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 누가 될까, 재계 ‘촉각’SK글로벌 분식회계로 이미 집행유예 상태 …차제에 물러날 듯후임엔 이건희·정몽구·조석래 회장등이 거론되기도특히 손회장은 비자금 사건과 연루, 구속 내지 불구속 입건이 불가피해 활동 입지가 더욱 좁혀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선 손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회장직을 맡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는 후임 회장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고,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이다. 때문에 기업 총수들 중에는 내심 전경련 회장직에 욕심을 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그 자리를 맡을 수도 없다.

재계에 따르면 손길승 회장은 그룹 비자금 조사로 인해 중도에 전경련 회장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높으며, 차기 회장 감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유력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손길승 회장은 지난 2일과 3일 이틀째 검찰에 의해 소환 조사를 받고 있으며, 향후 신병처리 문제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손길승 회장은 지난 2000년 총선과 작년말 대선 때 여야 정치권에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혐의가 검찰에 의해 입증될 경우 손길승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손회장의 대외내 활동은 거의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따라서 손회장이 맡고 있는 전경련 회장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차기 회장 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었지만 두 사람 다 거절하는 바람에 구본무 회장이 가장 유력한 회장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초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때도 전문 경영인보다 오너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이 대정부 관계에서도 효과적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시 회장을 맡으려는 오너 경영인이 없다 보니 손회장이 자의반 타의반 떠밀려서 회장직을 수락했었다. 그러나 손 회장의 취임 8개월만에 검찰 조사라는 유탄을 맞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회장직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 재계의 대표 수장격인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이거나 구속될 우려도 큰 상황에서 정부의 대화 파트너로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선 손 회장의 교체는 불가피하며, 차기 회장직을 선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전경련 상근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삼성그룹 출신의 현명관 부회장이 재계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회장은 정치권과 불가원 불가근이라는 원칙을 지닌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재계 2위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차기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으로부터 회장직 제안을 받은 구본무 회장은 현재 회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회장은 전경련으로부터 차기회장 제안을 받고, 강유식 그룹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들과 심사숙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 회장의 회장직 수락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재계는 경제가 어려운데다 노무현 정부와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힘있는 오너경영인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오너경영인은 몇 명이 안되고 여기에 포함된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은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는 형편이라서 구회장 말고는 딱히 맡을 경영인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구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재계 소식통의 관측이다.45년생인 구본무 회장은 경영 이외에 회사 밖 일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으며, 지난 2001년 전경련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이 유일한 대외 직함이다. 차기회장 선출 말고도 대행체제로 갈 소지도 있다. 과거 일례를 보면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고 최종현 SK그룹회장은 지난 93년부터 전경련 회장을 맡아오다 98년 8월 타개하자 바로 다음달인 9월 임시총회를 열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추대했다. 그러나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그룹 몰락으로 임기를 못 채운 채 99년 10월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때는 재계의 연장자였던 김각중 경방 회장이 몇개월간 대행을 맡다가 이듬해인 2000년 2월 정기총회에서 김각중 회장 체제가 공식으로 출범했다. 따라서 손회장이 퇴진할 때도 이와 비슷한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임시총회없이 대행체제로 간다면 회장단내 최연장자를 회장 대행으로 선출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대행체제가 차기회장으로 연계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이건희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는 현명관 상근부회장이 대행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엔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지난 61년 전경련의 초대회장을 1년간 역임한 인연도 있다.

최근 전경련 회장단 회의 때 이건희 회장이 오랜만에 얼굴을 내비친 것도 현 부회장의 참석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자주 전경련 회장후보에 거론되었지만 본인 스스로 정치권과는 불가원불가근이라는 원칙을 지니고 있어 대정치권 관계가 잦은 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려하지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구 회장 역시 선친인 고 정주형 명예회장이 77년부터 무려 10년 간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도 전경련 회장직에 욕심을 내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우선 대 노사 관계에 있어서 정회장은 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의 주요 내용으로 내세운 주5일 근무제를 재계의 입장과 무관하게 수락한 바 있으며, 또 우리사주 조합에서 현대카드 지원과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안 단속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 회장을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DJ정부와 관계가 원만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구본무 이건희 정몽구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할 경우 전경련 회장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회장은 지난 9월 24일 미국 워싱터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제 16차 한미 재계회의 우리측 대표 회장을 맡는 등 지난 DJ정부 때부터 두터운 해외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중견그룹 재벌 오너인 조회장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라서 조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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