크지 않아, 부호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신격호 회장의 차남이자 롯데그룹 후계자로 거명되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9,360억원)이 2위에,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롯데알미늄 이사(8,970억원) 역시 4위에 랭크됐다.에퀴터블은 “신 회장 일가의 경우 일본 롯데의 성장 둔화로 인한 재산액 감소 요인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 등 한국의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작년에 좋은 실적을 지속, 올해도 추정재산액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이에 반해, 현대와 LG그룹의 몰락은 두드러졌다. 고 정주영 회장 일가는 불과 10여년전만해도 각종 소득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부호가(家)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의 대선출마, ‘왕자의 난’ 등을 겪으며 그룹이 쇠퇴하기 시작하며 최고 부호자리를 삼성그룹 등에 넘겨줘야 했다. 현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6,840억원)이 5위,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3,140억원)이 16위,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2,940억원)이 19위, 정몽진 금강고려화학회장이 21위,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1,510억원)이 52위에 올라 그나마 체면치레하고 있다. 지난해 100대 부호리스트에 무려 20여명이 넘는 이름을 내밀었던 LG일가는 LG카드 등의 주가하락으로 올해에는 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LG일가가 보유한 추정재산액 합계도 지난해 3조 7,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50%정도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LG그룹일가는 10위권에 한명도 들지 못한 가운데, 허창수 LG건설회장(2,960억원)이 18위, 허정수 LG기공 부사장(2,130억원)이 20위를 각각 차지, 20위권에 진입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구본무 LG그룹 회장(1,930억원)은 23위를 차지,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에퀴터블은 “고 구인회 회장일가의 추정재산액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유동성 위기의 타격을 받은 LG카드의 주가가 대폭적으로 하락한 데 기인한다”고 풀이했다.이와 같이 대기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물 간’것으로 여겨졌던 인터넷 부호들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띈다.지난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만이 68위에 올라 겨우 ‘인터넷 강국’의 면모를 지킨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사정이 달라졌다.이재웅 사장이 30위에 오르며 대폭 상승했고, 나성균 네오위즈 설립자(58위), 장병규 네오위즈 주주(67위), 이해진 NHN 사장(78위) 등이 100대 부호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랐다.

반면 지난해 벤처부호로 주목을 받은 한동원 정소프트 사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장, 김도현 모디아 사장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밖에 교육계 부호들의 지속적인 선전도 눈에 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순위가 2계단 상승하여 7위에 랭크됐고, 장평순 교원 사장은 전년도 22위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도 역시 순위가 대폭 상승하여 46위에 올랐고 변재용 한솔교육 사장은 84위에 기록됐다. 교육계 부호 4인방의 순위가 모두 대폭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에퀴터블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부모들의 세계적인 교육열로 말미암아 학습지 시장은 선전할 수 있었으며, 이는 각사의 흑자 기조 유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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