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호텔업계 다크호스로 부상 … 급성장 배경엔 여러 의문점‘이광재 1천만원 수뢰’ 녹취록 공개되면서 청와대와 관련여부 주목대통령 측근비리 문제로 나라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형국이다. 노대통령 집사격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 금품수수 사건에 이어 노대통령의 오른팔격인 이광재 국정상황실장도 썬앤문 그룹측으로부터 천만원 상당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전비서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정치권 주변에서는 썬앤문그룹과 이실장과의 관계, 더 나아가 이 회사 회장인 문병욱씨와 노대통령의 관계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썬앤문 의혹설’이 끊임없이 나돎에 따라 썬앤문그룹과 노대통령과의 관계를 짚어봤다.

노대통령과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의 관계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지난 대선 직후 ‘노대통령의 재계인맥’이라는 내용의 언론보도에서다. 당시 문회장은 노대통령의 유력한 재계인맥으로 손꼽혔다.알려진 것처럼 문회장은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다. 하지만 노대통령과 문회장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관계는 아니다. 노대통령과 문회장이 알게 된 것은 노대통령이 부산시장에 출마할 당시 고교선·후배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썬앤문은 노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니었다. 다만 문회장은 서울 강북의 빅토리아 호텔과 미란다호텔, 인천 송도비치 호텔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서울 강남 뉴월드호텔까지 경매로 인수하면서 호텔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을 따름이다. 이러한 썬앤문그룹이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5월 문회장이 서울지검 조사부에 구속되면서부터다. 당시 문회장은 지난해 7월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 서울국세청 감사관 홍모씨에게 5,000만원을 준 혐의를 받았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검찰주변에서는 이른바 ‘문병욱리스트’가 나돌았다. 문회장이 백억대의 세금을 감면받기 위해 정권 핵심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국회 재경위에서 “5,000만원 받아 구속된 국세청 4급 직원이 어떻게 세금 157억원을 깎아줄 수 있느냐”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거액의 세금을 감면받게 된 것에 대한 정권실세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지만, 검찰수사는 더 이상 진전없이 문씨를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문병욱 리스트’가 정치권의 또 다른 대형게이트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건은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씨의 동업자였던 김성래 전 선앤문 부회장의 ‘현정권 실세인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준 천만원짜리 수표 사본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썬앤문그룹과 문회장은 다시 주목받게 됐다.

또 녹취록에는 지난해 대선때 문회장측이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공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실장이 노대통령의 최측근 핵심참모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실장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천만원 뿐이겠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문회장과 김전부회장은 동업자 관계였다. 하지만 김전부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썬앤문 소유인 양평 모 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농협에서 115억여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 등을 위조해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문회장에 의해 지난 4월 검찰에 고소됐다. 정·관계에 상당한 인맥을 가진 것으로 소문난 김전부회장은 썬앤문의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의 세금을 깎을 수 있었던 것도 김전부회장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회장으로부터 독립해 계몽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썬앤문 소유의 골프회원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결국 문회장측 고발로 구속됐다. 문회장과 김부회장은 각각 다른 혐의로 구속된 셈이다. 노대통령과 문회장간 관계는 청남대 민간인 개방행사때도 드러났다. 당시 기념품으로 전달된 도자기를 제공한 당사자가 문회장이라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간 관계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당시 문회장을 비롯한 노대통령 친구 J씨도 기념품을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회장이 뉴월드호텔을 인수하고, 골프장까지 소유하게 된 배경에 대해 ‘뒷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품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노대통령과 문회장과의 관계, 이실장과 김전부회장의 관계 등을 놓고 정권실세 개입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재경위 산업은행 국감에서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과 민국당 강숙자 의원은 산업은행에서 2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하게 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지난해 6월 썬앤문이 뉴월드호텔을 391억원에 낙찰받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2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해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썬앤문그룹이 어떻게 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짜리 허위잔고 증명을 받을 수 있었느냐는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썬앤문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심쩍은 문제가 있었음이 불거지자, 그 화살이 청와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거액의 세금을 감면받은 점 ▲뉴월드호텔을 인수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200억원대의 대출을 받게 된 점 ▲농협 불법대출이 가능했던 점 등에 대한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정권 실세에게 돈이 들어갔다는 증거가 나왔고, 김전부회장이 문회장과 노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확산일로를 내닫고 있다.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실장 문제 등을 비롯해 이 문제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해 노대통령 후배임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소문에 대해 문회장을 경고하는 선에서 내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역시 수사 당시 녹취록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측은 수사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썬앤문 그룹의 거액 세금감면과 거액 대출, 농협을 상대로 벌인 사기대출 사건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권실세가 개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에 관한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대통령과 문회장간의 관계만을 가지고 의혹을 확대재생산 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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