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체권단에 무상으로 사재 출연 이달안 공개매각파라다이스·롯데 등 자천타천 인수자 물망 … 최소 3천억원대 예상SK그룹의 상징이자 서울에 몇 안되는 고급 호텔중 하나인 워커힐 호텔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파라다이스 롯데 등 국내 기업들은 워커힐호텔 인수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작 인수후보자로 거론되는 해당 기업들은 인수여부에 손사래를 치지만 카지노 사업을 겸비하고 있는 워커힐호텔의 가치를 낮춰보는 이는 드문 게 현실이다. M&A 시장 관계자들은 워커힐 호텔이 얼마에 나왔느냐가 중요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인수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무상으로 사재 출연한 워커힐호텔이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채권단은 SK네트웍스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워커힐 호텔을 이 달 안에 공개 매각키로 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워커힐호텔 매각작업을 완료, 추후 이익금을 SK네트웍스 정상화 자금으로 투자할 계획이며, 이 자금으로 회사도 정상화시킬 수 있고 분식회계 파문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채권단은 워커힐 호텔 매각이 SK네트웍스 분식회계 파문의 해결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해 매각을 서둘러 왔으나 SK그룹측은 최태원 회장이 구속 중인 점을 감안, 매각을 미뤄왔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자마자 채권단에서는 가장 먼저 워커힐 호텔 매각문제를 거론, 매각의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쟁쟁한 인수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막판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인수후보자를 거론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워커힐호텔 내에 카지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그룹을 비롯한 국내외 10여개 업체가 호텔 인수 의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 호텔 체인을 포함해 국내외 호텔 카지노 사업자들은 물론 국내 굴지 그룹들까지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워커힐 호텔은 서울에 위치한 호텔 중에서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 제한적인 카지노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 가치는 상당히 높다. 워커힐 호텔 매출의 대부분도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들에게서 난다는 게 업계측의 관측이다.

현재 카지노 사업을 맡고 있는 파라다이스 그룹은 그래서 자천타천으로 강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워커힐호텔내 카지노 사업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 호텔을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파라다이스그룹 측도 워커힐 호텔 인수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인수의향은 충분히 내비친 상태지만 인수가격에 대한 깊은 고심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다른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는 국내 회사는 국내 최대호텔업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그룹과 한화 그룹 등이 있다. 이들 기업들은 한결같이 워커힐 호델의 카지노 영업권과 호텔로서의 조망권이 가장 우수하다는 점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외로 SK그룹 측에서 재인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워커힐 호텔은 선대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이 눈을 감을 때까지 지냈던 곳이기 때문이다. 고 최종현회장은 따로 집을 갖지 않고 워커힐 호텔에서 숙식하면서 오늘날의 SK그룹을 키워왔다. 때문에 최태원회장도 부친의 자취가 남은 워커힐호텔을 남에게 넘겨주는 것을 꺼려할지도 모른다. 이런 관계로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강한 애착으로 인해서 SK의 우량 계열사나 관계사에서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오너의 사재출연으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뜻에서 호텔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SK그룹이나 관계사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워커힐 지분은 최회장이 SK네트웍스에 현물출자한 40.70%와 SK네트웍스가 보유중인 9.68%를 포함해 모두 50.38%. 경영권까지 포함한 지분이다.

주당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비상장 주식인 워커힐호텔의 주당 가치는 지난해 3월 최회장이 SKC&C와 스와프 거래를 할 때 평가된 4만495원이다. 채권단은 장부가격이 1,000억∼2,000억원대인 워커힐호텔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최소 3,000억∼4,000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측은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14만평에 달하는 워커힐이 아차산과 한강변을 낀 입지여건 등을 감안할 때 매각가치는 최고 1조원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채권단과 큰 평가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자리잡은 워커힐호텔은 지난 1961년 사단법인 워커힐로 창립해 1963년 4월 개관했으며, 1973년 선경개발에서 인수해 SK그룹 계열사가 됐다.

아차산을 뒤로 하고 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권을 가진 워커힐은 주변 경관이 빼어나고 외국인을 위해 개장된 카지노의 매출 실적은 국내 최대다. 워커힐호텔 카지노의 올 1·4분기 매출액은 556억원, 순이익 1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7%, 8.2%의 증가율을 보였다. 대지 14만 6,000평에 지하 3층, 지상 17층의 본관을 비롯해 카지노, 가야금 극장식당, 한국·중국식 등의 전문음식점, 나이트클럽, 대소 회의장, 쇼핑센터, 옥내외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개장 이후부터 워커힐 쇼는 세간에 화제였고, 부와 신분의 상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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